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2주기가 지난 4월 18일, 김동수 씨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1년 전보다 희망적이기는 하지만 4월 16일은 세월호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사람들에게 쉽게 지나가기 힘든 날이다. 그날의 고통과 아픔은 겪어 보지 않고서는 이야기할 수 없다.

비극적인 소식이 들렸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승객 20여 명을 구해 '파란 바지의 의인'으로 불리던 세월호 참사 생존자 김동수 씨가 4월 18일 오후 1시 30분경 제주도청 1층에서 흉기로 자기 손목을 그었다. 김 씨는 청원경찰에 제압당했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손을 30바늘 정도 꿰맨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2주기가 다가오며 가슴을 졸였다는 김동수 씨 아내 김형숙 씨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참사 이후 계속해서 손발이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차라리 잘라 버리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번에도 자신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부 관료들에게 알리려고 (자해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참사 이후 생존자들에 대한 관심과 대책은 없었다. 2주기 때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남편은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수 씨의 자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3월 김 씨는 제주 자택에서 왼쪽 손을 흉기로 그었다. 화물기사였던 김 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화물차를 운전하지 못한다. 배 안에 있던 아이들이 자꾸 생각나고 반복적으로 악몽을 꾸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때때로 몸이 자기 맘대로 움직이지 않기도 한다. 참사 당일의 충격이 컸지만, 정신적인 피해를 키운 건 생존자들을 책임지지 않고 지원을 끊어 버린 정부다.

그는 작년 12월,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1차 청문회 때도 자해를 한 바 있다. 방청석에 있던 김 씨는, "잘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증인들의 대답을 듣다가 폭발했다. "한 놈만 미안하다고 해라. 변명하지 마라"고 중얼거리던 김 씨는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자기 배를 자해했다.

김동수 씨 가족들은 조마조마하며 살고 있다. 김 씨의 트라우마를 치료해야 하는데 제주에는 그만한 시설도 인력도 부족하다. 생계를 이어갈 걱정도 해야 한다.

비극적인 소식은 또 있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한 종편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해경이 구조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던 홍가혜 씨도 18일 밤 자택에서 자살을 기도했다.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어, 현재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가혜 씨는 인터뷰 이후 해경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해 구속 수감까지 되었다. 그러나 참사 당시 해경이 실제로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 소송은 '무혐의'로 판결났다.

그보다 더한 고통은 언론과 네티즌들의 악성 루머, 인신 공격이었다. 네티즌 중에는 "차라리 자살해라"는 말과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성적인 욕설을 서슴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최근까지 이런 공격을 받아 온 홍 씨는 자살 기도 전 자신의 SNS에 "나보고 분신이라도 하라고, 죽으라고, 저주를 퍼붓는 그 사람들 말이 맞다. 죽어야 모든 게 끝난다"는 글을 올렸다.

홍가혜 씨의 지인에 따르면, 홍 씨는 세월호 사건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다. 홍 씨의 자살 기도는 이번이 5번째였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