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회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교수들과도 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공대위 관계자는, 이사회로부터 어떠한 공문도 못 받았으며, 이사회가 대자보만 붙여 놨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감리교신학대학교(감신대·박종천 총장) 학내 사태가 3주 차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감신대 이사회가 대응에 나섰다. 4월 18일 이사회는 서울 한 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사회는 이번 학내 사태에 대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구성해 진상 조사 및 규명을 하기로 결의했다. 이를 위해 4명의 이사로 구성된 '대화위원'을 선정해 감리교신학대학교정상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와 대화하며 차후 특조위 일정을 조율하겠다고 했다.

이사회는 학교에 게시한 대자보를 통해 특조위 구성을 알렸다. 특조위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참여 대상에 이사회, 교수, 학생 대표뿐만 아니라 노조, 교단 본부, 학부모 대표, 학보사 등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특조위를 통해 충분히 잘잘못을 가려낼 수 있다는 게 이사회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A 이사는 "이사들은 이사장이 퇴진할 만큼 심각한 비리나 문제를 저지른 게 없는데 학생들과 교수들이 공연히 문제를 만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조사 과정에서 이사장에게 잘못이 드러나면, 이사회가 앞장서서 이사장을 퇴진시킬 것이라고 했다.

A 이사는 이사장의 막말 논란과 관련해서 "이사장 발언 논란은 도덕적인 문제인데 인사 문제와 접목하려고 하는 건 안 된다"면서 "(이사장의) 개인적인 발언이 우연찮게 녹음된 것이다. 녹음하는 줄 알았다면 그런 말을 했겠는가"라고 했다.

이규학 이사장도 같은 날 개인 명의로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이사장도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학내 구성원들의 특조위 참여를 당부했다. 현재 학생들과 교수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특조위를 통해 진실을 가려내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이사장은 현재 교수들과 학생들의 행동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학생들의 법인사무처 점거와 교수들의 녹취록 공개는 사법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면서, 특히 녹취록 공개 같은 경우는 헌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했다.

그는 공대위가 제기한 교수회의 사찰 의혹도 전면 부인했다. 교수회의를 녹음한 파일이 법인사무처에 있는 것은 자신의 지시로 녹음한 파일이 아니라 다른 교수가 법인사무처에 제출한 것이라고 했다. 당시 징계위원이었던 B 교수가 C 교수 징계 심의를 했는데, C 교수가 징계 처분을 받자 이에 불만을 품고 B 교수를 겁박하는 메일을 보냈고, 위협을 느낀 B 교수는 증거 자료로 교수회의 녹음 파일을 제출하며 이를 이사회에 조사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이사장은 인사 문제를 적법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미비한 점은 진상 조사를 통해 가려내자고 했다. 이와는 별도로 앞으로 학교 행정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관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공대위가 이사장에게 사찰 의혹과 더불어 제기한 '막말 논란'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공대위, "특조위 구성, 방학까지 시간 끌려는 수작…이사장이 또 거짓말을 한다"

▲ 총학생회는 4월 18일, 이사회가 열리는 호텔 앞에서 피켓 시위를 했다. 한 이사는 승용차에서 내리며 '창피한 줄 알라'고 말했다.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진 제공 감신대 총학생회)

공대위 교수들은, 이사회가 특조위를 통해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르다고 했다. 공대위의 D 교수는 "특조위 구성 의도는 뻔하다. (학생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여름방학까지 시간을 끌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학교 문제를 정치 문제로 가져가려고 하고 있다. 이것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진상 규명의 문제다. 본인들도 떳떳하다면 가장 객관적인 기구인 교육부에서 감사받으면 될 것인데 말씨름을 통해 시간을 지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대위는 특조위 구성에 대한 이사회의 정식 공문도 받은 바 없다고 했다.

공대위는 사찰 논란에 대한 이사장의 해명도 거짓말이라고 했다. D 교수는 "B 교수가 제출했다는 교수회의 녹음 파일은 7월분인데, 확인 결과 법인사무처에는 다른 회의의 녹음 파일들도 들어 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유승리 총학생회장은 "이사회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총학생회 임원들에게 한 이사님이 차에서 내리시며 '창피한 줄 알라'고 삿대질했다. 내부의 문제를 언론에 올리고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으니 이사님들로서는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 하지만 학교 명예가 높아지는 길은, 정당한 방법으로 감춰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대립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교수들은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이사회도 "공대위가 특조위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특조위 활동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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