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것은 기독교인으로서의 소중한 특권입니다. 또한 기도하는 것은 진실과 사실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결단과 고백이기도 합니다.

아래와 같은 특별 기도 제목이 이달 초순에 SNS를 중심으로 공유되었습니다. 일단 공유된 내용을 올려 봅니다. 이 기도 제목은, 주이스라엘 한국 대사관에서 지난 7월 1일 이스라엘 한국 교민들에게 공유하였던 내용을 부분적으로 다듬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을 쓰려니 일반적인 기사문으로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번거롭지만, 논증하는 형식을 취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1. 기도 제목과 주이스라엘 한국 대사관 공지문 내용 살펴보기

1) 기도 제목

먼저 SNS에서 공유된 기도 제목의 내용을 보겠습니다.

▲ 7월 초, SNS에서 공유된 IS와 예루살렘에 관한 기도 제목.

"예루살렘은 동예루살렘과 서예루살렘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동예루살렘에는 아랍인들인 모슬렘들이 살고 있고, 서예루살렘엔 유대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중략)

6월 말 IS 명의로 IS 로고가 포함된 전단지가 예루살렘 지역에 몰래 살포되었습니다. 그 전단지의 중요한 내용은 예루살렘의 옛 성을 비롯한 동예루살렘에 거주하는 아랍 크리스천들에게 이드 알피트르(라마단 마지막 날 축제)까지 떠날 것을 명령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양처럼 도살될 것이라는 협박 편지입니다.

라마단은 이슬람 달력으로 아홉 번째 달로써, 전통적으로 동이 트는 순간부터 해가 질 때까지 물을 포함한 금식을 합니다. 해가 완전히 저물 때 식사를 시작하여 이른 아침 동이 트기 전까지 식사를 합니다. 이 낮 시간의 금식은 한 달 동안 계속되며, 마지막 날은 '이드 알피트르'(줄여서 '이드'라고도 함)라 하여 금식을 종료하는 축제일로 지키며, (#1) 이날 양을 잡으며, 큰 축제를 합니다. 지금은 라마단 기간이며, 이드의 날은 7월 18일입니다.

IS 조직원들은 예루살렘의 옛 성을 비롯한 예루살렘의 인근 지역을 조사하기 시작했으며, (#2) 시온주의에 헙조하는 자들과 기독교인들의 주소를 입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라마단의 끝 날 이드 축제 때에 '이들을 양처럼 도살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지금 이 기도 내용을 함께 읽으시면서 기도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이 긴급 기도 제목을 보면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할 것이 있습니다."

2) 주이스라엘 한국 대사관 공지 자료 (* 표시된 부분은, 필자가 상황 이해를 돕기 위하여 추가한 내용입니다.)

이제는 이 기도 제목의 인용 자료인, 주이스라엘 한국 대사관의 공지 자료입니다. 두 글 사이에 다른 것에 주의를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1. 지난 주말 IS-Emirate of Bayt al-Maqdis(* 이 단체 이름은 모호합니다. 뒤에서 다루겠습니다) 명의로 IS 로고가 포함된 전단지가 몰래 살포되었습니다. 전단지의 메시지는 'Old City(*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비롯한 동예루살렘에 거주하는 기독교 아랍인들에게 Id-ul-Fitr(라마단 종료 후 축제) 때까지 떠날 것을 명령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양처럼 도살될 것이라'고 협박하는 것으로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뜻을 같이 하는 전사들은 시온주의에 협조하는 자들과 이들의 주소를 제공해 주기 바람. 시온주의에 협조하는 자들과 모든 기독교인들은 이슬람 교도들이 이슬람을 떠나게 하는 등 악을 퍼트리고 있음.

△ ISIS 전사들은 금번 거룩한 라마단 기간 중 이 나라와 Old City 내 무슬림 지역(Mulsim Quarter, * 예루살렘 구시가지는 기독교인 구역, 유대인 구역, 무슬림 구역, 아르메니아인 구역 등 4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음)에서 기독교도들을 제거(청소)하기 위해 이들을 살해할 것임.

▲ 예루살렘 지도. (구글 지도 갈무리)

 Id가 임박했으며, 이들은 양처럼 도살될 것임(Id 축제 때 양을 잡음). 1달은 충분한 기간임.

2. 상기 전단지에 IS 로고가 들어 있고 IS 명의로 살포되었으나, 이스라엘 경찰과 언론은 진위 여부를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지난 6월 26일(금), 튀니지·쿠웨이트·프랑스에서 IS의 테러가 발생하고, 전단지상 동예루살렘 지역을 특정하고 있어 협박의 진정성을 전혀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3. 상기 관련, 동예루살렘 지역에는 우리 재외국민 대다수가 살고 있고 Beit Hanina(* 지도 A), Shuafat(* 지도 B), Old City와 성묘교회(* 지도 C)도 우리 국민들의 생활권 내지 주요 성지순례 장소이므로 만약의 사태 발생 시 우리 국민들의 피해를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인 바, 금번 라마단 기간 중 동 지역에 거주하시거나 동 지역을 방문 예정인 우리 국민들께서는 신변 안전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끝."

3) 두 내용 사이의 비교

한국 대사관 공지 내용과 기도 제목 사이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1, #2 부분입니다. 이 내용은 대사관 공지 사항에 담겨 있지 않은 것입니다. 기도 제목에 담긴 내용은, 대사관 공지 사항에 첨삭을 가한 것입니다. 이슬람에 대한 오해와 무지를 담고 있습니다. #1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라마단이 끝나고 이어지는 명절은 양을 잡는 명절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양을 잡는 명절인 '이둘 아드하'는 메카 순례를 마치고 이어지는 명절 때 하는 일입니다. 라마단 끝나고 이어지는 명절은 가족과 친지, 이웃을 방문하고 덕담을 나누는 명절입니다. 마치 우리의 설 명절처럼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선물 또는 돈을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2는 대사관 공지 사항에 있지 않은 내용을 추가한 것입니다. 이 내용은 긴장감을 안겨 주기에 효과적인 표현으로 보입니다. 기도 제목을 작성하는 과정에 있을 수 있는 부주의나 실수보다는, 다소간 글쓴이의 오해나 선입견, 또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 요소입니다.

2. 유인물의 내용과 언론 보도의 진성성 살펴보기

이 IS 명의로 살포된 유인물의 내용과 관련 언론 보도가 궁금했습니다. 이스라엘 언론 중 보수적인 <예루살렘포스트> 6월 28일 자 기사나, 중도적인 <하아레츠> 6월 27일 자 기사를 비롯하여, 현지 언론 보도와 외신 인용 보도를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 유인물 배포 장소

이 유인물은 지난달 6월 25일 목요일, 예루살렘 북쪽 지역에서 뿌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자료에 따라 26일 금요일부터 28일 일요일 사이에 다양한 주장이 있습니다. 최소한 두 차례 정도 뿌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 기사에는 정확하게 유인물 배포 지역 이름이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이 편지를 받거나 보았다는 동예루살렘 거주 기독교인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이 지역 차안 당국에서도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이 유인물이 예루살렘 북쪽에서 뿌려졌다는 것은 이상합니다. 이 유인물에서는 동예루살렘의 인근 마을들과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무슬림 구역을 언급하고 있는데, 유인물에서 강조하는 유포 장소가 동예루살렘 지역이 아닌 예루살렘 북쪽 지역이었다는 점입니다.

- 유인물 배포 주체

현지 언론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이 유인물 작성자가 IS 조직원이라는 것에 대해 대해서는 주민들이나 치안 보안 관계자들도 크게 신뢰를 두지 않고 있었습니다. IS에서도 예루살렘에 그들의 조직이 있다고 인정하지도 않고 있었습니다.

유인물에는, 'IS-Emirate of Bayt al-Maqdis'라는 단체명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스라엘 치안·보안 당국에서는, 이 유인물 배포자들이 IS의 지부라는 것에 신빙성을 두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Emirate of Bayt al-Maqdis'라는 단체 이름은 유인물 배포 사건 이전에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유사한 조직이 있다면, 'Ansar Bait al-Maqdis'의 전위 조직이 아닌가 추론할 수는 있습니다. 가자 지구의 하마스 정부에 의해 통제되던 무장 조직이, IS와의 연결을 통해 자신들의 입지를 확보하려는 것이 아닌가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하마스 보안 당국은 지난 6월 2일, 'Ansar Bait al-Maqdis'의 지도자인 유니스 훈나르를 체포 과정에서 살해한 바 있습니다.

-유인물 배포 시점

이 유인물이 유포된 시점에 주목하게 됩니다.

지난 6월 17일(수), 갈릴리 서편 타브가의 오병이어기념교회가 유대 원리주의자들에 의해 불에 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이스라엘 안팎에서 유대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IS를 자칭하는 유인물이 배포되었다는 점에 의혹의 눈길을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아레츠>와 인터뷰한 라틴교회 주교도 이런 의혹에 시선을 두고 있습니다.

3. 기도 편지와 언론 보도의 적절성과 균형성

위에서 언급한 기사에서, 기도 제목으로 전달된 내용과 다른 것이 있었습니다. "IS 조직원들은 예루살렘과 인근 지역을 조사하기 시작했으며, 시온주의에 협조하는 자들과 기독교인들 주소를 입수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IS를 자칭하는 어떤 이들에 의해 지난달 25일 유인물이 유포된 것 외에, 이후의 어떤 조직적인 움직임이나 활동이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듯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기도 제목은 사실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정황상 어색한 부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보가 위기감과 긴박감을 느끼게 하고, 어떤 분들의 기도하려는 마음을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기도 제목을 대하고 기도의 시급성을 느끼신다면 개인적으로 기도하는 것은 필요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이런 기도 제목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자 할 때는 조금 더 신중하고 사실 확인의 번거로움을 스스로 감당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진위 여부가 불확실한 어떤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우리 안에 어떤 전제가 있기 떄문입니다.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혐오감과 공포감, 거부감이 바로 그것이라 생각합니다.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태도와 인종 혐오가 아닌 존중과 배려의 마음으로 다른 이들을 대하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태도는 다듬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안에 근거 없는, 확인해 본 적 없이 주입되거나 학습된 이런 혐오감이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면 좋겠습니다. 이런 식의 주장을 접할 때는, 정말 사실일까 한 번은 의심하고 확인하고자 하는 수고를 할 수는 없을는지요? 내게 말을 전해 준 이에 대한 신뢰와 그가 전해 준 내용에 대한 신뢰를 구분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힘들더라도, 각 개인이 속한 공동체 안에서 이 같은 사실을 분별하는 이들에게 힘을 모아 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의 기도가 허공에 흩어지는 것이 되지 않도록, 우리의 기도가 누군가에 대한 비인격적인 행동이나 인격 모독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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