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5일, 미국 동부 퍼거슨 시(Ferguson) 대배심원이 18세 흑인 소년을 쏜 백인 경관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관련 기사 : 미국 교회들, 폭동 우려해 피난처 자처) 이 발표로 퍼거슨 시뿐만 아니라 미국 120여 개의 대도시에서 대배심원의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되었다.

화염병과 최루탄이 오가는 격렬한 시위가 지속되자, 제이 닉슨(Jay Nixon) 미주리 주(Missouri) 주지사는 주 방위군 수백 명을 투입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시위대와 주 방위군이 극한 상황을 연출하는 가운데, 11월 넷째 주 목요일 추수감사절(Thanksgiving)이 찾아왔다.

미국에서 가장 분노와 갈등이 가득한 지역인 퍼거슨의 추수감사절은 어떤 모습일까. <뉴욕타임스>는 퍼거슨의 추수감사절 풍경을 전했다. 11월 27일 퍼거슨 시에는 시위대 대부분이 해산해서 길거리에 남아 있는 시위대가 별로 없다고 했다. 길을 지키고 있는 주방위군(National Guard)에게 주민들은 추수감사절 전통 음식인 칠면조 구이와 호박 파이 등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퍼거슨의 지역 교회들도 추수감사절을 맞아 사람들과 함께 감사를 나눌 준비를 했다. 웰스프링교회(Wellspring Church)에서는 흑인 가족들과 백인 가족들이 한데 모여 앉았다. 찬송을 부른 후 설교를 들었다.

▲ 웰스프링교회에는 다른 교회 교인들도 초대되었다. 18세 흑인 소년 마이클 브라운(Michael Brown)의 아버지가 다니던 교회는 불기소 발표가 있던 25일 밤 모두 전소됐다. 시 당국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웰스프링교회 윌리스 존슨(Willis Johnson) 담임목사는 칼튼 리(Carlton LEE) 목사와 교인들을 초대해 함께 예배했다. (<뉴욕타임스> 기사 갈무리)

먼저 설교를 한 것은 칼튼 리(Carlton LEE) 목사다. 리 목사는 플러드크리스천교회(Flood Christian Church)담임목사다. 이 교회는 마이클 브라운의 아버지가 다니는 교회로 대배심원의 판결이 있던 날 밤 시위대에 의해 전소되었다. 시 당국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추정했다. 리 목사는 이제 예배할 곳이 없어졌기에 웰스프링교회의 주차장에서 예배를 드리려고 했으나 웰스프링교회가 리 목사와 교회 공동체를 초대했다. 그는 "예배당을 다시 갖게 될 날이 언제가 될지, 어떤 방법으로 이뤄질지 잘 모릅니다. 그러나 내가 하나님을 신뢰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고 말했다.

웰스프링교회의 윌리스 존슨(Willis Johnson) 담임목사는 성경의 욥기를 인용하며 불확실함과 혼란 가운데서 신앙을 지키는 법에 대해 설교했다. 그는 "우리를 지켜 주는 것은 주 방위군도 경찰도 아닙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계십니다"라고 말했다.

예배가 끝난 후, 참석한 교인들은 함께 점심 식사를 준비했다. 음식을 먹기 전 존슨 목사가 간단히 소감을 밝혔다. 존슨은 마이클 브라운 사건 이후로 퍼거슨 시의 사람들이 여러 방면에서 제재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나누는 것이 그리스도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공동체가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웰스프링교회에서 인종간의 화합이 이뤄졌다면, 또 한 교회에서는 색다른 방법으로 추수감사절을 준비했다. 성누가교회(St. Luke’s African Methodist Episcopal Church)의 이야기다. 추수감사절인 27일 목요일 100여 명의 사람들이 성누가교회 지하에 모였다. 단순히 예배를 위해 모인 것만은 아니다.

미국 퍼거슨 시에도 추수감사절이 찾아왔다. 흑인 소년을 쏜 백인 경관을 기소하지 않기로 한 대배심원의 판결에 격렬하게 항의하던 시위대는 추수감사절이 되자 한층 사그라든 모습을 보였다. 웰스프링교회(Wellspring Church)에서는 백인 가족과 흑인 가족이 한데 어울려 예배를 드리고 추수감사절 식사를 나눴다. (<뉴욕타임스> 기사 갈무리)

시위대와 교인들, 자원봉사자들은 여느 추수감사절처럼 함께 모여 예배하고 음식을 나눴다. 자정이 가까워 오자 사람들이 모두 인근에 있는 월마트(Walmart)로 향했다. 날이 바뀌면 시작될 '블랙프라이데이'에 불만을 표하기 위해서다.

교인들은 감사가 있어야 할 퍼거슨 시와 미국에 감사보다는 불의가 판을 치고 있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블랙프라이데이' 파업을 하기로 한 월마트 노동자들과 연대할 목적으로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No justice, no peace)"라고 월마트에서 외쳤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이 추수감사절로 지키는 11월의 네 번째 목요일 다음 날이다. 금요일 자정부터 대형 마트 등에서 할인률이 높은 물건들을 주로 판매하고, 이 물건들을 구입하기 위해 사람들은 새벽부터 나와 줄을 선다.

<뉴욕타임스>는 웰스프링교회의 존슨 목사의 "저항은 계속될 것"이라는 말에 주목했다.

"시민 불복종과 그에 따른 행동은 계속될 것입니다. 세상은 우리의 기도도 필요로 하지만, 저항도 필요로 할 것입니다. 우리의 희망은 아주 작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 하나를 지속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시대의 요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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