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3일 충북 음성에 가서 6명의 농촌 목회자와 함께 '시골 교회의 마을 섬김 사역'을 주제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이용찬

목회멘토링사역원은 지난 3년 동안 총 5번에 걸쳐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지금까지 총 25개 교회의 사례를 워크숍을 통해 소개했습니다.

보통 한 번의 워크숍을 열기 위해 2배수의 교회들을 찾아 사전 답사하며 사례를 찾습니다. 그러니까 3년 동안 50여 군데의 '마을 섬김 잘하는' 교회를 찾아다닌 셈입니다.

시골 교회든 도시 교회든 '마을 섬김 잘한다' 소문이 난 교회를 찾아가면, 일단 활기가 넘칩니다. 나름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교회이기 때문에 목회자도 교회도 전반적으로 생기가 있습니다. 포부도 남다릅니다. 워크숍을 진행해 봐도 주로 발표 사례 중심의 대화가 이루어지다 보니 분위기가 대체로 좋은 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시골에서 목회하신다는 한 목사님이 보내셨습니다. 그 편지에는 '제발 성공 사례만 발표하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현장은 메말라 가는데 일부 성공 사례만 자극적으로 소개하는 것에 대한 우려 섞인 지적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희가 그동안 만났던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크든 작든 나름의 성공을 맛본 분들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워크숍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목회자들입니다. 그분들이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는지, 현장에서 체감하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내부적인 반성이 일었습니다.

어떤 분들을 만나면 좋을까 생각하니 떠오르는 한 분이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워크숍에 두 번 참석했고, 두 번째 올 때는 지역에 있는 동료 목회자들을 여러 명 전도해(?) 함께 참석했던 김기범 목사(조촌감리교회)였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연락을 드려, 그때 오셨던 분들과 함께 자리를 만들 수 있는지 묻자 흔쾌히 수락을 했습니다. 지난 6월 3일, 워크숍에 오시지 않았던 분들도 함께 참여해 총 여섯 분의 목회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 식사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 모처럼 현장 목회자들과 허심탄회하게 만난 편안한 자리였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이 귀담아들어야 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이용찬

아래는 '충북 음성 지역 농촌 목회자 좌담'을 정리한 것입니다.

- 얼마 전 한 목사님으로부터 성공 사례 일변도의 워크숍 진행에 대한 따끔한 충고를 들었습니다.

김기범 목사: 중요한 문제는 이런 워크숍이나 모임들이 다시 또 '성과'에 집중하게 한다는 데 있는 거 같아요. 과거에는 그것이 아주 노골적이었다면, 지금은 약간 다른 측면의 '성공'을 부추긴다고 봐요. 교회마다 목회자마다 역량이나 조건이 다르잖아요. 처음 사례를 접할 때는 '와!' 하다가도 지나고 나면 '우리하고는 거리가 먼 얘기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고창요 목사(덕생교회): 도시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시골은 지금 뭘 해도 안 된다고 보는 게 더 맞아요. 세상이 교회를 더 걱정하는 판국에 교회가 나서서 '섬긴다, 돕겠다' 하는 것이 우스꽝스러운 거죠. 게다가 시골 동네에서는 누구나 교회 형편 빤히 다 아는데, 돈도 없는 젊은 목사가 마을을 위해서 뭐 한다는 게 더 안쓰럽고 못 봐주겠는 거죠. 일부 잘된 곳도 있겠지만, 현실을 놓고 보면 성공 사례가 피부로 안 와 닿는 이유가 다 있는 겁니다.

- 현장에서 목사님들이 체감하는 온도나 실제 마주한 여건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이홍규 목사(좋은교회): 요즘은 군청이나 복지 단체에서 지역 주민의 필요를 대부분 채워 주고 있어요. 마을 깊숙이 안 들어가는 데가 없고요. 이동 목욕탕도 군청에서 운영하고, 어린이 도서관도 하고 있죠. 어설프게 교회가 하려 하면, 오히려 욕을 먹는 거예요. 괜히 경쟁적으로 달려든다는 오해도 살 수 있고요.

김재철 목사(농민교회): 제가 처음 이 마을에 왔을 때 동네 어르신들이 "목사님은 언제 가실 겨? 나중에 기회 되면 여기서 고생하지 말고 큰 교회로 가"라고 하셨어요. 동네 분들도 큰 기대를 안 합니다. 젊은 목사가 얼마 있다가 곧 또 떠나겠지 하시거든요. 목회자만 욕할 것이 아닌 게 생활이 유지가 안 되는데 어쩌겠습니까. 마을 섬김 사역 이전에 한 목회자가 뜻을 가지고 한 교회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드는 게 더 시급한 문제예요.

- 실제로 시골 교회는 목회자들이 1~2년 안에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여기 모인 분들은 그래도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이상 한곳에서 계속 목회를 해 오고 계신데요. 힘들지만 마을 분들과 함께 지내려는 노력도 하신다 들었습니다.

이남혁 목사(문암교회): 저는 아내와 같이 얼마 전에 발 마사지를 배웠어요. 그 뒤로 마을 회관에 한 번씩 들러 어르신들 마사지도 해 드리고, 얘기도 들어 드리고 있어요. 누구한테 소개할 일도 아니고 대단한 사역도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마을 분들이랑 어울려 지내려 하고 있어요. 저도 처음 여기 왔을 땐 마을 분들이 곧 있다 가겠지 하셨는데, 이렇게 안 떠나고 계속 있으니까 요즘에는 대하시는 게 달라졌어요. 동네에서 나이로 따지면 제가 한참 막내뻘인데, 마을 행사 있을 때는 팔 걷어붙이고 짐도 나르고 청소도 합니다.

김재철 목사: 이웃과 어울려 지내면서 슬플 때 같이 슬퍼해 주고, 기쁠 때 같이 기뻐해 주는 것에서 마을 목회가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저희 교회는 지난 5년 동안 정신장애인분들을 돕고 있어요. 환청·환시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인데, 돌봐 주는 사람이 없으면 집 안에서 나올 수가 없거든요. 당연히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태예요. 그래서 교회가 화요일마다 정신장애인분들을 정신 보건 센터까지 차량으로 모셔다 드리고 치료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어떤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저 도움이 필요한 분들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 최원준 목사는 교회가 지자체와의 연계를 통해 섬김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이용찬

최원준 목사(하당감리교회): 매주 금요일 독거 어르신들에게 반찬을 배달하고 있어요. 군청에서 맡아 진행하는 일인데, 자원봉사자가 없다 하길래 나서서 하고 있어요. 어르신들은 제가 교회에서 나오는지 군청에서 나오는지 잘 모르세요. 그냥 일주일에 한 번 반찬 가지고 오는 착한 청년인 거죠. 갈 때마다 얼마나 반가워하시는지, 달리 목회가 따로 없구나 생각할 때가 많아요. 마을 어르신들이 저를 만나면 환영해 주시는 것 자체가 보람이고 기쁨이에요.

- 그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단독으로 하는 사역은 아니지만 군청이나 복지 단체에서 하는 사역에 교회가 협력하는 형태도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김기범 목사: 네, 맞아요. 마을 사역을 놓고 봤을 때, 교회만큼 섬김의 정신으로 잘 훈련된 사람들이 구비된 곳이 별로 없지요. 예를 들면, 저희 마을도 한 번씩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빨래방 트럭이 동네 어귀까지 와요. 그런데 할머니들은 집에 있는 빨래를 들고 나오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교회에서 일을 맡기로 얼마 전에 얘기를 나눴어요. 다음에 그 트럭이 오면 교회에서 빨래를 나를 거예요.

최원준 목사: 저희가 처음 반찬 배달을 한다고 했을 때 군청 직원도 굉장히 반가워하더라고요. 예산도 있고 데이터도 있는데, 막상 일할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반면 교회는 일손과 마음은 있지만 재정도 없고 어떤 분들이 도움이 필요한지 데이터도 없으니, 군청과 같은 지자체와 잘 연결하면 서로 빈틈을 메울 수 있는 것 같아요.

- 듣고 보니 교회 역할이 없는 게 아니네요. 교회가 마을에서 주어진 역할을 잘 감당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김재철 목사: 우선 교회가 마을의 이방인이 되면 안 됩니다. 아직도 농촌 교회 현실은 아주 열악해요. 멀찌감치 하얀 건물 하나 올라가 있고, 그 아래 마을이 있는데 둘 사이에 소통은 전혀 없는 경우가 많아요. 마을 사람들이 "저 교회는 우리 마을 교회고, 마을에 꼭 필요한 교회다"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도록 교회가 애를 써야 해요. 당연히 목회자도 "나는 이 마을 사람이다"라고 생각해야 하고요. 서로 분리되어 있으면 욕하기도 쉽고 미워하기도 쉬워요. 마을과 교회가 같이 살아가는 길을 이제부터라도 찾아야 해요.

▲ 김기범 목사는 마을 섬김 사역은 프로그램이 아닌, 말씀으로 변화된 삶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이용찬

김기범 목사: 기존의 농촌 마을 사역이라는 것이, 효율성 중심의 전도 프로그램을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지역 봉사 이름으로 행사를 열면 당장에 반짝 호응은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마을 사람들도 교회 전략을 눈치 채요. 섬기는 마음이 앞서야 하는데, 전도를 위한 미끼였다는 생각이 들면 고개를 돌리죠. 저는 어디까지나 말씀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서서히 삶이 변하고 관계 맺음이 변하게 되면, 거기서부터 마을 섬김이 출발하는 것 아닐까요. 조금 더디게 느껴지더라도 그 길을 가는 게 맞다고 봐요.

고창요 목사: 교회가 마을 섬김 사역 한다고 이리저리 자랑하고 다니는 것도 조금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뭔가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잖아요. 성과나 결과물 중심으로 사역을 하다 보니 이런 흐름이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해요. 교회 중심이 아니면 어떤가요. 목회자 가정이 소박하게 이웃들을 가정에 초대해 식사도 같이 하고 대화도 나누면 그걸로 더불어 사는 맛이 나는 것 아닐까요? 너무 교회가 이런저런 일을 한다 광고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 이런 생각을 가진 목회자들이 한 지역에 모여 있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인데요. 뜻이 맞는 목회자들이 어울려 지내는 것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어떠신가요?

고창요 목사: 저희가 같은 지방회에 속해 있는 목회자들인데,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성경 공부도 함께 하고 있어요. 말씀을 중심으로 뜻을 모으니 서로에게 아무래도 좋은 영향력이 미치는 것 같아요.

최원준 목사: 저는 올해 초에 안수를 받은 젊은 목사인데, 선배 목사님들한테 좋은 모임도 소개받고, 여러 도움도 받고 있어요. 반찬 봉사도, 이웃 교회 목사님이 추천해 줘서 시작할 수 있었어요. 목회멘토링사역원 워크숍도 김기범 목사님이 소개해 주셔서 참여했죠.

김기범 목사: 농촌 목회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격려인 것 같아요. 많은 시골 교회 목회자들이 자존감이 낮아지고 절망감에 빠져 있는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자주 모여서 서로 격려도 하고 칭찬도 해 줘요. 그러면서 자존감도 높아지고 서로가 하는 사역에 도전도 받죠. 공동체성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목회자들에게도 공동체가 필요해요. 비슷한 처지에 있는 목회자들이 모여서 서로 공감하면서 격려도 해 주고 자존감을 세워 줄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한 거죠. 그런 이유에서 이 모임은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어요.

-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이 귀담아들어야 할 이야기도 참 많았는데요. 끝으로 마을 섬김 사역에 대한 것도 좋고 목회멘토링사역원에 바라는 점도 좋으니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 주세요.

고창요 목사: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현장에서 힘들게 버티고 있는 목회자들의 이야기도 전해 주면 좋겠어요. 현장 상황을 더 깊숙이 들여다보는 노력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목회자 개인의 게으름 탓만 하기에는 현장 상황이 많이 안 좋은 형편이니까요.

▲ 이홍규 목사는 시골 교회 목회자들이 장기간 사역을 펼쳐 갈 수 있도록 돕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이용찬

이홍규 목사: 아까 나눴던 것처럼, 시골 교회는 특히나 재정 상황이 심각한 형편입니다. 젊은 목회자들이 와서 오래 머물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에요. 뜻있고 마음 있는 목회자들이 시골에 와서도 사역을 계속 펼쳐 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고민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도시 교회와 시골 교회가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머리를 더 맞대야 하지 않을까요.

생활비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한 교회가 의지를 가지고 어떤 사역을 펼쳐 가려고 했을 때 그 사역을 지원해 주는 방식이 더 좋은 거 같아요. 그러면 실질적인 사역에 도움이 되는 한편, 교회가 장기적으로 자리를 잡는 데에도 도움이 되니까요. 목회멘토링사역원이 가교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합니다.

김재철 목사: 저는 시골도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고 생각해요. 일례로 젊은 층들이 귀농, 귀촌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요. 실제로 저희 교회도 몇 년 사이에 젊은 층들이 몰라보게 많아졌어요. 시골 교회도 지금의 상황이 계속 갈 거라고 보면 곤란해요. 변화하는 흐름에 대비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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