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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어 또? 기독교인 사이에 도는 '메르스 낭설'
"할랄 사업, 동성애 축제 향한 하나님의 경고"…교회 게시판·대화방 통해 확산
  • 박요셉 기자 (josef@newsenjoy.or.kr)
  • 승인 2015.06.17 17:29

162번 확진자, 6508명 격리, 20명 사망….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온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TV에서는 메르스 관련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신문들은 네다섯 면을 메르스에 할애한다. SNS에서도 온통 메르스 이야기다.

여론에서는 메르스 확산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정부의 초기 대응 미흡. 정부가 메르스 확진 환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작년 세월호 참사와 비교하며 안전 관리에 취약한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이도 있다. 다른 하나는 시민 의식이다. 메르스 확진 환자들이 바이러스가 전파될 것을 주의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과 접촉한 게 문제라는 것이다.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상황에, 일부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출처 불명의 글이 퍼지고 있다. 중동의 바이러스가 한국에서 급속도로 확산되는 이유가 '하나님의 뜻'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할랄 음식 사업을 적극 도입하겠다고 선언하고 서울시가 퀴어 문화 축제를 허가한 것에 대해 하나님이 경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 최근 기독교인 사이에서 돌고 있는 글의 일부다. 작성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 글을 교인들이 아무 검증 없이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로 퍼 나르고 있다.

출처 불명의 글, 무분별하게 퍼 나르는 교인들

교인들 사이에 퍼지는 글은 여러 가지 버전이 있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올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은 할랄 음식 사업을 육성해 대한민국을 할랄의 허브 국가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기독교인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글에는, 이슬람 정결 음식인 할랄이 확산되면 더불어 이슬람교도 전파될 것이라고 나와 있다. 서울시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퀴어 문화 축제를 허가한 것도 문제 삼았다. 퀴어 축제로 동성애를 지지하는 여론이 확산되면, 결국 동성애 평등법이 통과돼 창조 질서를 깨뜨린다는 내용이다.

글에는 네팔 지진도 하나님의 뜻인 것처럼 언급됐다. 동성애 결혼을 허용하는 법안과 힌두교를 국교로 만들자는 법안이 통과를 앞둔 상황에, 네팔에 지진이 일어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나와 있다. 메르스도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의미다.

누가 썼는지도 모르고 개인의 주관적인 해석으로 가득한 글들이 교인들 사이에서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 교인들은 교회 게시판이나 카카오톡·네이버밴드와 같은 메신저로 글을 퍼 나른다. 근거 없는 낭설이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작년 세월호특별법이 제정될 때도 벌어졌다. 이때도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사망자 의사자 지정, 보상금 지급, 유가족 대학 특례 입학 등을 요구한다는 잘못된 정보가 SNS와 메신저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관련 기사: '요한'과 '에스더'는 왜 세월호 특별법 반대하나)

이 글을 제보한 한 집사는 교인들이 사회 현상에 대한 판단을 교회 리더들에게 맡기는 것 같다며, 뉴스를 보거나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을 확인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과거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려 할 때도 기독교인들이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 날랐다고 했다. 기독교인들이 이런 주장을 하면 비신자들은 무시하고 비웃을 뿐이라고 했다.

청어람ARMC 양희송 대표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는 교인들이 교회 네트워크를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 게시판이나 메신저는 교인 개개인의 근황과 기도 제목을 나누는 공간인데, 일부 교인들이 이곳을 검증되지도 않은 정보의 온상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교회 리더들이 이런 현상을 심각하게 여기고 내용의 진위 여부를 교인들에게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했다.

양 대표는 교회 안에 있는 권위적인 문화도 지적했다. 목회자와 같은 권위자의 말을 그대로 순응하는 문화가 외부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을 지양하고 다른 주장을 존중하고 서로 소통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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