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가 18일 광화문 본부 앞에서 시국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앞에 용서를 빌면 국민들은 용서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더 큰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 제공 <기독교타임즈>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전명구 감독회장)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민 앞에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라"고 요구했다. 감리회는 11월 18일 광화문 감리회관 앞에서 전명구 감독회장과 11개 연회 감독 등 200여 명 참석자가 모인 가운데 기도회를 열고 시국 선언을 발표했다.

전명구 감독회장은 "대국민 성명과 관련자 처벌, 국회 추천 책임총리제로는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없다"고 했다. 100만 촛불 시위가 국민의 소리이며, 국민적 탄핵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이 확인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전 감독회장은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내각 출범, 대통령을 포함한 성역 없는 특검 수사를 요구했다. 다윗이 나단에게 책망을 듣고 잘못을 인정했을 때 하나님께 용서받은 것처럼, 대통령도 국민의 소리를 듣고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한다면 국민에게 용서받을 수 있다고 했다.

정치인들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추가 행동에 나설 것임도 시사했다. 전 감독회장은 "대통령의 현명한 결단을 150만 감리교회 성도들은 행동하기 전에 기도하며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감리회 내에서는, 이같이 신임 감독회장과 감독들이 결단해 본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 점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더러 하야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때늦은 시국 선언이며 표현도 모호하다는 지적에, 발표 후 한 차례 수정을 거쳐 재발표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특히 교인들에게 이번 한 주간을 금식하며 기도하자고 요청하고, "내가 먼저 우상숭배한 죄, 기도하지 않은 죄, 바르게 살지 못한 죄를 회개합시다"라고 제안한 부분을 비판했다.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음은 시국 선언문 전문.

기독교대한감리회 시국 선언문

박근혜 대통령이 그 어려운 고통의 시기를 감내하며 마침내 선거로 한 나라의 지도자로 우뚝 섰을 때 많은 국민은 박수를 치며 진심으로 축하하였고, 우리나라를 잘 이끌어 갈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그 믿음에 대한 너무나 혹독한 배신이어서 실망과 분노를 넘어 허탈과 고단한 삶의 의욕을 상실할 정도로 참담한 심정입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선거 절차를 통해 통치권을 위임받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의 결정에 따랐다는 것이 검찰에 의해 밝혀지고 있습니다. 한 개인이 은밀한 곳에서 국정을 지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공식 직함도 없는 개인이 어떻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국정을 농단할 수 있습니까? 이는 전대미문의 사건입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청와대 실세와 새누리당의 친박들, 권력을 이용하여 이득을 보려고 하는 자들입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이를 바로잡아야 할 자들의 수수방관이었습니다. 특히 나단 선지자가 절대 권력자인 다윗 왕의 잘못을 준엄하게 꾸짖고 책망했듯이, 대통령의 잘못을 꾸짖고, 회개를 촉구할 이 시대의 영적, 정신적 지도자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제 대통령이 대답하십시오.

나단의 책망을 듣고 다윗 왕이 잘못을 인정했을 때 하나님은 용서하셨습니다. 지금이라도 국민의 소리를 듣고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면 국민들은 용서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국민 사과 성명과 관련자 처벌, 국회 추천 책임 총리제로는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없습니다. 이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하여 전국 곳곳에서 들불처럼 타오르는 100만 촛불 시위가 국민의 소리이고,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며, 국민적 탄핵의 시작입니다.

야당 국회의원들과 대권 주자들은 거리로 나가 대통령 퇴진만 외치지 말고,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으십시오. 지금이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정국 수습 방안을 제시하십시오. 국회는 국민 통합 내각 출범을 서두르고, 특별검사를 선임하여 대통령을 포함하여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를 하십시오. 수사 결과 죄가 있는 자들은 일벌백계로 엄하게 다스려야 합니다. 대통령도 법적 책임이 확인된다면 물러나십시오.

더 이상의 국가적 혼란은 안 됩니다. 

엄중한 국제정치와 경제 위기, 대북 관계, 파산 직전인 서민들의 삶 등 당면한 현안들이 한치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권력욕과 당리당략으로 실기한다면 대한민국은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질 것이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들은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총 속에 다시 일어서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대통령의 현명한 결단을 150만 감리교회 성도들은 행동하기 전에 기도하며 기다릴 것입니다.

전국의 150만 감리교회 성도들과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호소합니다. 

내가 먼저 우상숭배한 죄, 기도하지 않은 죄, 바르게 살지 못한 죄를 회개합시다.

다음 주간(11.20~26)은 대한민국을 위하여 한 끼 금식하며 기도합시다.

모든 예배 시간마다 대한민국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들이 대한민국을 위하여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기도합시다.

2016.11.18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전명구

서울연회 감독 강승진 서울남연회 감독 도준순 중부연회 감독 윤보환

경기연회 감독 진인문 중앙연회 감독 이광석 동부연회 감독 최헌영

충청연회 감독 유영완 충북연회 감독 이병우 남부연회 감독 최승호

삼남연회 감독 권영화 미주특별연회 감독 박효성


외 150만 감리교회 성도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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