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생존 학생들과 희생자 형제자매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시 봄이 올 거예요> 북 콘서트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과 희생자 형제자매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다시 봄이 올 거예요>(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창비) 출간 기념 북 콘서트가 열렸다. 4월 21일 서울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는, 단원고 희생자 남지현 양의 언니 남서현 씨박성호 군의 누나 박보나 씨가 나와 이야기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형제자매들이 느낀 것은 부모님들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이들은 어른들의 무책임에 상처받았다.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 언론, 혹은 특별한 날이 되어야만 찾아오는 기자들, 여전히 '가만히 있으라'는 선생님들에게 실망하고 배신감을 느꼈다.

그간 세월호 참사 희생자 형제자매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별로 없었다. 고단한 싸움을 지속하는 부모님들은 나머지 아이까지 잃고 싶지 않다며 형제자매들이 나서는 걸 말렸다.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2주기가 되어서야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 남서현 씨와 박보나 씨가 패널로 나왔다. 이지애 아나운서가 사회를 봤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여러 뜻을 담고 있다. 서현 씨는 이 제목을 들었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우리가 전처럼 가만히 있으면 다시 이런 처참한 봄이 반복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와, 그럼에도 생존 학생들과 희생자 형제자매들이 지금 잘 견디고 있기 때문에 결국 봄이 오고야 말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보나 씨는 제목 때문에 봄에만 읽히면 어쩌나 걱정하면서도, 슬프지만 희망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 여러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참사 이후를 돌이켜 보았다. 서현 씨는 이 사회에 대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나쁜 모습"을 많이 봤다고 했다. 정부와 언론, 어른들을 보면서 느낀 점을 끊임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걸 보고도 분노하지 않는 어른들, 방관하는 어른들에 대한 실망이 크다고 했다.

서현 씨는 책에서 한 친구의 이야기를 언급한다. 그 친구는 서현 씨에게 말했다. "만약에 내 동생이 그렇게 됐으면 나는 지금쯤이면 잘 살고 있을 텐데, 너는 워낙에 정이 많아서… 아직까지 이러니까 내가 마음이 아프다. 너무 속상하고." (326쪽) 자신을 위로하려고 한 말이라는 건 알았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제 주변에도 가족을 잃은 친구들이 있어요. 다들 그렇잖아요. 근데 저는 지금 아직까지 범인을 못 잡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사건은 단순히 제 동생에게만 일어난 게 아니고 304명이 희생됐고, 구할 수 있었음에도 구하지 않았고, 아직 진상 규명이 안 됐어요.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는 유가족들이라는 거죠. 세월호 참사라는 큰 그림 안에서 봐 줬으면 좋겠는데 아주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가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보나 씨는 최근 논란이 되었던 단원고 기억 교실 존치 문제에 대해, 성호의 누나이자 단원고 졸업생으로서 한마디 했다.

"형제자매들에게 교실은 특별한 의미예요. 저희는 어디에서든 울 수가 없거든요. 집에서는 부모님이 우시니까 울 수 없고, 학교에서도 울면 왜 우냐고, 왜 아직까지 우냐고 하니까. 교실은 형제자매를 만나면서 그때라도 맘 편히 울 수 있는 공간이에요.

저희 형제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듣고 참사를 당했는데, 어른들은 아직도 우리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해요. 여기에 분노해서 많은 형제자매가 교실 존치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 같아요. 사실 교실의 진짜 주인은 교육청이나 교장, 재학생 부모들이 아니잖아요. 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 재학생들, 학교를 졸업하고 사랑하고 지켜 가야 할 졸업생들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어디에서도 그런 얘기를 듣지 않았어요.

그래서 서현 언니랑 단원고 졸업생들 이야기를 모아 보자고 했어요. 역시나 교실 존치 문제를 처음 들어 본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모든 사건에서 당사자의 이야기는 빠졌어요. 그냥 어린아이들이라고 듣지 않는 것 같아서 답답해요. 이제라도 교육청이나 부모님들이 재학생들, 졸업생들 이야기를 들어 보시면 좋겠어요."

형제자매들은 세월호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관심을 가지면 "이제 너의 삶을 살아라", "너를 잊어버리지 말아라"는 말을 듣기 일쑤였다. 서현 씨는 "이제 이게 남서현이에요. 이게 내 삶이에요. 나는 지금 최선을 다해 살고 있어요. 이제 아무리 해도 제 삶을 4월 16일 이전으로 돌릴 수 없잖아요. 그걸 안고 살아가는 게 형제자매들의 삶이에요. 그러니 안쓰럽게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보나 씨는 "우리를 '세월호 세대'라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그 말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세월호 참사는 어른들의 잘못 때문에 일어난 거잖아요. 그걸 우리에게 뒤집어씌우는 느낌이었어요. 지금은 '우리는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말자'고 생각해요. 이 세월호 세대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 참가자들은 박수로 두 형제자매를 응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마지막으로 서현 씨는 '공감'을 이야기했다. 그는 "공감하지 못하는 괴물이 되고 싶지 않아요. 공감하지 못하면 관심을 가지지 않고 행동도 못 하게 돼요. 세월호 참사가 자기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얘기했다. 보나 씨는 "비방 글 모니터링을 하면서 죽은 자나 산 자나 인권,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모습을 많이 봐 왔어요. 그런 게 지켜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른들이 저지른 일이니까 어른들이 꼭 해결하라고 얘기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100여 명의 참가자들은 박수로 이들을 응원했다. 또 이번 북 콘서트 공개 채팅방에 위로와 공감의 소감을 올렸다. "봄이 아니어도 관심이 중요한 것 같아요. 늘 잊지 않는 거", "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응답할 사람이 많이 있다는 거, 저도 관심을 가지고 응원하겠습니다", "그만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사람들은 세월호를 그저 슬픔에 머무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두 분의 얘기를 들으면서, 세월호는 마냥 슬퍼할 문제가 아니라 기억하고 함께 싸워야 할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걸 새기게 됩니다".

어른들의 이야기

▲ 2부에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 오른쪽부터 박래군 소장, 김은지 선생님, 김중미 작가, 이지애 아나운서. ⓒ뉴스앤조이 구권효

2부는 <다시 봄이 올 거예요>를 읽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 아동문학가 김중미 작가와 단원고 스쿨닥터 김은지 선생님, 416연대 상임위원이자 인권재단 사람의 박래군 소장이 패널로 나왔다. 이들은 각자 인상 깊었던 책 내용을 낭독한 후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래군 소장은 28년 전 동생을 잃었다. 고 박래전 열사는 군부 타도를 외치며 분신했다. 박 소장은 "누구도 유가족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에게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결국 자기 몫의 슬픔은 오롯이 남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세월호 희생자 형제자매들이 잘하고 있다며, 사람들에게 아이들을 너무 위로하려고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거리를 자각해야 한다"고 했다.

김중미 작가는 "책을 보면서 우리가 이렇게 들으려고 하지 않았구나 하는 걸 느꼈다"며 아이들에게 "버텨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의 슬픔과 아픔을 계속 더 들어 주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내가 원하는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른들은 항상 걱정하는 마음에 한 번 더 이야기하고자 하지만, 그 마지막 한 번을 참아야 한다고 했다. 김 작가는 "이런 일을 겪으면서도 아이들은 '우리 함께 살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 메시지가 굉장히 크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김은지 선생님은 단원고 생존 학생들을 돌보던 이야기를 했다. 어느 날 유난히 힘들어하는 한 학생이 그를 찾아왔다. 그는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제안했고 그것이 어떤 내용인지 설명했다. 설명을 다 들은 학생은 "선생님, 이런 거 말고 그냥 제 얘기 좀 들어 주시면 안 돼요?"라고 말했다. 김 선생님은 '나의 소통 방식이 바로 세상 어른들의 소통 방식이었구나. 그래서 아이들이 자꾸 안으로만 들어가는 거구나'라고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이 잘 커 갈 것이라 믿는다며, 생존 학생들을 '슬픔덩어리, 아픔덩어리'로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래군 소장의 말로 2부를 마무리했다. 그는 세월호 가족들을 위해서, 형제자매들을 위해서, 함께하는 우리 모두를 위해서 노란 리본을 달자고 말했다.

"2년간 변한 게 없다는 말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권력은 변한 게 없죠. 하지만 진짜 변한 건 우리 자신이에요. 변한 게 없다는 말은 우리 스스로를 저평가하는 거예요. 절망스럽게 만드는 거죠. 가장 큰 변화는, 우리가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 내고 있다는 거예요. 그런 '공감의 연대'가 2년간 이뤄졌다는 거죠. 오히려 1주기 때보다 2주기 때 추모 행사가 더 많았고, 시민 스스로 그걸 만들어 냈어요. 공감의 연대를 넘어 '실천의 연대'로 넘어갔다고 생각해요.

나 한 사람쯤이야 싶겠지만, 그냥 추모제 때 함께해 주는 것만으로도 세월호 가족들이나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는 힘이 돼요. 노란 리본, 배지 다는 거 사실 별 거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이건 2년이 지나도 잊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는 거예요. 그런 '의지의 연대'가 필요해요. 너희는 지워 버리려고 하고 망각의 늪으로 묻으려고 하지만, 우리는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 가만있지 않고 끝까지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모으는 일이 필요한 것 같아요."

▲ <다시 봄이 올 거예요> /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펴냄 / 360쪽 /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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