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미국 중부 미주리(Missouri) 주 퍼거슨(Ferguson) 시에서 경찰이 쏜 총에 18세 흑인 청소년이 맞아 사망한 일이 발생했다. 항복 자세로 두 팔을 들고 있던 마이클 브라운(Michael Brown)을 쏜 사람이 백인인 대런 윌슨(Darren Wilson) 경관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퍼거슨 시는 분노로 가득 찬 시위가 연일 계속되었다. 여러 목사들도 브라운이 퍼거슨 시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로 희생된 것이라며 함께 시위했다. (관련 기사: 짐 월리스 등 인종차별 규탄 시위하다 체포)

11월 25일, 퍼거슨 시 대배심원 12명은 윌슨 경관을 살인죄로 기소할지 여부를 발표했다. 퍼거슨 시 주민들은 발표 전 거리로 나와 함께 판결을 들었다. 검사의 입에서 대런 윌슨을 기소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발표되자, 군중은 술렁였다.

 

 
▲ 18세 흑인 소년 마이클 브라운(Michael Brown)을 죽음에 이르게 한 대런 윌슨(Darren Wilson) 경관을 불기소 하기로 발표하자,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 일대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모여서 발표를 듣던 군중은 일부는 브라운의 부모가 바라는대로 평화로운 시위를 이어 갔다. 그러나 일부 시위대는 주위 상점을 약탈하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다. (동영상 출처 CNN)

마이클 브라운의 부모는 "깊이 실망했지만 어떤 종류의 폭력 시위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소감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도 "많은 미국인들이 이 결과에 실망했겠지만 대배심원의 판결을 받아들여야 한다. 브라운의 아버지가 한 말처럼 남을 해하거나 건물을 부수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브라운의 부모와 오바마 대통령이 평화로운 시위를 거듭 촉구하는 것은, 지난 8월 브라운의 죽음 이후 퍼거슨 시는 대규모 폭력 사태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릴리전뉴스서비스>는 퍼거슨 시의 여러 교회들이 그때를 기억하고 혹시 모를 폭력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목사들은 폭력을 피하는 사람들이 교회로 피난을 오든지 도움을 구하러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퍼거슨 시에서 교파와 인종을 초월해 사역하고 있는 메트로폴리탄회중연합(Metropolitan Congregation United)은 자원해서 건물을 제공해 줄 교회의 목록을 만들었다. 많은 교회들이 음식, 물, 휴대폰 충전기 등을 준비했다. 의사와 법률 지원 팀도 교회에서 기다리며 사람들을 도울 준비를 마쳤다.

여기에 참여하는 성마가교회(St. Mark Church)의 타미 피어슨(Tommie Pierson) 목사는 교회가 범죄자를 보호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시위하면서 폭력을 저지르고 도망치는 사람들을 받아 주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시위가 폭력으로 번질 경우, 폭력을 피해 쉴 곳을 찾는 또 다른 시위대에게 교회가 안전한 피난처가 되어 주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교회가 피난처로 활용되었던 전력이 많다. 19세기, 도망친 노예들을 숨겨 주기 시작하면서 안전 가옥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교회가 생겨났다. 1960년대, 시민운동 리더들은 종종 교회에서 모임을 가졌다. 1963년 앨라배마 주 버밍햄 시의 한 침례교회는 흑인 인권 운동의 중심이라는 이유로 폭탄 공격을 받아 4명의 소녀가 희생되기도 했다.

1980년대, 미국 교회는 이민자들을 보호하는 데 앞장섰다. 추방될 위기에 놓인 불법 이민자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피난처 운동'을 지지하는 교회가 많았다. 불법 이민자를 숨겨 주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은 적도 있다.

퍼거슨 시의 목사들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시위대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인구의 70%가 흑인인 이 지역은 시장과 경찰서장, 시의원의 90%가 백인이다. 목사들은 종종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흑인 공동체의 대변인 역할을 해 왔다.

몇몇 교회들은 대배심원의 발표가 있던 날 저녁 기도회를 준비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폭력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평화로운 시위를 바랐던 모두의 바람과 달리, 현재 퍼거슨은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며 몸살을 앓고 있다. 평화롭게 시위하는 무리도 있지만, 일부 시위대는 상점을 약탈하고 경찰차를 방화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까지 발사하는 등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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