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예배당을 노숙인들에게 개방하는 교회가 있다. 주일에는 예배당으로, 평일에는 노숙인들이 잠잘 수 있는 쉼터로 쓰인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시에 있는 올세인츠성공회교회(All Saints Episcopal Church) 이야기다.

교회는 지난 12월 1일부터 예배당 문을 열어 노숙인들을 받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겨울은 따뜻하기로 유명한데, 올해에는 엘니뇨 현상으로 강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회는, 당장 길거리를 떠도는 노숙인들이 따뜻하게 잠잘 수 있도록 예배당을 쉼터로 제공했다.

교회가 있는 하이랜드파크 지역에는 노숙인을 위한 쉼터가 없다. 이 지역에 사는 노숙인들이 갈 수 있는 쉼터는 차로 40분 떨어져 있는 글렌데일이나 스키드로우에 있다. 교회 인근을 배회하는 노숙인들이 비를 맞고 덜덜 떨면서 얇은 이불 하나로 잠을 청하는 장면을 본 교인들이 이 일을 제안했다.

▲ 올세인츠교회는 예배당을 열어 노숙인들을 받고 있다. 따로 마련한 시설은 없지만 장의자에 침낭과 이불을 준비해 사람들이 잘 수 있도록 했다. (CBSLA 뉴스 기사 갈무리)

공간이 남는 곳에 쉼터를 만든 것은 아니다. 교회는 주일마다 교인들이 앉아서 예배하는 장의자를 침대처럼 쓰기로 했다. 20여 명의 교인들은 매일 침낭, 이불 등 노숙인들이 몸을 녹일 수 있는 물품과 간단한 세면도구 등을 교회 의자에 준비해 놓았다. 노숙인들에게 따뜻한 저녁 식사를 제공하기도 했다.

교회가 마련한 쉼터는 노숙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처음에는 열댓 명이 왔지만 준비한 침낭 50개가 열흘 만에 모두 주인을 찾았다. 남녀를 따로 받는 다른 쉼터와 달리, 교회는 예배당 앞 성가대석을 가족들이 함께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반려견과 함께 생활을 하는 노숙인에게도 쉼터는 꿈도 꿀 수 없는 곳이었다. 동물이 함께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교회는 노숙인과 반려견까지 받아 줬다.

교회가 노숙인 돕는 일을 지역 사람들 모두가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하이랜드파크 지역 시의원들은 노숙인을 위한 쉼터가 들어오는 것을 꺼리는 유권자를 의식해 쉼터 건축에 비협조적이었다. 시의원들은 좁은 장의자가 노숙인들이 편하게 잠잘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며, 교회에게 노숙인을 받으면 안 된다고 했다. 약속한 지원금 지급도 계속 미뤘다.

이런 사정을 들은 교인들과 지역 언론은 시의회를 비난했다. 시의회가 교회를 돕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 여론을 의식한 시의회는 교회에 매월 일정 금액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프레스콧 목사는 "그동안 난방비 등 꼭 들어가야 할 돈이 부족해 걱정이었는데 다행이다. 비어 있는 예배당을 열어 노숙인을 맞이하는 것이 크게 칭찬받을 일은 아니다. 교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내년 3월까지 이 일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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