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텔레비전 뉴스에서 목사들의 칼부림 사건이 방송되었다. 우리 교단의 총무를 지낸 황 모 목사(68)가 박 모 목사(47)가 시무하는 교회에 찾아가 칼로 찌르고 자해했다는 소식이다(박 모 목사의 주장). 두 사람은 원래 같은 노회 소속으로 협력 관계였지만, 박 목사가 황 목사의 총무 선거를 도와주었음에도 그에 상응하는 이권을 얻지 못하자, 두 사람의 관계는 틀어지게 되었고 급기야 이런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MBC 뉴스는 장장 10분이 넘는 시간을 할애해 그동안 있었던 목사들의 비리들을 들추어냈다.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이것은 일부 목사들의 개인적인 일탈로만 간주하였다. 그리고 목사 집단과 기독교에 대한 비판은 항상 있었지만, 그건 언제나 추상적이고 공허한 대상에 대한 비판일 뿐이었다. 적어도 나와 관계된 목사님들은 그런 문제가 없겠지 하고 안심하고 있는 것이며, 그건 적어도 내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들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들렸을 뿐이다.

모든 목사님은 종교개혁 주일을 맞이하여 이구동성으로 제2의 종교개혁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 종교개혁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어디선가 존재할 것으로 생각하는 추상적인 악한 목사들에게 일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적어도 남을 비판하는 한 나는 그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사람은 요즘 목사들은 자질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적어도 그렇게 비판하는 순간 나는 그러한 잣대에서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비판만 할 뿐 적극적으로 우리에게 있는 죄악을 없애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범죄자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이라는 말로 감싸고 있었다. 그 비판이 아무런 내용도 없는 그냥 면피용이었다는 것을 드러내 준다.

성경은 분명하게 악을 행하는 자들을 교회에서 쫓아내라고 가르치고 있다(고전 5:13). 쫓아내야 하는 대상은 그냥 실수로 악을 행하는 자들이 아니다. 만일 단순히 악을 행하는 사람을 교회에서 출교하라고 한다면 교회에 남을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쫓아내야 하는 대상은 악의적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악을 행하면서도 도무지 회개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만일 누군가 악을 행한다면 하나님의 말씀으로 권면하여 그 악을 회개하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회개하지 않고 계속해서 악을 행한다면, 적절한 단계를 밟으면서 악에서 떠나도록 도와야 한다. 하지만 전혀 권면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해서 악을 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볼 수 없다. 당연히 교회에서 출교시키는 것이 옳다(마 18:15-20). 만일 그가 목사의 직분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면직해야 한다.

나는 이러한 입장을 계속해서 견지해 왔고, 동료 목사들로부터 심한 비판을 받았다. 한 목사 친구는 나의 태도에 사랑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악행을 일삼는 목사들에게는 침묵하면서, 그들을 교회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말하는 나는 강하게 비판했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비판하지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인용했다. 전혀 일면식이 없는 어떤 목사님은 나의 태도를 문제 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이상한 현상이다. 미국에서 16년을 지내면서 미국 교회들이 어떻게 하는가를 지켜보았다. 미국 교회들은 목사가 죄를 지으면 가차 없이 징계한다. 본인이 죄짓는 것을 두려워할 만큼 따끔하게 처벌한다. 그런데 그 사람이 진정으로 회개하고 합당한 열매들을 맺으면 다시 용서하고 때에 따라서는 다시 목사로 세우는 모습도 보았다. 적절한 형벌 뒤에 다시 그가 일할 수 있도록 세워주는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 한국교회에서는 그런 게 부족하다. 이것은 우리나라 특유의 온정주의 때문일지도 모른다. 성경적 배경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악을 행하는 사람들을 교회와 목사직으로부터 축출해야 한다는 성경에서 말하는 주장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가 안타깝게도 우리 교단의 이야기다. 물론 나는 이러한 분위기가 우리 교단 목사님들 모두가 견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97회 총회 때 바로 문제의 그 황 목사를 교단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대부분의 총대가 의견을 모은 바 있다. 그게 우리 교단의 대다수의 목소리일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교단 정치를 하는 목사들에 의하여 철저하게 이러한 요구는 묵살되었다. 그들은 오히려 그를 감싸고돌았다. 증거는 없지만, 거기에는 이권이 오고 갔을 거라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곪을 대로 곪아서 터지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우리 교단의 정치권 목사들을 완전히 물갈이해야 하지 않겠는가? 사람은 본성적으로 타락한 성품이 있으므로 그 누가 그 자리에 들어간 들, 완벽히 깨끗하게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렇기에 몇몇 사람이 교단의 권력을 독점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모든 진짜 뒤에는 짝퉁이 있게 마련이다. 돈의 가치 때문에 위조지폐가 생기는 것이고, 브랜드 상품의 가치 때문에 짝퉁 상품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짝퉁과 위조지폐를 그냥 내버려두면 진짜의 가치도 자동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종말 때에 주검이 있는 곳에는 독수리들이 모이게 되는 것처럼(마 24:28), 우리 가운데에 짝퉁이 너무 많다. 짝퉁은 보호할 가치가 없다. 짝퉁을 보호하려 든다면 진짜도 짝퉁처럼 간주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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