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본향교회에서 4월 24일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예배가 열렸다. 왼쪽부터 시찬이 아빠, 시찬이 엄마, 다윤이 엄마, 은화 아빠, 은화 엄마, 오상열 목사. ⓒ뉴스앤조이 구권효 기자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대형 교단 총회장이 직접 나선 것은 처음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 교단 차원에서 세월호 2주기 예배를 드렸다.

4월 24일 채영남 총회장이 담임하는 광주 본향교회에서 열린 예배에는 미수습자 가족 은화 부모님, 다윤이 엄마, 유가족 시찬이 부모님이 함께했다.

본향교회는 이날 주보 1면에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올렸다. 미수습자 아홉 명은 진하게 표시했다. 광고 면에는 '0번'으로 '기도해 주십시오'라는 문구와 함께 미수습자 아홉 명의 이름을 썼다. 본향교회는 그 주의 설교로 구역 성경 공부를 한다. 주보 구역 성경 공부 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 오신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과 유가족들의 아픔을 우리가 어떻게 알 수가 있겠는가? 위로와 지지는커녕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정치인들이, 언론인들이, 심지어 교회들까지도 이분들에게 상처를 주었다. 오늘 예배를 드리면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헤아리고, 위로하며, 함께 기도하며, 마음을 나누고 동행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 본향교회 주보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이름과 미수습자를 위한 기도 제목이 쓰여 있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부교역자들과 봉사자들은 교인들에게 주보와 함께 노란 리본을 나눠 주었다. 예배실에 앉아 있는 400여 명의 교인들은 모두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게 되었다. 성가대의 찬양은 기독교인들에게 익숙한 곡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였다. 성가대의 찬양을 맨 앞자리에서 듣는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들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쳤다.

▲ 교인들은 모두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세월호 가족들은 맨 앞자리에 앉아 예배를 드렸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채영남 총회장은 '예수님의 마음 단장지애(斷腸至愛)'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그는 사람이 겪는 고통 중 가장 큰 것이 자식을 잃는 슬픔이라고 했다. 세월호 가족들은 눈앞에서 자식들이 죽어 가는 것을 봐야 했고, 살릴 수 있었는데 살리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가장 슬픈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들을 매도하지 말고 이들과 연대하고 동행하라고 했다.

이를 위해 채영남 총회장은 예수님의 마음을 본받아야 한다고 했다. 예수님은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셨다'. 이 말은 헬라어 '스플랑크니조마이'로, 창자나 내장을 뜻한다고 했다.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은 슬픔이라는 것이다. 이 예수님의 단장지애가 있어야 세월호 가족들도 진심으로 위로받을 수 있다고 했다.

돌려 말하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사건은 그 진실이 권력의 핵심과 연관돼 있다고 했다. '위안부'가, 광주가, 세월호를 예로 들었다. 그러나 역사는 길고 권력은 짧다고 했다. 또 세월호 참사는 돈이 우상이 된 사회에서 일어난 구조적인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독교인들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 채영남 총회장은, 역사적으로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사건은 권력 핵심이 개입해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예배 후 간담회를 진행하는 채영남 총회장. ⓒ뉴스앤조이 구권효

예배가 끝난 후 가족들이 단상에 올랐다. 한 사람씩 소개한 후 은화 엄마가 미수습자 가족 대표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위로를 받았다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자식을 잃고 찾지 못해 정말 단장지애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일은 우리가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날씨와 잠수사들의 안전, 유실 없는 인양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했다.

한편, 예배에는 국민의당 천정배·김동철·권은희 의원이 참석했다. 김 의원은 예배 전 세월호 가족들과 있을 때, 천·권 의원은 예배가 끝난 후 단상에 서서, 19대 마지막 임시국회 때 세월호특별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법 개정은 특조위의 활동 기간 연장과 특검 실시, 특조위에 세월호 선체 조사 권한 부여 등을 골자로 한다.

▲ 은화 엄마가 세월호 가족 대표로 이야기했다(사진 위). 국민의당 천정배·권은희 의원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세월호특별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사진 아래). ⓒ뉴스앤조이 구권효

"자식 찾아 축하받고 싶다"

본향교회 새가족실에서 식사를 하며 짧게 간담회를 열었다. 채영남 총회장과 교회 중진들이 세월호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왔다. 국민의당 천정배·김동철·권은희 의원은 예배에는 참석했지만, 간담회 전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찬 아빠가 먼저 입을 열었다. 4·13 총선 전후로 체감하는 게 좀 다르다고 했다. 간담회도 계속 잡히고, 2주기 행사 때도 많은 시민이 함께했다. 무엇보다 가족들을 공격했던 종편과 보수 신문들에서 세월호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시찬 아빠는 이런 상황을 아이들이 만들어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못난 부모님 대신해서 해 준 것 같아 또 한 번 미안했다고 말하는 그의 입이 떨렸다.

다윤 엄마는 배가 올라와서 가족을 찾는 게 미수습자 가족이 원하는 인양이라고 말했다. 그 배로 진실 규명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유가족이 되고 싶다"며 울었다. 옆에 있던 시찬 아빠가 "우리는 아이를 찾았을 때 축하해 주고 축하를 받았다. 어서 빨리 아이 찾은 걸 축하해 주고 싶다"고 말하며 또 울었다. 은화 엄마는 "그때 팽목에서는 아빠로서 엄마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 거침없이 나왔다"고 말했다.

▲ 예배 후 새가족실에서 간담회가 열렸다. 교회 장로와 지역 교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간담회에 참석한 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관 관장 김헌곤 목사는 부모님과 형제들을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잃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며, 아이들의 무고한 죽음도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성시화운동본부 공동대표 이정재 박사는 "말씀을 들으며 계속 울었다. 여야 의원들과 각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에게 힘닿는 대로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본향교회 김은중 장로는 "TV 보면서 안타까워하고 그뿐이었는데, 오늘 직접 가족들을 만나니 그 마음을 더욱 체감하게 됐다. 여러분들의 대변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채영남 목사는 마지막으로 예장통합 교단 차원에서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는 예배 및 간담회가 이 한 번으로 끝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총회가 하는 좋은 일들이 한 번 행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개교회에 맡기지 말고 본부가 각별히 신경을 쓰라고 당부했다. 가족들과 약속했던 100교회 간담회도 서둘러 추진하라고 했다. 취재진에게도 교회를 부각하지 말고 세월호 가족들을 부각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계속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진실이 승리하는 결과를 우리가 만들어 내야죠. 정부가 그냥 막 덮으려고 하니까, '위안부'도 덮이고 광주도 덮이고 세월호도 덮이려고 하잖아요. 근데 그렇게 한다고 덮입니까? 계속 이 문제를 기도하면서 진실이 맺히게 해야죠."

▲ 예배 후 교인들은 세월호 가족들과 인사하며 예배당을 빠져나갔다. 교인들이 모두 나간 후 마지막으로 채영남 총회장이 가족들과 포옹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구권효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