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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 세습방지법, 이대로 괜찮은가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변칙 세습' 포럼…김동춘·황광민·고재길 강연
  • 이정만 (jmlee@newsnjoy.or.kr)
  • 승인 2015.05.27 12:43

   

   
▲ 2012년부터 감리회, 예장통합, 기장 등 개신교단이 세습방지법을 제정했다. 교회의 직계 세습이 불법으로 규정되자 친·인척 등을 동원한 변칙·편법 세습이 증가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가 26일 한국교회의 변칙 세습 행태를 고발하고 원인을 진단하는 포럼을 열었다. 교계 기자를 포함해 20명 정도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정만

지난 2012년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는 교계 최초로 세습방지법을 만들었다. 이듬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과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가 잇달아 세습방지법을 제정했다. 교회 대물림을 막아 보자는 차원에서 법을 만들었지만, 일부 교회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허점을 파고들며 변칙·편법 세습을 강행하고 있다. (관련 기사: 교회를 세습하는 5가지 방법)

변칙·편법 세습을 고발하고 원인을 진단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공동대표 김동호·백종국·오세택)가 5월 26일, 서울 서대문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 '세습방지법의 그늘, 편법의 현주소를 규명한다!'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 김동춘 교수는 교회 세습이 재벌가의 기업 대물림 현상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하나님의 통치는 무시되고 공익을 위한 교회의 존재 목적이 희석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정만

이날 포럼에는 김동춘(국제신대)·고재길(장신대) 교수, 황광민 목사(석교교회)가 발제자로 나섰다. 교계 기자를 포함해 20명 정도 참석했다.

발제에 앞서 세반연 실행위원장 방인성 목사가 인사말을 전했다. 방 목사는 최근 변칙 세습을 하는 교회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변칙 세습은 세습 반대 운동과 세습방지법 논의가 본격화된 2013년 이후 급격히 늘었다. 세반연의 조사에 따르면, 세습 사례로 수집된 총 122개 교회 중 37개 교회가 변칙 세습을 했다. 2000~2012년 13년 동안 21개 교회가 변칙 세습을 한 것에 비해, 2013~2014년은 불과 2년 만에 16개 교회가 변칙 세습을 했다. 세습방지법이 통과된 감리회와 예장통합에서 오히려 심했다.

방인성 목사는 "교회 세습이 돈과 권력, 명예를 탐하는 우상숭배이며 교인들을 기만하고 종교 권력가들만 배불리는 악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국교회가 변칙 세습을 잘 파악하고 막아 냄으로써 하나님과 교인들을 위한 교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김동춘 교수가 '변칙세습,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강의했다. 변칙 세습에는 8가지 종류가 있다고 했다. 지교회·교차·징검다리·분리·통합·쿠션 세습, 다자 간, 동서 간 세습이다. 지교회 세습은 담임목사가 지교회를 설립하고 자녀를 목사로 앉히는 것을 말한다. 교차 세습과 다자 간 세습은 서로 비슷한 규모의 교회 목사들끼리 자녀들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징검다리 세습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목회지를 승계하는 것이고, 동서 간 세습은 동서 간에 교회를 주고받는 걸 말한다. 분리 세습은 본 교회 외에 복수의 교회를 분립 개척해 그중 하나에 자녀를 담임목사로 보내는 것이다. 통합 세습은 자녀가 개척한 교회를 부모 교회가 통합하여 아들에게 넘겨주는 걸 가리킨다. 쿠션 세습은 담임목사가 자신과 가까운 목사에게 교회를 형식적으로 이양한 다음 이를 다시 자녀에게 물려주는 방식이다.

   
▲ 황광민 목사는 석교감리교회의 목사다. 2012년 감리교단의 세습방지법 제정 이후 본인이 목격하고 들었던 변칙 세습의 실제 사례들을 제시했다. ⓒ뉴스앤조이 이정만

김 교수는 교회 세습이 일어나는 원인을 한국식 세습 자본주의가 교회 안에 자리 잡은 결과라고 진단했다. 인맥과 학연 등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 기득권층의 영향을 받은 교회가 물적 자산을 자녀들에게 넘겨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교회를 사유화하는 행위는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했다.

황광민 목사는 '교단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변칙 세습'이란 주제로 발제했다. 2012년 감리회가 세습금지법을 제정한 이후, 변칙 세습이 기승을 부렸다고 했다. 예를 들어 인천의 한 교회는 은퇴를 앞둔 무임목사를 1개월간 위장 담임목사로 세웠다가 아들에게 세습을 감행했다. 황 목사가 속한 연회의 한 교회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세습이 일어났다. 그는 이를 불법으로 보고, 교회를 감독하는 행정 책임자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법적으로 문제없다", "교회 형편상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변명이 전부였다.

황 목사는, 위장 담임목사를 세워 세습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건의안을 서울연회에 제출했다. 서울연회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는 불법 세습을 막는 데 도움이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또 세습을 감행한 자들의 신앙 양심에 호소해도 안 되면 법적인 제재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교회법으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사회 법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 고재길 교수는 한국 사회의 가족주의 문화가 교회의 세습을 가능하게 만든 요인이라고 보았다. 이제는 예수가 말한 '개방적 가족 공동체'로 옮겨 가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정만

고재길 교수는 편법·변칙 세습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를 이기적인 가족주의 문화에서 찾았다. 그는 '교회 세습에 대한 사회 문화적 성찰과 기독교 윤리'란 주제로 발제하며 "교회 세습이 재벌가와 권력가의 기업 세습 행태와 뿌리가 같다"고 했다.

고 교수는 편협한 가족주의 문화에서 벗어나 예수가 강조한 개방적 가족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위한 일을 하면서 자기 이익을 챙기지 않는 사람이 그리스도인"이라는 본회퍼의 말을 인용하며, 교회 세습을 하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연자들의 발제 이후,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졌다. 질문자들은 앞으로 한국교회에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어 질문했다. 발제자들은 그간 신학적·이론적인 측면에서 교회 세습을 많이 다루었다며 사회적인 현상(가족주의, 세습 자본주의 등)의 측면에서도 이 문제를 해석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교회의 사회·문화·윤리학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또 교회 세습을 끊어 내기 위해 목회자들에게는 철저한 자기반성이, 평신도들에게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용기와 민주적 소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강연자들의 발제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질문자는 강연자들에게 한국교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질문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제시하기도 했다. 강연자들은 질문자와 대화 나누듯 자연스럽게 답변을 했다. ⓒ뉴스앤조이 이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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