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원고가 세월호 참사 희생·미수습 학생들을 '제적'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안산 단원고등학교가 지난 1월 세월호 참사 희생·미수습 학생들을 제적한 것으로 알려져 유가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5월 9일 오후 5시 현재, 유가족 수십 명이 단원고 행정실 앞에서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 한 명이 쓰러져 응급차에 실려 갔다.

단원고는 지난 1월 21일 경기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희생 학생들의 학적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2016학년도 신입생 입학 및 재학생 진급으로 희생 학생들의 학적을 현 상태로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썼다.

△2016학년도 개학 이전에 세월호 참사로 희생(실종)된 학생들의 학적을 제적 처리하고자 함. △그러나 세월호 참사의 특수한 상황으로 제적 처리가 어렵기 때문에 관련 법령 등을 검토하여 학적 처리 지침을 빠른 시일 내에 시달하여 주기를 바람.

경기도교육청은 1월 25일 단원고의 공문에 회신했다.

△학적 처리(학년 과정의 수료 또는 졸업 인정) 권한은 학교장에게 있음. △학생이 사망하였을 경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공적인 서류를 받아 내부 결재를 통해 제적 처리해야 함. △실종 학생 처리는 '민법'에 따름.

이에 따라 단원고는 희생·미수습 학생들을 제적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단원고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현재 학교는 유가족들의 항의로 업무가 마비된 상태였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단원고에서 먼저 생존 학생들의 학적 처리를 위해 공문을 보내 왔다. 학적을 처리하려면 전산 시스템 마감을 해야 하는데, 마감은 학생 개인별로 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하게 되어 있다. 교육청은 원론적인 입장에서 법령을 준수하고 관계 서류를 받아 학교장이 제적할 수 있다고 회신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학생이 사망했을 경우, 의무교육인 초등·중학교에서는 '면제' 처리하고, 의무교육이 아닌 고등학교에서는 '제적'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감한 사항인데 부모님들과 한 번쯤 상의할 수도 있지 않았느냐, 유가족들이 뒤늦게 알게 되어 더 충격이 큰 것 같다고 말하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 가족들은 경기도청, 경기도교육청, 단원고등학교 등과 단원고 기억 교실을 이전한다는 협약식을 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학생들의 책상과 물건을 잠시 교육청 인근으로 이전했다가, 단원고 근처에 기억 공간을 건립한 후 다시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세월호 가족들은 학교와 교육청에, 아직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고 대한민국의 교육 문제를 재고해 보자는 취지로 교실을 유지해 달라고 계속 부탁해 왔다. 2016학년도 신입생이 입학하니 그 전에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아예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재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무조건 교실을 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수개월간의 협상 끝에 결국 세월호 가족들은 원하지 않는 내용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참담한 마음을 가눌 시간도 못 가진 채 학교가 아이들을 제적 처리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유가족들은 "우리 아이는 자퇴한 적이 없다"며 '졸업'이 아니라 '제적' 처리된 것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

※ 논란이 불거지자 경기도교육청 이재정 교육감은 저녁 8시경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사과했다. 다음은 이 교육감의 트윗.

"단원고 희생 학생들에 대한 단원고의 행정 조치에 대하여 깊은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죄송합니다. 아직 모든 문제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성급한 절차의 무리였습니다. 학교를 설득하여 다시 되돌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행사 관계로 늦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