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자 지원과 관련해서는 참사 이후 공식적인 첫 발표였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심정은 여전히 2년 전 그때와 같았다. 특히 단원고 희생자 가족들은 '진상 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받는 어떤 지원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 않았다.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이석태 위원장)와 아주대 산학협력단, 한국행정학회,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이 공동 주최한 '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원 실태 조사' 결과 발표회가 7월 20일 백범김구회관에서 열렸다.

이 조사는 특조위 주관 아래 올해 1월부터 시작했으며 △단원고 희생자 가족 △단원고 생존자 및 가족 △일반인 생존자 및 희생자 가족으로 나누어 이뤄졌다. '피해자 지원' 관점에서 공식적으로 이뤄진 조사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다.

단원고 희생자 가족에 대해서는 조선미 아주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발표했다. 아주대 산학협력단은 1월부터 6월까지 유가족 145명을 심층 면담했다. 희생 학생 부모가 90% 이상이었고 형제자매도 8% 있었다.

자식 그렇게 보내고 나 살자고 지원받겠나

'피해자 지원'에 대한 희생자 가족의 기본적인 의견은 "현 시점에서 지원은 중요하지 않다"였다. 조사단은 "생각이나 감정이 참사 당시에 머물고 있음"이라는 소견을 냈다.

"지금 지원 이야기를 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잖아요. 지원이든 배·보상이든 진상 규명이 되어야 말할 수 있는 거죠."

"우리는 나라를 믿고, 학교를 믿고, 무슨 일이 생기면 나라가 다 알아서 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믿을 수 없어요."

"몸도 마음도 너무 괴롭지만 아이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이 너무 커서 치료받을 생각을 안 해요. 자식을 그렇게 보내고 부모라는 사람이 저만 살자고 무슨 지원을 받겠어요."

실제로 조사 항목 중 생계 지원 부분에는 '보통'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조선미 교수는 "이건 어느 정도 만족했다는 게 아니다. 그냥 주니까 받은, 수동적인 입장이다. 가족들 대부분 생계 지원 부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생계나 물품 지원에 대해서는 불만이 크지 않았다. 참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가족들이 가장 원한 것은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였다. 구조 현황과 시신 수습 등 모든 부분에서 정보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정보 제공 항목에 피해자 가족들은 거의 100% '매우 불만'을 표시했다.

▲ 세월호 유가족 30여 명도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단원고 피해자 가족에 대한 심리 치료 및 의료 지원은 참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초기 진도에서는 거의 "무정부 수준의 혼란"을 겪었다. 후에는 진실 규명 때문에 지원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이제야 몸과 마음이 정상이 아닌 것을 느꼈다. 나는 아니더라도 다른 가족이 지원을 받았으면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지원 기간이 끝난 상태다.

조사에 응한 피해자 가족들이 겪고 있는 신체 증상은 '전신 피로' 80.9%, '수면 문제' 75.4%, '두통, 눈의 피로' 72.7%, '소화 문제' 60.4% 순이었다. 전에는 없었는데 참사 후 질환을 얻은 경우는 '위염·위궤양' 20명(17.2%), '고지혈증' 16명(13.9%) 순이었다.

심리적 후유증의 경우, '우울·절망' 78명(55.3%),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79명(56%)으로 나타났다. '자살 시도'도 6명(4.3%)이나 있었다. 조선미 교수는 "희생자들의 형제자매를 많이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더 높은 수치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회적 관계 때문에 얻는 2차 트라우마도 심각했다. 피해자 가족은 같은 유가족들 외에는 유대감을 형성하기 어려웠다. 친구나 가족마저도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시민에 대해서는 지지와 격려에서 큰 힘을 얻은 반면, 배·보상 관련 오해 때문에 부담스러워하는 양가적인 감정이 있었다. 교실 존치 문제로 단원고를 비롯한 지역사회 관계자들과 갈등이 생긴 부분도 힘들어했다.

'사건의 원인 파악', '책임자의 사과', '책임자 처벌', '동일한 사건 예방에 대한 기대', '지원 및 보상에 대한 만족도', '고통에 대한 보상', '정부의 역할 이행' 등 거의 모든 부분에 '전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유가족이 대다수였다.

조사단은 "유가족에게 진상 규명은 남은 삶의 의미이고, 정의 및 안전 사회 구현을 통한 회복을 의미하므로 진상 규명 없이는 치유가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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