"가장 낮은 곳으로 가겠다"던 김해성 목사가 활동을 재개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성 문제로 교회와 단체에서 물러난 김해성 목사가 지구촌사랑나눔 일에 관여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해 9월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자 김 목사는 잘못을 시인하는 글을 교회 홈페이지에 올렸다.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내용과 함께, 그간 해 온 모든 일과 직책을 내려놓고 회개를 위해 가장 낮은 곳으로 가겠다고 했다. (사)지구촌사랑나눔 대표직과 중국동포교회 담임목사직에서 물러났다.

김해성 목사가 소속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남노회(김창환 노회장)는 지난해 10월 18일, 김 목사가 제출한 '사직' 청원을 받아들였다. 교단 안팎에서 '면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노회는 사직 처리했다. 교단 헌법에 따르면, 면직된 목사는 3년 후 노회원 2/3 이상 동의를 얻어 복귀할 수 있다. 반면 사직한 목사는 노회원 동의 없이 1년만 지나면 돌아올 수 있다.

그런데 김 목사가 지난해 12월부터 지구촌사랑나눔을 수시로 드나들고, 1월 초부터는 산하 단체인 지구촌학교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지구촌학교 1층 공사를 지휘·감독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있는 지구촌학교는 사립 대안 초등학교다. 학교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학생 90명이 재학 중이며 교직원 27명이 근무한다. 김해성 목사는 원래 이 학교 교장이었으나, 논란 직후 물러났다. 현재 교장 자리는 공석이다.

지구촌학교 카페 공사 현장에 있는 김해성 목사의 뒷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사실 확인을 위해 기자는 1월 17일, 현장을 방문했다. 카페 공사가 한창이었다. 건물 뒤편에는 폐자재가 담긴 붉은 마대가 잔뜩 쌓여 있었다. 오전 10시께 김 목사가 인부 3명과 함께 작업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부 2명은 연로해 보였다.

신분을 밝히고 김 목사에게 근황을 물었다. 김 목사는 "어떻게 알고 여기에 찾아왔느냐"면서 말을 아꼈다. 무슨 일로 학교에 왔느냐고 묻자 "노가다를 하고 있다. 한 일주일 됐다"고 말했다. 단체 일에 계속 관여하고 있느냐고 직접적으로 물었다. 김 목사는 "전혀 아니다. 그냥 도와주러 왔다. 노가다를 하러 왔다"고 재차 말했다. 막노동을 하러 왔다는 김 목사의 복장은 인부들과 달리 말끔했다.

김 목사는 인부들과 함께 폐자재를 담은 붉은 마대 자루들을 트럭에 실었다. 같이 거들면서 대화를 시도했다. 사직된 김 목사는 본인이 원할 경우 올해 10월 다시 중국동포교회로 복귀할 수 있다. 교회에 돌아갈 생각이 없는지 물었다. 김 목사는 답변을 피했다. 교회를 떠난 몸이라 교회가 현재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작업은 30분 만에 끝이 났다. 김 목사는 인부 2명에게 현장에 남아 있으라고 말한 뒤 자신이 직접 트럭 조수석에 올라탔다. 기장 교단과 한국교회에 할 말 없냐고 묻자 김 목사는 "다 자업자득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채수일 목사 "법인 일 관여하지 않아"
모 직원 "김해성 목사, 적극 개입 중"
노회장 "교회 복귀 요청 서류 내면 안 받겠다"

김해성 목사가 단체 일에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은 단체뿐만 아니라 소속 노회에도 알려져 있다. 서울남노회 이 아무개 목사는 "김 목사가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자숙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 중국동포교회 일에도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사직 기한인 1년을 채우고 돌아올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김해성 목사 사임 후 지구촌사랑나눔 대표직은 채수일 목사(경동교회)가 맡았다. 그는 김 목사의 개입설을 부인했다.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 채 목사는 1월 20일 휴대폰 메시지로 "(김 목사는) 사임했다. 법인 일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짧게 답했다. 구체적인 설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단체 한 관계자는 김 목사가 단체 일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19일에도 김해성 목사가 지구촌사랑나눔 부대표, 국장 등 직원들과 함께 지구촌학교에서 모임을 가졌다고 했다. 지구촌사랑나눔 부대표 이선희 목사는 현재 중국동포교회 부목사다. 

"김해성 목사가 지구촌학교로 부대표와 직원, 교회 부목사들을 불러서 회의할 때가 많다. 채수일 목사가 대표로 있지만, 사실상 김 목사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작업 같은 거 할 때도 원래 지시만 하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기자가 있으니까 같이 작업했을 것이다. 인부들 중에는 중국동포교회 쉼터에서 지내는 사람도 있다. '노가다'하러 왔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김해성 목사는 '노가다'를 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김해성 목사가 교회와 단체 일에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이 그려지지만, 현재로서는 김 목사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 서울남노회장 김창환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회는 현재 임시당회장 체제로 가고 있다. 김해성 목사가 개인적으로 부목사들을 부르는 것을 놓고 노회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단체 일에도 (노회가)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해성 목사가 올해 복귀하는 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창환 목사는 "김 목사를 향한 노회 정서가 좋지 않다. 비록 사직 처리했지만, 면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매우 높았다. 김 목사도 이 사실을 잘 알 것이다. 만일 김 목사가 복귀 서류를 제출한다 해도 나는 안 받을 것이다. 더 자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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