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신대학교 학내 동아리 카도쉬는 동성애 예방 콘서트를 주최했다. 성 소수자들은 콘서트 포스터(왼쪽)에 인용된 성경 구절 중 "반드시 죽일지니"라는 표현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학내에서 반대 피켓 시위를 계획하고 변형한 포스터도 만들었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성 소수자 및 지지자 10명과 총신대 학생 및 관계자 100명의 싸움이었다. 3월 31일 오후 6시 30분부터 총신대학교(김영우 총장)에서 '동성애 예방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강의가 진행됐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강의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성 소수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 몇몇이 콘서트가 열리는 총신대 내 종합관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려고 모여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총신대 정문 안으로 30미터 정도 진입한 후 이내 가로막히고 말았다.

처음에는 정문 경비가 이들을 막았다. 학교에서 열리는 행사를 반대하기 위해 교정 안에 들어설 수 없다며 일행을 제지했다. 시위 참여자 중 한 명은 여장 남성이었다. 그는 하늘색 가발을 쓰고 짙은 눈화장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나타났다. 여성들이 입을 법한 화려한 색감의 옷도 입었다. 남성이지만 최대한 화려한 여성으로 분장했다. 이 행동은 '드래그 퀸(Drag Queen)'이라 불리는데 역사적으로 성 소수자들이 저항할 때 주로 택한 방식이다.

길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복장을 입은 남성의 등장에 학교 내에서 교수, 학생들이 하나둘 내려오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학생들도 발걸음을 멈췄다. 여기저기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의 집에 와서 왜 저래", "관종(관심받고 싶어 하는 사람) 같은데", "정신이상자들 아니야" 등 학생들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 성 소수자와 지지자들은 오후 5시 30분경 총신대학교 정문에 도착했다. 주변에 학교 관계자들이 몰려 있다. 학생들은 길 건너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대치 상태로 30여 분이 지나자 학교 관계자는 피켓을 내려놓으면 들여보내 주겠다고 말했다. 주최 측도 이들의 입장을 막지 않았고, 오히려 콘서트장에 들어오는 것을 권장했다고 전했다. 다만 총신대 학내에서 시위를 할 수는 없다며 피켓을 들지 않고 입장할 것을 요구했다.

대치가 계속되자 총신대 대의원 총회 학생의장이 나섰다. 의장은 처음 만들어진 콘서트 웹 포스터에 "누구든지 여인과 동침하듯 남자와 동침하면 둘 다 가증한 일을 행함인즉 반드시 죽일지니"(레 20:13)라는 성경 구절이 들어간 것을 고쳤다고 했다. 옳지 않은 구절이라 생각해 수정했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 달라고 부탁했다. 정중하게 말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가까이 다가와 성 소수자들에게 "개소리하시네요"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이 성 소수자 가까이 접근하자 주최 측에서는 둘 사이를 떨어뜨려 놓았다. 주최 측은 성 소수자 주위를 둘러싸고 학생들 접근을 막았다. 우리를 믿고 맡겨 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번 콘서트를 계획한 학내 동아리 카도쉬(KADOSH)는 2016년에 생긴 신생 동아리다. 이들은 이날 행사를 총지휘했다. 성 소수자가 학내에 진입 못 하게 맨 앞에서 막은 것도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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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도쉬는 일사분란한 모습으로 움직였다. '프레스' 명찰을 단 학생은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대치 상황을 촬영했다. '스태프' 명찰을 단 양복 입은 남성 10여 명이 성 소수자 앞을 가로막고 일렬로 서 있었다. 이 중에는 학교 측 요청을 받고 스태프로 참여한 총신대 군목단 소속 학생들도 있었다. 대치 상황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든 학생들에게는 '모여 있지 말고 위로 올라가 달라'고 외쳤다. 기자는 스태프에게 왜 모여 있지 말라고 하는 것이냐 물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1시간 후 또 다른 학교 관계자가 나왔다. 이번에는 피켓을 놓고도 들어갈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미 누군지 알게 된 마당에 성 소수자가 교내에 진입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는 없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외부에서 집회하고 이야기하면 되지 굳이 피켓 들고 학교 안으로 들어오려는 이유가 뭔가. 총신대는 교육의 장이고 여기는 학교 땅이다. 학교 허락을 받지 않고 집회를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고 말했다. 특이한 복장을 한 사람을 학내에 들일 수 없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박무용 총회장·예장합동) 소속 한 목사는 "저들의 입장과 우리 입장이 다른데 대치하는 것보다 이해를 좀 해 줬으면 좋겠다. 총회 입장과 다른 사람들이 교단 학교에 들어서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지 않나. 총신대 내 성 소수자 모임이 있다는 것이 알려진 후 교단 목사들에게 항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 학교나 총회 입장에서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정문 밖으로 나온 성 소수자와 지지자들은 성찬 예식을 진행했다. 열린문공동체교회 크레이그 바틀렛 목사(왼쪽)과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가 번갈아 가며 성찬을 집례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오후 7시가 다 되어서야 성 소수자들은 총신대 정문 밖으로 나왔다. 이들은 바로 해산하지 않고 교문 앞에서 성찬식을 진행했다. 열린문공동체교회 크레이그 바틀렛(Craig Bartlett) 목사와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가 집례했다. 정문 옆에 자리를 펴고 앉은 10여 명이 조용히 성찬 예식을 진행했다.

애초에 성 소수자들이 피켓 시위를 계획한 이유는 학내 성 소수자들과 연대하기 위함이었다. 대학 소속 교단인 예장합동은 동성애 반대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총신대에 성 소수자들과 지지자로 구성된 모임 깡총깡총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학교는 이 모임에 가담한 학생들을 색출하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깡총깡총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이들은 존재가 드러나는 것을 우려해 인터뷰를 조심스러워했다.

시위를 계획한 성 소수자 인권 활동가 박에디 씨는 학교 내 성 소수자에게 힘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가 성 소수자를 색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동성애 반대자들 속에 섞여 있는 성 소수자가 얼마나 힘들지 이해가 간다고 했다. 그는 혼자 싸우는 것이 아니며 지지하는 움직임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 정문 밖으로 밀려난 이들은 30분 정도 더 머물다 해산했다. 성찬 예식이 진행되는 이들 뒤로 '예수, 다시 사셨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제공 박에디)

동성애 예방 콘서트에는 김광진 감독(영화 '나는 더 이상 게이가 아닙니다'), 백상현 기자(국민일보), 김지연 약사(행복한성거룩한성), 염안섭 원장(수동연세요양병원)이 초대됐다. 이들은 현재 교계에서 활발하게 반동성애 운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이다.

김광진 감독은 교회를 중심으로 영화 시사회를 개최하고 있다. 백상현 기자는 <동성애 is>(미래사)라는 책을 출간했다. 김지연 약사는 동성애 반대 강연을 하고 있다. 김 약사는 최근에 기독자유당 비례대표 후보 3번을 배정받았다. 염안섭 원장은 에이즈 환자를 돌본 경험을 기반으로 반동성애 운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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