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신대 이은재 총여학생회장이 5월 4일 새벽부터 고공 농성에 돌입했다. 학내 사태에 대한 이사장의 책임 있는 응답을 요구했지만, 이사장은 학생들의 요구에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는 이유다. 그는 온통 '개 짖는 소리만' 가득한 대자보를 작성한 이이기도 하다. (사진 제공 감리교신학대학교 방송국)

감리교신학대학교(감신대·박종천 총장) 총여학생회장이 5월 4일 새벽 4시 30분, 학교 웨슬리채플 건물 십자가 종탑에 올라 '이사장 퇴진, 학생 주권 회복'을 외치며 고공 농성을 시작했다. 이사장이 불법 사찰과 인사 비리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이유다. (관련 기사: 감신대 총학, "이사장 퇴진" 요구하며 법인처 점거)

▲ 이은재 총여학생회장은 생각보다 춥고 무섭지만, 학내 사태 정상화가 될 때까지는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진 제공 감리교신학대학교 방송국)

이은재 총여학생회장은 지난달 이규학 이사장의 "여성 목사들은 원한이 꽉 찬 불도그 같다"는 여성 목사 비하 발언에 '개 짖는 소리 대자보'로 응수한 이다. (관련 기사: 감신대 이사장, "여성 목사들, 원한 꽉 찬 불도그 같아") 그는 고공 농성에 돌입하며 발표한 대자보에서, "범죄한 사람은 간 데 없고 고발하는 이가 이렇게 호소해야만 하는 괴상한 시절"이라면서, 하나님을 대신해 학교 주인 노릇을 하려 하는 이들은 하루속히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그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높은 곳에 올라와 있어서 춥고 매우 무섭다. 그렇지만 '불법 사찰, 인사 비리, 여성 비하'를 서슴지 않는 이사장 밑에서 신학 할 생각을 하니 그게 더 무서워서 올라오게 됐다"면서, 학내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는 고공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를 비롯한 일부 학생들도 채플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들은 더 이상 감신에 학생을 위한 이사장과 총장은 없다며,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학교 문제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교 학생들은 고공 농성에 돌입한 이은재 회장과 함께 '학생 주권을 되찾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영원하지도 않은 돈과 정치로 감신대를 어지럽히는 자들은 물러나라"며, 이사장의 퇴진을 거듭 촉구했다. (사진 제공 감리교신학대학교 방송국)

다음은 이은재 총여학생회장의 대자보 전문.

두려움은 간절함을 이길 수 없습니다.
감리교신학대학교 정상화를 위한 고공 농성에 들어가며

 

우리는 이제껏 이사회의 정치에 학생 주권을 빼앗겨왔습니다. 이사회가 교직원 임용, 정관 개정, 학제 개편 권한을 독점하였고, 이제는 학생 사찰까지 일삼았기에 우리는 한 줄기 자유마저 박탈당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 분 하나님의 종이요, 유한한 인간의 종이 될 수는 없습니다. 돈과 권력을 얻은 자도 하나님 앞에서 우리와 같은 무상한 인간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두려움 속에 이곳에 올랐습니다. 그 두려움은 앞으로 이어질 이사회의 보복, 총장과 보직교수단의 비난, 동문들의 눈총을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두려움은 간절함을 이길 수 없습니다. 저들의 협박은 우리를 두려움과 망설임으로 몰아넣었지만, 간절함을 꺾지는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저들이 하나님을 모욕해 스스로 주인이 되려 했기 때문이며, 우리는 이 학교의 주인이 저들이 아닌 하나님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간절함으로 이곳 웨슬리 채플 종탑에 올랐습니다. 대학교, 우리 감리교신학대학교의 주체는 바로 우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총장은 집무실을 버려둔 채 어딘가로 숨어버렸고, 이사장은 드러난 비리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범죄한 이는 간 데 없고 고발하는 이가 이렇게 호소해야 하는 하수상한 시절입니다.

감리교신학대학교의 명예를 위해 이 사태를 대화로 풀자는 요청은 멈춰주십시오. 그것은 드러난 사실을 은폐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저는 감리교신학대학교의 명예를 위해 이렇게 호소합니다. 우리 학교가 학생의 주체적인 행동으로 회복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기에 저는 이곳에 올랐습니다. 감신 일천 학우 여러분, 그리고 교직원과 동문 여러분, 이 선지 동산에 아직 빛이 남아있음을, 그리고 그 빛은 단 한 번도 어둠에 패한 적 없음을 증명하는 노력에 함께 해 주십시오.

 

이사회는 총 사퇴하라!

학생 주권 보장하라!

 

2015년 5월 4일

감리교신학대학교 총여학생회장 이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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