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서 언론은 보도를 통해 재난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보도하고 그 수습 과정을 돕는 것이 아니라, 취재를 통한 피해자 사생활 침해,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부풀리는 선정적 보도를 통해 재난의 일부가 되어 버리는 상황을 초래했다."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은 언론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피해자 지원 실태 조사단이 분류한 △단원고 학생 유가족 △단원고 생존 학생 및 그 가족 △단원고 학생 외 생존자 및 희생자 가족들 모두 언론에 대해 성토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언론을 뿌리 깊게 불신하고 있었다.

참사 초기 '전원 구조' 오보와 해수부·해경이 최선을 다해 구조하고 있다는 허위 보도는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피해자들 증언에 따르면 언론의 무리한 행태는 알려진 것보다 더했다. 7월 20일 열린 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원 실태 조사 결과 발표회에서 나온 언론에 대한 이야기를 종합해 봤다.

▲ 언론의 비윤리적 취재는 이미 알려진 것 이상이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생존 학생들을 취재하는 언론의 모습에서 취재 윤리는 보이지 않았다. 생존 학생과 그 가족들은 "참사 직후부터 병원, 연수원, 학교 복귀 이후까지 피해자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비윤리적인 취재를 해 왔다"고 말했다. 특별 전형이나 배·보상과 관련한 과장되고 왜곡된 언론 보도를 접하며 한국 언론과 한국 사회 전반에 뿌리 깊은 불신을 가지게 됐다.

발표자 김승섭 교수(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가 생존 학생들과 면담하며 들은 사례는 정도가 더 심했다. 학생 휴대폰을 고쳐 주겠다고 가져가 동영상을 재생하고 그걸 자기 핸드폰으로 찍어서 보도한다든가, 생존 학생에게 전화해 "나 OO 엄마야"라고 거짓말한 후 인터뷰를 딴다든가, 돈을 줄 테니 인터뷰해 줄 수 없겠느냐고 한다든가, 병원에 누워 있는 학생의 다리를 쳐 깨워서 인터뷰를 하자고 한다든가… '언론', '기자'라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거짓말로 취재하는 기자들

단원고 학생 유가족이나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이나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정보'였다. 여기에서도 언론은 실패했다. 유가족들은 정확한 정보는커녕 기자들 때문에 개인 정보와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아 상당히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했다.

한 일반인 희생자 어머니는 참사 후 불면증에 시달려 수면제를 복용했다. 어느 날 아침 잘 일어나지 못하자 딸이 119를 불렀다. 몸이 힘들어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을 뿐인데, 언론은 이를 '세월호 유가족 자살 시도'라고 기사화했다. 발표자 양옥경 교수(이화여대 사회복지)는 "언론이 드라마틱한 기사를 쓰기 위해 사실을 왜곡·과장했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재난이 일어나면 컨트롤타워가 피해자들이 원하지 않을 때 언론과 마주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원하지 않으면 인터뷰하지 않아도 되고 사진도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줘야 한다고 했다. 언론사 기자들도 참사 이후 제정된 '재난 보도 준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

경찰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참사 초기 경찰에게서 '보호'가 아니라 '감시'를 당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경찰복을 입고 있는 경찰뿐 아니라 사복을 입고 마치 유가족인 것처럼 행세하는 경찰을 많이 봤다는 것이다. 경찰은 참사 초기 시신 인도나 안내 등에서도 무능한 모습을 보였다. 시신이 올라오던 이틀째까지도 폴리스 라인 하나 없었다.

이에 대해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오지원 피해자지원점검과장은 "재난 상황에서 경찰의 역할이 무엇인지 매뉴얼이 전무하다. 신원 확인을 어떻게 한다든지 그런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단지, 범죄 예방을 위해, 자살 방지를 위해 '보고 있어라' 정도다. 그러니 그냥 옆에 멀뚱히 서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재난 상황에서의 매뉴얼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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