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현선 기자] 특검이 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1월 19일,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규탄 및 특검 영장 재청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삼성직업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 및 이재용 구속을 바라는 시민 및 대학생들이 참여했다. 

"유전무죄, 재벌 앞에 무릎 꿇은 사법부를 국민이 용서할 수 있겠는가". 뉴스앤조이 현선
피켓을 들고 참여한 시민들. 뉴스앤조이 현선
영장 기각 소식에 분노하며 기자회견에 참여한 50대 주부는 "실수로 2,400원을 내지 않은 버스기사는 횡령 판결을 받았고, 430억 뇌물 사실을 시인한 이재용의 영장은 기각됐다. 대한민국 국민이 이런 판결을 내리는 사법부를 어찌 믿고 살아야 하는가"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뉴스앤조이 현선
삼성중공업 하청 업체에서 근무했던 천창용 씨. 그는 삼성에 대한 분노를 토로하며 이재용 캐릭터가 그려진 현수막을 밟고 발언했다. 뉴스앤조이 현선
주최 측은 특검에게 주저하지 말고 영장을 재청구할 것을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현선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사법부는 돈 앞에 무릎을 꿇었고, 법치주의는 땅에 떨어졌다.

2017. 1. 19 새벽, 법원은 사실을 외면하고 법과 정의를 저버렸다. 국민들이 밤잠을 설치며 염원했던 정의와 법치주의는 거대한 경제 권력 앞에 무력했다.

법원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부정한 이유로, 대가 관계와 부정한 청탁에 대한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및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를 들었다.

첫째, 대가 관계와 부정한 청탁에 대한 소명은 차고도 넘친다. 이건희 회장 투병 이후 삼성그룹의 경영권 세습은 현실화되었고,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재용 일가에게 시급하고도 절실한 숙원 사업이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2014. 09 이재용에게 승마 유망주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고, 2015. 03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총 228억 원을 정유라에게 지원하기로 한 '한국 승마 중장기 로드맵'을 대한승마협회가 작성하고, 같은 해 06. 24 삼성 박상진 사장은 문체부 김종 차관에게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 준비가 끝났음을 보고하기까지 했다.

정유라 지원이 논의된 것과 같은 시기인 2015. 06 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지켜보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은 문형표 전 장관은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여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 합병 비율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여러 전문 기관 의견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합병을 찬성하자 이재용 일가의 숙원인 경영권 세습은 성공적으로 일단락되었는데, 바로 그 시점인 2015. 07 박 대통령과 이재용과의 단독 면담이 행해졌다. 연이어 2015. 08 삼성과 코레스포츠와의 220억 원의 지원 계약이 체결되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 행위가 뒤따랐으며, 최순실이 기획한 동계스포츠연재센터에 대한 지원도 이어졌다.

박 대통령이 삼성 이재용의 숙원 사업을 해결하려 했던 의지와 지시 행위, 삼성그룹으로부터 지원된 자금의 성격과 지원된 시기 및 뇌물죄 성립과 관련한 대통령의 직무 행위 범위를 넓게 보고, 제3자 뇌물 수수와 관련해서는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도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판례까지 종합하면, 이재용이 박 대통령, 최순실 측에게 제공한 430억 원의 지원의 대가성과 부정한 청탁에 관한 특검의 소명은 충분하다. 이재용이 뇌물공여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를 이보다 더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둘째, 뇌물죄에서의 대가성은 '판단'의 대상이다. 영장 실질 심사 단계에서 고려할 것이 아니다. 각종 지원 경위에 대한 구체적 사실관계는 이미 드러나 있다. 무엇을 어떻게 더 소명하라는 것인가?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은 정식 형사재판에서 이루어질 사항이다. 법리적 공방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구속이 부정된다는 논리라면, 무죄를 다투는 모든 사건에서 구속할 이유가 없다.

셋째, 재판은 오로지 법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구속 사유로 '증거인멸의 우려'를 명시하고 있다. 거짓말을 하는 피의자, 그것도 온 국민이 보는 청문회에서 위증을 한 피의자는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욱이 2016. 09 최순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삼성 박상진 사장은 황급하게 독일로 넘어가지 않았던가! 게다가 삼성은 총수 일가를 위해서라면 증거인멸을 밥 먹듯 해 왔다. 2007 삼성 비자금 사건이나 삼성전자서비스 불법 하도급 사건 등에서도 이미 삼성은 각종 계좌 내역과 자료를 대량 폐기하면서 증거를 인멸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인멸의 우려'를 판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의자 이재용 구속에 따른 국민 경제의 영향을 고려했다고 한다. 법과 정의를 지켜야 할 사법부가 경제 권력에 기생하는 추악한 모습이 왜 지금까지도 되풀이되어야 하는가? 430억 원 뇌물 수수 혐의 피의자가 불구속 재판을 받는데, 불과 7,800원을 훔쳤다고 구속된 피의자의 하소연을 법원은 무엇이라 설명하고 변명할 것인가?

특검의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필요하고도 적절한 것이었다. 특검은 주저치 말고 다시 영장을 청구하여야 한다. 또한 앞으로 김기춘과 조윤선에 대한 영장 실질 심사가 예정되어 있다. 우리는 경제 권력에 무릎 꿇은 사법부가 다시금 정치 권력에 무릎을 꿇을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2017. 1. 19.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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