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내일은 세월호 참사 2주기다. 참사가 발생한 지 2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세월호는 바닷속에 있다. 미수습자 9명도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304명이 숨을 거뒀지만, 세월호 참사 원인과 '진실'은 지금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세월호 2주기를 맞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가 전국 교회를 향해 목회 서신을 발표했다. 서신 제목은 '세월호여!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초석으로 부활하라'이다.

교회협은 서신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교회는 고난받는 이들의 선한 이웃이었습니까? 울다 지친 저들을 대신해서 외치는 자의 소리로서의 사명을 잘 감당해 왔습니까? 비용을 이야기하고 효율성을 이야기하는 세상을 향해서 우리 주님은 한 목숨을 천하보다 소중히 여기셨노라고, 조금 더디 가고 조금 가난해 질지라도 아픔을 기억하고 진실 규명을 위해 함께 동행하는 것이 곧 하나님의 뜻이라고 선포해 왔습니까? 끝나지 않은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교회협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야 할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활동이 오는 6월 종료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침몰 진실을 낱낱이 밝혀낼 때까지 특조위의 활동 기한을 연장하고, 세월호 특검도 도입해 어떠한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진실 규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아래는 교회협 목회 서신 전문.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전국 교회에 보내는 목회 서신

"주께서 모든 얼굴에서 눈물을 씻기시며 자기 백성의 수치를 온 천하에서 제하시리라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셨느니라."(이사야 25:8)

부활의 은총이 한국교회 위에 늘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온 국민의 가슴을 졸이게 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년이 됐습니다. 재잘재잘 웃고 떠들며 수학여행을 떠났던 학생들,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던 가족들, 운송해야 할 짐을 잔뜩 싣고 바다 건너 일터로 향하던 이들, 그렇게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304명의 평범한 이웃들이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깊고 깊은 바다 속으로 빠져 가던 참혹한 광경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9명의 미수습자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차디찬 바다 속에 잠겨 있습니다. 기울어져 가는 캄캄한 배 안에서 "단 한 사람도 다치지 않고 무사하게 해 주세요" 라고 간절히 기도하던 학생들의 기도 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데, 정말 죽고 싶지 않다고, 무서워 죽겠다고" 절규하던 음성이 우리의 가슴을 칩니다. 말도 안 되는 참사로 인해 가족을 잃고 울부짖는 유가족들의 비명이 더할 수 없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다시 한 번 4월 16일을 맞이하게 됐지만 여전히 세월호 참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목숨보다 귀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눈물로 묻습니다. "도대체 왜 그 궂은 날씨에 세월호는 운항을 강행했나요? 그 커다란 배가 어째서 그렇게 무기력하게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으며, 도대체 왜 단 한 사람도 구조하지 못했던 건가요?" 선박 회사와 승조원들이 승객을 안전하게 피신시켜야 할 책임을 다하지 않고 꼼짝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반복해서 명령했던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제발 좀 알려 달라고 가슴을 찢으며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대답해 주지 않습니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 두려워 떨던 승객들을 향해 가만히 있으라고 명령했던 것처럼, 그 가족들을 향해서도 가만히 있으라고, 이젠 그만 잊어버리라고 강요하는 소리만 들려올 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가만히 있지 않으셨습니다. 거룩하고 복된 하늘 보좌를 버리고 인간이 되어 이 땅에 오셨습니다. 성전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어 버린 불의한 세태 앞에서 침묵하지 않고 호통치며 바로잡으셨습니다. 하나님과의 거룩한 교제를 통해 안식을 누리게 하신 안식일의 본래 목적을 되찾기 위해 몸소 맞서 싸우셨습니다. 비웃고 조롱하던 무리들을 피하지 아니하시고 저들 가운데로 십자가 지고 나아가셨습니다.

교회는 고난받는 이들의 선한 이웃이었습니까? 울다 지친 저들을 대신해서 외치는 자의 소리로서의 사명을 잘 감당해 왔습니까? 비용을 이야기하고 효율성을 이야기하는 세상을 향해서 우리 주님은 한 목숨을 천하보다 소중히 여기셨노라고, 조금 더디 가고 조금 가난해 질지라도 아픔을 기억하고 진실 규명을 위해 함께 동행하는 것이 곧 하나님의 뜻이라고 선포해 왔습니까?

끝나지 않은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다행스럽게도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참사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특조위는 진상 규명을 위한 예산조차 제대로 책정받지 못한 채 오는 6월, 해산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계획대로라면 선체 인양이 7월 내지는 8월경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때가 되면 이미 특조위는 유명무실해져 버려서 진실 규명을 위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게 될지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진실은 깊고 깊은 어둠 속에 영원히 묻혀 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무엇이 두려워서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램을 이토록 무참히 짓밟는 걸까요?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한은 인양된 선체를 구석구석 철저히 조사함으로써 침몰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낼 때까지 보장되어야 합니다. 세월호 특검을 도입하여 어떠한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진실 규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제20대 총선에서 국민들은 변화를 향한 뜨거운 열망으로 여소야대의 국면을 만들어 냈습니다. 국민들이 바라는 변화의 첫걸음은 바로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나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전 국민적 열망을 위해 일하는 국회가 되도록 우리 모두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독려해야 할 것입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부모보다 먼저 가 버린 자식이 왜 그렇게 죽어갈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은 우리의 평범한 이웃입니다. 내 아이를 잃은 아픔이 얼마나 큰지 너무나 잘 알기에 더 이상 이런 말도 안 되는 참사로 인해 상처 입고 고통받는 이들이 생겨나지 않기를 간절히 소원할 뿐입니다. 저들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되고, 저들의 간절한 소망이 하루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기도해 주시고 동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슴 아픈 이름 '세월호'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초석으로 부활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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