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결과 보고는 단원고 생존 학생에 대한 지원 내용이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아비규환에서 탈출한 생존 학생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처음부터 엉망진창이었다.

7월 20일 열린 '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원 실태 조사' 결과 발표회 두 번째 시간은 '단원고 학생 생존자 및 가족'에 대한 내용이었다. 한국행정학회 조사단은 1월부터 5월까지 생존 학생 19명, 가족 20명과 심층 면담을 했다.

발표는 김승섭 교수(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가 했다. 그는 "이 보고서는 아픈 기억을 더듬어야 하는 일임에도 '이거라도 할 수 있으면 할게요'라며 조사에 응한 생존 학생들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시기별로 나눠 결과를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 – 고려대 안산병원 – 연수원 – 단원고 복귀 – 대학 입학'이었다. 조사단은 각각 시기에 제대로 된 지원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어설픈 치유 시도에 멍은 더 깊어지고

생존 학생들은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빠져나온 과정을 '구조'가 아닌 '탈출'이라고 명명했다. 또 자신들이 배에서 무력하게 가만히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름대로 탈출을 시도했지만 "단원고 학생들, 그렇게 움직이면 구조가 더 어려워진다"는 방송이 나왔고, 내가 움직이면 다른 사람이 피해 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더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해경 보트를 탈 때도 분명히 "배 안에 다른 친구들이 있다", "데리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경은 배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학생들은 친구들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죄책감과 함께 구조에 무능했던 국가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

친구들을 두고 팽목항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는 학생도 있었다. 그러나 생존 학생들은 4월 말까지 안산 고대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일반 환자와 분리되지 않은 병실에서 다른 사람 눈치를 봐야했다. 가시방석이었다. 친구 장례식에 가는 것도 통제당하는 분위기였다.

▲ 김승섭 교수. ⓒ뉴스앤조이 구권효

생존자 학생들이 곧바로 학교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부모들은 중간 단계 프로그램을 요구했다. 학생들은 병원에서 나와 안산중소기업연수원에서 8주간 생활했다. 학생들은 연수원을 '쉬는 곳', '공부하는 곳', '감독당하는 곳' 등으로 다양하게 이해하고 있었으나, 심리 치료 면에서는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기본적으로 학생들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심리검사를 의무적으로 해야 했고, 자신들의 요구나 반응과 무관한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잦은 상담자 교체로 신뢰 관계 없이 참사 이야기를 반복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 입을 열게 하려고 "수학여행에 가면~ OO도 있고" 이런 식의 성급한 시도도 있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조사단은 "애초에 교육청은 생존 학생들이 연수원에 머무는 기간을 최대 2주로 생각하고 그 기간 동안 완결되는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존 학생들은 6월 25일 단원고로 복귀했다. 친구와 친구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지역사회에서 호기심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 뒤엉켰다. 급조된 교실과 새롭게 편성된 반에서 친구의 부재를 일상적으로 느꼈다. 수업 시간에 울음을 터뜨리는 경우도 흔했다. 자살을 기도한 학생도 있었다. 그 와중에도 7월에는 단원고에서 국회까지 도보 행진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단원고 출신'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김승섭 교수는 말 많았던 '대입 특별 전형'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특별 전형은 학생들이나 부모들이 요구한 게 아니다. 교육부가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생존 학생과 그 가족들은 부정적인 언론 보도와 인터넷 댓글로 심각한 상처를 받았다. 한 학생은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발표했다.

애도할 권리는 어디 있나

학생들과 부모에게 힘이 되었던 것은 같은 일을 겪은 친구와 부모들이었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모임을 형성하고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학생들 요구에 따라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장기간 아이들과 만났던 한 단체와 단원고 스쿨닥터도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긴 시간 만나면서 신뢰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김승섭 교수는 "단기적·압축적 치료가 아닌 트라우마의 사회적 치유를 위한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약을 먹거나 프로그램을 한다고 해서 치유될 거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특히 조사단은 생존 학생들이 친구의 장례식에 가지 못한 것을 굉장히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청소년 피해자의 주체성과 특수성을 고려한 지원과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할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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