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연합을 꿈꿉니다. 그것은 '이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장보다는 성숙을, 건물보다는 한 영혼을 소중하게 여기고 싶습니다. 우리는 '버티는' 목회가 아닌, 행복한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연합을 꿈꾸는 목사들이 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지구에 있는 구로문교회 하상복 목사, 예심교회 김희준 목사, 흥덕새누리교회 김승민 목사이다. 그들이 사역하는 교회는 모두 흥덕지구 1km 반경 안에 있다. 각 교회 교인 수는 20여 명이다.

▲ 연합을 꿈꾸는 목사들이 있다. 사진 왼쪽부터 흥덕새누리교회 김승민 목사, 구로문교회 하상복 목사, 예심교회 김희준 목사이다. 개교회 성장 추구의 목회 방식에 회의를 느꼈던 그들은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했다. 경쟁이 아닌 연대를 모색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내 교회, 네 교회 모두 '주님의 교회'

김승민 목사, 김희준 목사는 2010년, 하상복 목사는 2007년에 개척했다. 김승민 목사와 하상복 목사는 예장통합, 김희준 목사는 예장합동 소속이다. 세 목사는 2011년 하반기에 처음 만났다. 흥덕새누리교회가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했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됐다. 교단은 달랐지만, '가정 교회'를 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때 그들도 여느 목사들처럼, 교회 성장을 추구했다. '프로그램'과 교회 성장 방법론을 바탕으로 사역했다. 하지만 교회 성장이 쉽사리 되지 않았다. 보람도 없었고 행복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지역 내 교인 수평 이동과 '교인 뺏기' 현상을 종종 목격했다. 겉으론 이웃 교회를 존중하는 것 같았지만 타 교회 교인들을 본인의 교회로 빼앗아 가는 경우였다.

그들은 개교회 성장 추구의 목회 방식에 회의를 느꼈다. 그들은 경쟁이 아닌, 연대를 모색했다. 연합 사역에 대하여 고민하고 의논했다. 먼저 우리의 필요에 의한 것인지,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단지 개척 교회가 큰 교회에 맞서 혼자 살아남기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한 교회가 두 교회를 성공(자립)시켜 주려는 마음이 우선이었다.

1년 이상의 오랜 논의 끝에 세 교회는 2013년 3월 31일 부활주일에 첫 연합 예배를 했다. 장소는 세 교회 중 공간이 가장 넓은 구로문교회로 정했다. 인도, 설교, 축도는 세 목사가 각각 담당했다. 당일에 모인 헌금은 이후 세 교회 연합 야유회, 체육대회 등에서 사용했다.

첫 연합 예배 후 교인의 반응은 다양했다. 그동안 각 교회에서 적은 인원이 예배하다가 많은 인원이 함께해 은혜를 더 많이 받았다는 교인이 있었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일부 교인은 예배 방식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은 예배 순서를 비슷하게 맞추었지만 처음에는 세 교회 모두 예배 순서나 목사의 설교 방식이 달랐기 때문에 어려워하는 교인도 있었다.

무엇보다 교인들은 아직 연합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장소를 제공했던 구로문교회 교인은 주인, 예심교회와 흥덕새누리교회 교인은 손님이라는 느낌도 있었다. 구로문교회 교인들만 설거지와 뒷정리를 했기 때문에 불만을 갖는 이도 있었다.

▲ 세 목사는 연합을 두고 1년 이상의 오랜 논의를 했다. 드디어 2013년 3월 31일 부활주일에 세 교회는 첫 연합 예배를 했다. 이후 절기 예배, 야유회, 체육대회를 연합으로 했다. 한 개의 작은 교회로선 부담되는 행사도 세 교회가 함께하니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교인들은 부딪히면서도, 함께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차차 적응해 갔다. 또한, 세 교회는 전도지를 함께 만들기도 했다. 하나의 전도지에 각 교회 소개와 중점 사역의 내용을 담았다. (사진 제공 김승민)

포기하지 않고 연합 사역으로 발전

세 목사는 공동 사역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으로 인해 연합을 지속해야 할지 다시 고민했다. 그들은 비본질적인 문제로 포기할 수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들은 교회에서 교인들에게 공교회와 연합의 가치를 가르치며, 사역을 확대해 갔다.

2013년 하반기부터 절기 연합 예배뿐만 아니라 야유회, 체육대회 등을 같이했다. 행사 때는 세 교회가 나눠서 음식 준비를 했다. 한 개의 작은 교회로선 부담되는 행사였지만 함께하니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세 교회 교인들은 부딪히면서도, 함께하는 예배 횟수가 늘어나면서 차차 적응해 갔다.

서로의 독립 사역에 함께 힘을 보태기도 했다. 지역사회를 섬기기 위해 흥덕새누리교회는 지역아동센터 운영, 구로문교회는 노인 복지 사역, 예심교회는 카페를 운영한다. 구로문교회가 노인들 150여 명을 초청하여 경로잔치를 할 때, 예심교회와 흥덕새누리교회 목사와 교인도 참석하여 자원봉사를 했다. 토요일에는 김희준·하상복 목사가 흥덕새누리교회의 지역아동센터에 가서 사역을 돕는다.

전도지를 함께 만들기도 했다. 하나의 전도지에 세 교회를 모두 소개했다. 각 교회 소개와 중점 사역의 내용을 담았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세 교회가 함께 촛불 집회를 하고 희생자 추모 현수막을 공동으로 제작하여 거리에 붙이기도 했다.

2014년은 주일학교 연합 예배, 수요 연합 기도회, 토요 목회자 부부 아침 기도회도 더불어 시작했다. 주일학교 예배는 흥덕새누리교회에서 김승민 목사가 담당했다. 내년부터는 구로문교회와 예심교회에서 교사를 보내고, 세 목사가 한 주씩 돌아가면서 주일학교 예배를 진행할 계획이다.

▲ 2014년에는 주일학교 연합 예배, 수요 연합 기도회, 토요 목회자 부부 아침 기도회도 시작했다. 주일학교 예배는 흥덕새누리교회에서 김승민 목사가 담당했다. 

그들은 연합을 하면서 상호 배려와 섬김을 통해 인격적 성숙을 경험한다고 했다. 교인들도 목사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고 배워 간다. 세 교회 교인 모두 서로 배려하고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구로문교회 류선금 집사는 많은 수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예배를 하니, 영적인 충전을 더 받는다고 했다.

"연합 예배를 하며 세 목사님의 설교를 다양하게 들었어요. 말씀에 은혜도 받고, 예배도 더 집중해서 하게 돼요. 무엇보다 목사님들이 교회를 '내 교회'라고 생각하지 않고 '예수님의 교회'라는 것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거 같아 좋아요. 앞으로는 장년 예배가 절기뿐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씩 연합으로 하면 좋겠어요."

세 목사는 그동안 목회를 했어도 행복이 무엇인지 몰랐는데 이제는 목회가 행복하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연합은 이상이라며, 현실적 어려움이 많이 있다고 했다. 목사가 개인의 주장을 강요하거나 기득권을 주장하지 말고 더 낮아져야 한다고 했다. 또한, 목사 개인이 아닌 교인과 함께 연합 정신을 공유하고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그들은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길게 바라보며 연합 사역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구로문교회와 예심교회는 내년부터 새 공간을 얻어 같이 사용하는 것을 논의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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