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이슬람 교인이 약 한 달간 금식하며 기도하는 '라마단'이 6월 18일 시작했다. 무슬림들은 일출부터 일몰까지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않는다. 가능한 한 모든 쾌락을 멀리하며 기도에 전념한다.

라마단을 앞두고 기독교인 사이에서는 올해 이슬람 교인의 기도 제목이 '한국의 이슬람화'라는 내용의 글이 나돌았다.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와 SNS를 통해 글이 퍼지면서 소문은 더 확산됐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이번 라마단 기간에 (이슬람 교인들이) 한국의 이슬람화를 위해 태극기가 수놓인 옷을 입고 기도한다. (중략) 라마단 기간에 우리도 열심히 기도하자. 한 영혼이라도 그들의 거짓에 넘어가지 않도록 저 이태원을 비롯해 한국에 들어와 있는 무슬림 기도처가 무너지도록 기도하자. 그 땅에 반드시 십자가를 꽂읍시다"라고 했다.

글에는 사진이 하나 덧붙여 있었다. 아랍어를 사용하는 한 누리꾼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그대로 갈무리한 사진이었다. 사진에는 태극기가 수놓인 옷을 입은 수십 명의 사람들이 흰 페즈(이슬람 모자)를 쓰고 모스크에서 기도하고 있었다.

▲ 페즈를 쓴 사람들이 태극기 옷을 입고 기도하는 사진을 본 일부 기독교인들은 이들이 라마단에 한국의 무슬림화를 위해 기도한다고 생각했다. (تابعة النبي الكريم 페이지 갈무리)

사진은 작년에 성지 순례 가기 전 예배 모습…라마단의 기본 정신, '자비와 금욕'

글의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해당 사진을 올린 누리꾼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접속했다. 누리꾼은 6월 12일 사진을 올리면서 영어로 "한국에서는 라마단이 6월 18일 목요일부터 시작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번 라마단 기도 제목이 '한국의 이슬람화'라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뉴스앤조이>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이슬람중앙회)에 사진의 출처와 글의 진위 여부를 물었다. 이슬람중앙회 측은 "소문은 말 그대로 소문일 뿐, 사실이 아니다"고 답했다. 사진 속 모습은 작년 10월께 한국에 거주하는 이슬람 교인들이 성지 순례를 가기 전 예배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라고 했다. 옷에 태극기가 수놓인 이유는 한국에서 온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 단체로 맞춘 것이라고 했다.

라마단은 자비와 금욕을 기본 정신으로 삼고 있다. 이 기간에 교인들은 대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가난과 기근 등의 어려움으로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기도한다고 이슬람중앙회는 설명했다. 실제로 라마단이 시작되면 이슬람권 국가들은 죄수를 특별 사면하거나 사형 집행을 미루고, 전쟁 중인 나라는 휴전을 맺는다.

이슬람중앙회 측은 "개인적으로 한국에 이슬람이 잘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사람이 있겠지만(이는 몇몇 기독교인들이 이슬람권의 선교를 위해 기도하는 것과 같다), 단체로 그렇게 기도하는 경우는 전혀 없다"고 했다.

<이슬람 신화 깨기, 무슬림 바로 보기>, <기독교와 이슬람 그 만남이 빚어낸 공존과 갈등> 등의 저자 김동문 선교사는 "이슬람을 보는 한국교회의 이해는 사실이 아닌 맹목적인 거부감을 근거로 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억측과 주장에도 교인들이 이를 그대로 수용하고 소문을 확산시킨다"고 했다. 그는 서로 믿는 바가 달라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게 바로 믿음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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