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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을 치유하는 일기 쓰기
<나의 성소 싱크대 앞>·<토닥토닥 성장 일기> 저자 정신실 북 콘서트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6.11.15 14:23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정신실 작가는 책을 다섯 권이나 펴냈다. 유명 작가는 아닐지 몰라도 꾸준하게 '책'이라는 매개로 독자들과 소통했다. 그는 심리학을 공부하며 상담도 하고 에니어그램 강의도 한다. 목사의 딸로 태어나 목사를 남편으로 맞았다. 두 아이에게는 친구 같기도 무섭기도 한 그런 엄마다.

정 작가는 반복되는 일상을 꾸준하게 글로 남겼다. 쌓인 글은 어느새 다섯 권 책으로 독자에게 소개됐다. 주제도 다양하다. 청춘 남녀의 연애를 담은 <오우~연애>, 목사 남편과 결혼 생활을 묘사한 <와우 결혼>, 에니어그램을 쉽게 설명한 <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에니어그램>, 단편적 일상을 담은 <나의 성소 싱크대 앞>, 두 자녀의 성장 과정을 담은 <토닥토닥 성장 일기>.

서울 마포구 나눔교회에서 정신실 작가 북 콘서트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글쓰기에서 발견하는 삶의 의미

모두가 바쁘고 지치는 월요일 저녁, 서울 마포구 나눔교회에서 정신실 작가 북 콘서트가 열렸다. 그가 쓴 책의 주된 내용을 담아 '일상愛 천상에'라는 주제로 모였다. 정신실 작가는 글을 쓰게 된 계기를 소개하며 말문을 열었다.

"14살에 목사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막 사춘기가 시작된 때였는데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뒤 교회에서 관계의 어려움을 느꼈다. 퇴직금 등을 논의하면서 평소 나에게 친절했던 분들이 돌변한 모습을 보였다. 괴로운 마음에 글쓰기를 시작했다. 힘들 때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감히 축복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딱히 주제를 정해 놓고 쓴 건 아니었다. 일단 쓰고 봤다. 정신실 작가는 어린 나이에 교회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느낀 부조리를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어디 가서 말할 곳도 하소연할 곳도 없을 때 글이라도 쓰고 나니 속이 시원해졌다. 그는 우리가 글을 쓰는 것은 이런 부조리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살면서 납득이 가지 않는 지점, 쉽게 말해 "깊은 빡침"을 느낄 때 글쓰기를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힘들고 지치는 일상에서 글을 쓰다 보면 소위 '깨달음'이라도 있어야 계속할 맛이 나지 않을까 싶다. 정신실 작가는 그동안 각종 만남의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권했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글쓰기를 지속하지 못했다. 글쓰기가 주는 이점은 '자기 치유'다. 반복적이고 지루한,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면서 자신의 모습을 글로 쓰면 어느새 한발 떨어져 자기 삶을 돌아볼 수 있게 된다.

"글쓰기를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숲에 공터가 생기는 것에 비유한다. 보통 울창한 숲은 어둡다. 그 숲에 공터가 생기면 그 자리를 빛이 환하게 비춘다. 그 상황이 일상 글쓰기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부조리한 지점에서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어느새 한발 떨어져 그 지점을 바라보며 조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글쓰기다."

부조리한 현실을 바꿔 나가는 여정. 정신실 작가는 글쓰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바꿔 나가려고 몸부림치다 보면 삶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 '사소하다', '하찮다', '중요하지 않다'는 일상을 묘사하는 말이다. 정 작가는 이런 초라한 일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게 글쓰기가 주는 선물이라고 했다.

정신실 작가는 하나님을 "물과 같다"고 표현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좋지만 마음속 깊은 곳을 비추는 '내면 일기'도 추천한다. 정신실 작가는 이런 글쓰기가 신앙생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내면 일기를 쓰면서 내적 깊이가 깊어질수록 외연이 확장되고, 그렇게 되면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가 넓어진다는 말이다.

정신실 작가는 하나님의 속성을 "물과 같다"고 표현했다. 하나님은 물과 같아서 사람의 가장 어둡고 추한 부분까지 찾아가시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내면 일기를 쓰면서 하나님이 나의 어두운 부분까지 만져 주시는 것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밖으로 눈을 돌려 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약자, 낮은 곳으로 눈길이 가고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면 일기는 최근 논란이 됐던 '영성 일기'와 조금 다르다. 정신실 작가는 지금 같은 시국에서는 '시국 선언문'이 영성 일기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복되는 일상 "뭐라도 쓰자"

북 콘서트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정신실 작가가 쓴 책이 연애담부터 결혼·에니어그램·육아·일상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어 그런지 참석자들 연령대도 다양했다.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 친구끼리 찾아온 이들도 보였다. 작가에게 궁금했던 점을 허심탄회하게 물어보고 대답하는 자리였다.

정신실 작가의 책은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이 들게 한다. 그만큼 매일매일 가족과 자신의 민낯을 표현했다. 한 독자는 일기를 남에게 보여 주는 게 두렵지 않느냐고 물었다. 정 작가는 "가장 은밀하다고 생각하며 쓰는 글이더라도 결국 누군가는 본다는 가정하에 쓰는 것"이라고 답했다. 사생활이라고 썼지만 다른 사람과 공유하다 보면 결국 사람 사는 것이 다 비슷하다는 결론에 이른다며,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정신 건강에 더 좋다고 조언했다.

북 콘서트에는 연령대가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육아 일기를 매일 쓰는 것도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자녀 자랑만 잔뜩 늘어놓은 글이 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육아 일기를 쓰는 것은 아이들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 정신실 작가는 다른 사람에게도 육아 일기를 써 보라고 권한다. 엄마나 아빠가 집에서 일어난 사건을 글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글로 남기면 별 것 아닐 수 있었던 일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한 독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일기를 쓸 수 없을 만큼 지치고 힘들 때는 어떻게 회복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정신실 작가는 "회복을 내가 주도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냥 게임을 하거나 시간을 흘려보낸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정리되는 시점이 온다"고 대답했다. 그는 감정이나 상황이 바닥을 치면 바닥을 치게 놔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지금도 일상은 반복된다. 정신실 작가는 짜증나고 지루한, 반복되는 하루하루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려면 "뭐라도 쓰시라"고 권하며 북 콘서트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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