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을 공유하는 두 교회 이야기를 보도한 직후, <뉴스앤조이> 제보 게시판에 인천시 남구에 있는 두 교회도 예배당을 함께 사용한다는 글이 올라왔다.(관련 기사 : 한 교회인가, 두 교회인가?) 작은교회(박태진 목사)와 소망교회(이정필 목사) 이야기였다. 두 교회는 지난 3년 전부터 예배당을 함께 사용해 오고 있었다.

▲ 소망교회 이정필 목사(왼쪽)와 작은교회 박태진 목사는 '내 교회'가 아닌, '주님의 교회'라는 인식이 있어서 '한 지붕, 두 가족'이 가능하다고 했다. 두 교회의 연합은 하나님나라 관점에서 볼 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본래 두 개가 아닌, 주님 안에서 한 공동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연합'을 꿈꾸는 두 목사의 만남

작은교회 박태진 목사(53)는 지난 2008년, 인천 문학경기장 부근의 상가 건물 1, 2층을 임대했다. 1층은 북카페, 2층은 예배당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박 목사는 입주하기 전, 인근 지역 교회 30여 곳을 찾아다녔다. 목회자들과 친분을 쌓고, 훗날 교회 연합 사업도 펼치고 싶었다. 제일 먼저 찾은 데는 이정필 목사가 있는 소망교회였다.

교회 연합 사업에 대한 비전은 이정필 목사(45)도 품고 있었다. 지역 교회가 함께하는 연합 찬양 예배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단이 다르고, 함께할 이유가 없다며 고사하는 교회들이 많았다. 이 목사는 박 목사와의 만남을 통해 교회 연합에 대한 비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소망교회는 작은교회처럼, 상가 건물 1, 2층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1층은 도서관으로 꾸며,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개방했다. 126평 규모의 2층은 예배당으로 사용한다. 그러던 중 지난 2011년 재정 위기를 겪었다. 몇 달간 임대료를 내지 못했다. 이 목사는 박 목사에게 "예배당을 공유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마침 작은교회는 상가 임대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었고, 박 목사는 이 목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정필 목사가 박태진 목사에게 소개한 '가정교회' 과정도 연합에 한 몫을 했다. 이 과정은 평신도를 목회자의 역할을 하는 '목자'로 세워 매주 6~12명이 가정에서 모이게 한다. 각 모임에서 예배, 교육, 친교, 선교 등의 지역 교회 직능을 하는 공동체를 세워 가는 사역 형태이다. 박 목사도 작은교회에 이를 적용했다. (가정교회사역원 홈페이지 바로가기)

▲ 작은교회와 소망교회는 3년 전부터 예배당을 함께 사용해 오고 있다. 공간은 함께 쓰지만, 예배 시간은 다르다. 소망교회는 일요일 오전 10시 30분에, 작은교회는 오후 1시 30분에 예배한다. 위의 두 사진은 소망교회, 아래 두 사진은 작은교회 예배 모습. ⓒ뉴스앤조이 이사라

작은교회, 만장일치로 '더부살이' 결정

작은교회 교인들 일부는, 예배당을 공동으로 사용하자는 박 목사의 의견에 반대했다. 한 교인은 "꼭 '더부살이'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남의 교회에 얹혀사는 것처럼 비춰질까 염려된다는 말이었다. 박 목사는 강요 대신 기도를 요청했다. 충분한 논의도 했다.

변화가 일어났다. 작은교회 교인은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의 모임임을 깨달았다. 교인 모두가 소망교회로 들어가기로 뜻을 모았다. 예배당을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두 교회는 한 공간을 사용하기 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점검했다. 주차, 교회 비품 활용, 공과금 납부, 예배당 사용 시간, 임대료 등에 대해 논의하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했다.

'내 교회'가 아닌 '주님의 교회'라고 생각

도서관 임대료는 작은교회가 내고, 예배당 임대료는 소망교회가 책임지기로 했다. 작은교회가 가져온 빔 프로젝터, 에어컨, 스피커 등 각종 비품을 예배당에 설치했다. 소망교회는 작은교회를 위해 주방을 하나 더 만들었다.

두 교회는 모든 것을 내 것이 아닌, 주님의 것이라고 인식했다. 교회 비품도 같이 사용하고 각종 양념, 김치도 같이 먹는다. 작은교회에 쌀이 떨어지면, 소망교회가 쌀을 사서 채워 넣기도 했다. 박태진 목사와 이정필 목사는 '내 교회'가 아닌, '주님의 교회'라는 인식이 있어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 두 교회가 한 공간을 사용하는 것은 많은 희생과 양보가 필요했다. 부딪힐 수 있는 부분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주방은 두 개로 나누어 사용하지만 각종 양념, 김치 등은 같이 먹는다. 작은교회에 쌀이 떨어지면, 소망교회가 쌀을 사서 채워 넣기도 한다. 위의 사진은 소망교회 주방, 아래 사진은 작은교회 주방. ⓒ뉴스앤조이 이사라

희생과 양보 뒤따른 교회 연합…교회 간판은 하나만 달기로

2011년 5월, 두 교회는 한 지붕, 두 가족이 되었다. 두 교회가 한 공간을 사용하는 것은, 많은 희생과 양보를 필요로 했다. 작은교회는 별도의 간판을 달지 않았다. 건물에는 이미 소망교회 간판이 달려 있었다. 한 건물에 두 개의 교회 간판이 있는 것에 대해 박 목사 스스로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작은교회 간판은 찾아볼 수 없다.

공간은 함께 쓰지만, 예배 시간은 다르다. 소망교회는 일요일 오전 10시 30분에, 작은교회는 오후 1시 30분에 예배한다. 하지만 작은교회 교인 일부는 늘 예배 3시간 전에 온다. 먼저 예배하는 소망교회 어린이들을 돌보기 위해서이다. 어린이 예배는 오후 1시 30분에 소망교회가 담당하여 연합으로 드린다.

수요 예배도 연합 예배로 해 왔다. 박 목사와 이 목사가 한 달씩 돌아가면서 수요 예배 설교를 맡았다. 단, 올해 11월에만 작은교회는 화요일, 소망교회는 수요일에 예배를 한다. 소망교회에 새신자가 계속 유입되면서, 두 교회가 설교 메시지를 다르게 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두 교회는 이외에도 부흥회와 강연회 등 교회 행사를 연합으로 진행한다.

두 교회는 지역사회를 위한 도서관 공동 사역도 하고 있다. 재정을 비롯해 자원봉사자도 함께 지원한다. 지역아동센터 하나 없는 인천 문학동 지역에 있는 큰나무도서관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인천시 우수 작은도서관으로 선정, 시와 구청으로부터 1억 원의 리모델링비를 지원받았다.

▲ 한 건물에 두 개의 교회가 있지만, 간판은 소망교회 하나만 달려 있다. 한 건물에 두 개의 교회 간판이 있으면 지역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염려해서이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어려울 땐 서로 헌금하며 도와

지난 2013년 여름, 소망교회는 재정난을 겪었다. 임대료가 10개월간 밀렸는데, 연체 금액만 2000만 원에 달했다. 이정필 목사는 사택 문제로 당장 급전이 필요하게 됐다. 이 소식을 들은 박태진 목사는 개척 목회 6년 만에 처음으로 교인들에게 특별 헌금을 요청했다.

그런데 작은교회 교인들의 상황도 여의치 못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어머니 병간호하던 교인, 회사가 부도나서 실직한 교인,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 상황에 놓인 교인, 아내의 임신으로 휴직해야 하는 교인 등 모두 어려웠다. 박태진 목사 자신의 상황도 그랬다. 자동차는 낡아서 폐차시켰고, 컴퓨터도 고장난 상태였다. 교회 냉장고 모터는 고장 나 있었다.

그런데 일주일 후, 약속한 대로 헌금 2640만 원이 모였다. 소망교회에 필요한 액수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작은교회 교인들은 펀드 해지, 10년 부은 주택 부금 통장 해약, 보험 대출, 마이너스 대출 등을 받아 마련한 헌금이었다. 작은교회는 기꺼이 금액 전부를 소망교회에 헌금했다. 교인 절반이 초신자인 작은교회가 마련해 준 헌금을 받고 이정필 목사는 며칠을 울었다.

단점보다 장점 많은 한 지붕 두 교회

두 교회 교인들은 한 공간을 두 교회가 같이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실제 사용해 보니, 불편함보다 긍정적인 면이 많았다. 작은교회 전기숙 씨(46)는 겉으론 두 교회지만, 같은 교회 교인처럼 생각한다고 했다. 소망교회 김영아 씨(33)는 불편함보다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더 깊어져 좋다고 했다. 두 교회가 연합 사역을 하니 도움이 많이 되고, 문제가 생겨도 협의와 소통이 잘 이루어진다고 했다.

두 교회가 만나면서, 가정을 이룬 커플도 있다. 소망교회 김성호 씨와 작은교회 조은미 씨는 백년가약을 맺었다. 현재 김 씨는 아내 조 씨를 따라 작은교회에 출석한다.

소망교회 권상숙 씨(54)는 재정이 어려운 소망교회를 도와주러 온 작은교회가 처음엔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권 씨는 "작년 작은교회가 특별 헌금으로 도와준 게 참 감사하다"고 했다.

▲ 두 교회는 부흥회, 강연회, 특별 예배, 어린이 예배 등을 연합으로 진행한다. 위의 사진은 어린이 연합 예배, 아래 사진(사진 제공 이정필)은 박태진 목사가 세족식을 하며 이정필 목사의 발을 씻어 주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사라

지금은 작은교회 재정이 넉넉하지 못하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한 소망교회는 11월 30일 특별 헌금을 걷어, 작은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두 교회는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남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서로 도와 가며 지낼 생각이다.

"내 교회인가, 주님의 교회인가를 분명히 정립하면 됩니다. 우리가 특별해서가 아닙니다.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가. 무엇을 하면 주님이 기뻐하실까. 이런 단순한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우리 두 교회의 연합은 하나님나라 관점에서 볼 때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본래 두 개가 아닌, 주님 안에서 한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박태진·이정필 목사의 말이다.

다음은 2013년 7월, 작은교회가 소망교회에 2640만 원을 헌금하면서 준 편지 전문.  

사랑하는 소망교회 여러분께

함께 있으면서 이렇게 편지를 써 보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먼저 소망교회 안에 하나님이 주신 풍성한 하늘 복이 가득 넘치기를 축복합니다. 이렇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소망교회에 주시는 선물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선물의 내용은 현금 '2640만 원'으로써, 이 금액은 작은교회에서 이번 맥추감사절에 특별 헌금으로 모은 것입니다.

작은교회에는 일 년에 두 번 있는 감사절 헌금을 모두 구제와 선교를 위해 지금까지 사용해 왔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번 맥추감사절에 특별한 일을 하고 싶으셨는지 저희에게 '특별 헌금'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작은교회 설립 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필요로 하시는 금액이 얼마인지를 알고, 모두가 최선을 다하여 헌금한 결과의 금액을 소망교회에 하나님의 선물로 전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사실 이 헌금에는 많은 사연이 있습니다. 펀드를 깨신 분도 있고, 10년간 넣어 두었던 주택 부금 통장을 깨신 분도 있고, 심지어는 보험 대출을 받았거나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 헌금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적인 것은 모두가 자원하여 최선을 다해 헌금하였고, 이를 사용하는 방법에서도 모든 성도가 기쁘게 동의하였다는 것입니다.

"왜 이러한 특별 헌금을 하게 하셨을까?" 하고 기도하며 생각해 보니, 이는 소망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특별한 마음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은 마음을 감찰하시는 분으로 이정필 목사님이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과 순수한 순종을 아실 뿐 아니라, 영혼 구원의 사명과 열정, 그리고 능력마저도 상실한 교회들 속에서, 교회의 머리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인정하고, 그분의 몸 된 성도들에게 주신 영혼 구원의 사명만을 붙들고 나아가는 소망교회 성도님들을 귀하게 여기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고자 하지만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짐의 무게 때문에 마음은 있어도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마도 소망교회에게 그 짐은 물질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것은 사역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누적되면 몸도 마음도 묶이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이번에 그동안 밀려 왔던 월세를 깨끗하게 청산해 주시는 것은

첫째로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다시 한 번 보여 주시고자 하심이며

둘째는 소망교회가 힘을 내 새로운 마음으로 주님의 사역을 해 나가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이 헌금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지 않기를 거듭 말씀드립니다. 이 헌금은 하나님의 것이자, 하나님께서 소망교회에 주시는 선물입니다. 구원도 선물로 주시고, 성령님도 선물로 주신 분께서 이까짓 돈이야 얼마든지 선물로 주시지 않겠습니까? 작은교회는 이러한 일에 대해 이미 잊어버렸습니다.

단지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우리를 통해 하시고자 하시는 뜻에만 집중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니 작은교회에게 고마워하지 마시고, 오직 하나님께만 감사하십시오. 그리고 하나님께서 소망교회에게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만 생각하고 행하십시오. 작은교회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은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는 것입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소망교회와 작은교회가 주의 사랑과 축복 안에서 건강하게 쑥쑥 자라나는 것입니다. 이 땅에는 도움이 필요한 교회들이 많이 있습니다.

소망교회 성도 여러분 사랑합니다. 하늘 복 많이 받으세요~

2013.7.21.
작은교회 성도 일동

추신
1. 1층 월세 18개월분 14,400,000원
2. 2층 월세 10개월분 5,500,000원

3. 이정필 목사님 사택 일부 6,500,000원
계 26,400,000원

※ 제보를 기다립니다. 
소망교회와 작은교회 말고도 한 예배당을 공유하는 교회들이 있을 것입니다. <뉴스앤조이>는 비슷한 사례를 찾고 있습니다. 그런 교회를 알거나 그러한 교회에 속해 있다면 기고해 주십시오. (이메일 newsnjoy@newsnjoy.or.kr, 페이스북 메시지 facebook.com/newsnjoy, <뉴스앤조이> 제보 게시판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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