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새로 짓고 최근 리모델링해서 교육관이 2개나 있는 김해의 ㄱ교회(시내 한복판에 있음)가 대형 교회를 지어 약간 변두리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이슬람교도들이 그 옛 교회에 와서 십자가를 뜯어내고 유럽 교회처럼 자기 종교를 상징하는 것을 달려고 매일 데모를 한답니다. 교회를 산 건축업자에게 교회를 팔라고 라마단 끝나고 어제부터 저렇게 데모를 한답니다. 이제 무슬림들이 중소 도시까지 점령하고 있습니다. 긴급 기도 요청합니다." 

7월 21일, 온라인에 위와 같은 글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이 글 밑 부분에 사실관계를 파악했다는 내용이 덧붙기 시작했다. "이미 김해에 이슬람 사원이 많은데 중심부에서 이렇게 예배를 드리는 건 땅 소유주와 특별한 관계일 거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ㄱ교회가 교회 매도할 때, 이슬람에게 교회 건물을 넘겨 줄 수 없으니 반드시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지으라는 조건을 달았다고 한다" 등 그럴듯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뉴스앤조이> 취재 결과, 이 글은 사실과 많이 달랐다. 의혹을 제기한 내용 중 사실인 것은 한 가지였다. 그 자리에 이슬람교인들이 모여 이슬람식으로 기도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들이 모였던 것은,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십자가를 떼고 그 자리에 이슬람 사원을 만들어 달라고 데모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 온라인에 김해에 이슬람인들이 모여 데모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들이 매일 같이 데모를 하는 이유는 "십자가를 뜯어 내고 그 자리에 이슬람 사원을 세워 달라는 것"이라고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글은 각종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인터넷 블로그 갈무리)

이들이 모인 이유는 '이드 알피트르'(이드·الفطر عيد, Eid al-Fitr)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이드는 우리나라로 치면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다. 라마단 금식이 끝난 다음 날, 즉 이슬람력으로 10월 첫날에 모여 아침 기도를 드린 후 함께 음식을 나눈다. 유럽·미국 등지에 있는 한인 교회에서 설 명절에 함께 예배드린 후 떡국을 나눠 먹는 것과 비슷하다. 이슬람교가 생활인 사람들에게는 중요하고 큰 명절이다. 

이번 이드는 7월 17일이었다. 교회 터에 이슬람 사람들이 모였다고 한 날이다. 여기서 궁금한 점은, 그렇다면 이슬람교도들이 왜 굳이 교회 부지를 선택했는가 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김해시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김해에는 이주 노동자가 약 2만 명 살고 있다. 교회가 있었던 김해시 동상동과 서상동 일대는 구 도심으로, 현재는 외국인 음식점이 즐비한 곳이다. 모로코·태국·인도네시아·미얀마·스리랑카·네팔·러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서울 동대문이나 안산 원곡동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경남 일대에 도착하는 이주 노동자는 이 거리를 꼭 한 번은 거치고 지나간다. 휴대폰을 개통하거나 먹을거리를 구입하기도 하고, 나라별로 준비된 쉼터에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김해 서상동은 이주 노동자라면 누구나 아는 곳이다. 

자연히 나라별로 주로 믿는 종교 시설이 자리 잡기도 했다. 스리랑카·미얀마 사람은 작은 불교 사원에 모이고, 무슬림은 나라별로 마련한 기도처에 모인다. 한국으로 귀화한 목사가 목회 중인 이주민 교회도 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옆 동네 재래시장에 국적이 다른 기독교인들이 손수 만든 트리를 전시하기도 한다.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공존하는 동네다.

이날 교회 옛 터에 모인 사람들은 인도네시아에서 온 무슬림이었다. 교회 터 근처에 인도네시아인 쉼터가 있고, 길을 건너면 그들이 모이는 기도처가 있다. 이곳에는 김해에 사는 인도네시아인뿐만 아니라 인근 밀양·양산 등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온다. 경남 지역에서 인도네시아 공동체가 가장 크게 형성된 곳이다.

▲ 김해 동상동 서상동 일대는 이주 노동자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지도에서 표시된 다문화 지원 센터도 서상동에 몰려 있다. 외국 음식점이 즐비하고 나라별로 쉼터도 있다. 교회 옛 부지에 모인 인도네시아 사람들도 교회 옛 부지 근처에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구글 지도 갈무리)

매년 이 기도처에서 이드를 기념해 왔다. 그러나 기도처가 너무 작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동시에 기도하고 먹을 자리는 없었다. 그래서 늘 모임을 여러 차례로 나눠야 했다. 인도네시아인들은 큰 명절인 만큼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잠깐 시간을 내거나 휴가까지 내고 왔지만, 기도처에 들어갈 차례를 기다려야만 했다. 

옛 교회 부지에는 현재 아무 건물이 없다. 공터가 그냥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이드는 아침 9시에 시작한다. 인도네시아인들은 기도처 근처에 있는 이 공터를 잠깐 빌려 쓰고 싶다고 생각했고, 김해중부경찰서의 도움을 받아 땅 주인의 허락을 얻은 것이었다. 

김해중부경찰서 외사계는 동상동과 서상동 일대가 관할 구역이다. 다문화 거리로 밤이 되면 사건·사고가 많은 곳이라 이주 근로자들과 많은 교류가 있었다. 경찰서 관계자는 <뉴스앤조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주 노동자가 체육관이나 공공장소를 빌리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던 중 길 건너 있는 공터가 눈에 들어왔고 이곳을 사용할 수 있게 도움을 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온라인에 올라온 글을 봤다면서, 언급된 부지는 이미 교회 건물이 헐리고 아무것도 없는 공터인데 왜 "십자가를 뜯어내고"라는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해마다 진행하는 큰 행사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찾아오기 편한 곳을 택한 것이라고 했다. 또 이곳은 도로와 구분되어 있어 혹시 모를 교통사고나 인명 사고 등의 우려가 없는 안전한 곳이라고 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인들은 집회가 끝난 후 쓰레기를 줍고 주위를 정돈하고 돌아갔다고 했다. 

루머 때문에 제일 난감한 것은 ㄱ교회다. ㄱ교회는 이미 옛 부지를 매각하고 2014년, 현재의 예배당으로 이전했다. 엄밀하게 따지면 구 도심에 있는 교회 터는 이제 교회와 아무 상관없는 곳이다. 

교회 관계자는 SNS를 통해 이 일을 접했는데, 교회가 실명으로 거론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슬람권 복음화를 위해 기도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렇게 사실이 아닌 글이 계속 퍼져 나가고 심지어 부풀려지기까지 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고 했다. 교회도 사실 관계를 알고 싶어 관공서에 문의한 결과, 온라인에 떠도는 글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교회는 '땅 소유주가 이슬람 세력과 특별한 관계'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이 일을 접한 후 땅 소유주와 통화했는데, 외국인들이 그 자리에서 일회성 행사를 연다고 해서 허락한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앞으로 그 자리에 어떤 건물을 지을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슬람과 관련한 루머는 자주 생겨난다. 얼마 전에도 이슬람인들이 라마단 기간을 맞아 한국 선교를 위해 태극기를 입고 기도한다며 대적 기도를 부탁하는 글이 온라인에서 퍼진 적이 있다. (관련 기사: 이번 라마단 기도 제목은 '한국의 이슬람화'?

온라인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킨 '코란에서 가르치는 이슬람의 13가지 교리'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 기사: SNS서 퍼진 '이슬람의 13교리', 부주의했거나 의도했거나) 오랫동안 중동 지역에서 이슬람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김동문 선교사는 "기도 제목이 다급하게 다가온다고 하여도, 한 번은 사실을 확인하는 수고를 하면 좋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