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백남선 총회장) 99회 총회가 총신대학교 정관을 변경하라고 결의했으나 갈수록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영우 재단이사장이 교단을 상대로 제기한 '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이 10월 31일 받아들여지는 바람에 총회 결의가 무력해진 것이다.

총회 실행위원회는 11월 25일 모여 대처 방법을 강구했지만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했다. 총회 결의를 이행하도록 하기 위한 또 하나의 위원회만 만들어지게 생겼다.

▲ 김영우 재단이사장의 '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서, 총신대 정관 변경과 관련한 총회 결의는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총회 실행위원회는 11월 25일 대전중앙교회에서 회의를 열어 대처법을 모색했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마르투스 구권효

김영우 이사장 총회 상대로 승소…재단이사 8명 무더기 사퇴

지난 10월 한 달간, 총신대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김영우 이사장과 길자연 총장이 순순히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이자, 학부생들과 신대원생들은 대자보를 붙이고 시위와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교수들도 총회 결의를 이행하라는 성명서를 두 차례 발표했다. 월말까지 정관을 개정하지 않으면 교단 내 공직이 정지되는 상황에서, 재단이사 8명이 무더기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총회 임원들도 11월이 되면 결의대로 재단이사들이 소속한 노회에 공직 정지 공문을 보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10월 말일, 사회법이 김영우 이사장의 손을 들어 주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99회 총회 결의와 관련한 본안 판결 확정 시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판결했다. 직영 신학교이기 때문에 교단이 재단이사회에 정관을 개정하라는 취지의 지도권을 행사할 수는 있겠지만, 정관을 개정하지 않았을 때 김 이사장의 공직을 박탈하는 등의 조치는 월권이라고 봤다. 이는 지도 차원을 넘어서는, 사실상 정관 변경권 및 임원 임면권 행사라는 것이다.

결국 총회나 총신대나 붕 뜬 상태가 됐다. 11월이 되었지만 총회는 남아 있는 재단이사들에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8명의 집단 사퇴로 현재 총신대 재단이사는 김영우 이사장을 비롯해 5명만 남았다. 정원 15명 중 1/3만 남아 정족수 미달로 안건도 처리할 수 없다.

실행위원회, 총회 결의 이행하는 위원회 만들기로

▲ 실행위원회 회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일부 목사들이 의논하고 있다. 실행위원들은 총회 결의를 이행하기 위한 위원회를 조직하기로 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총회 결의대로 하자니 사회법이 걸리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교단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게 된 상황에서, 총회는 11월 25일 실행위원회를 소집했다. 백남선 총회장은 회의 전, "99회 총회 결의는 학교가 교단의 지도를 받게 하기 위한 것이지, 누군가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 교육부가 총회 결의를 반대할 수는 있겠지만, 재단이사들은 교단 목사이기 때문에 반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총회 결의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실행위원들은 여러 의견을 제시했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사회법은 사회법일 뿐 교단은 교단법대로 진행하면 된다며, 총회 결의대로 남은 이사들의 공직을 정지해야 한다는 강경한 위원도 있었지만, 사회법도 존중해야 한다며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는 위원들이 많았다. 갑론을박하던 실행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해결할 수 없으니 위원회를 만들어 총회 결의를 이행할 수 있게 중재하는 역할을 맡기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위원 선정은 임원회에 맡겼다.

교단 목사 및 학교 학생들, 반대 여론 여전

▲ 백남선 총회장은 재단이사들이 다소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총회 결의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마르투스 구권효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으니, 사태 해결을 위해 또 얼마간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김영우 이사장과 일부 재단이사들은 당장 공직 정지라는 화살을 피하기는 했지만, 교단 목사들이나 총신대 학부·신대원생들의 불신임 여론은 여전하다.

예장합동 전 총회장단(서기행 회장)은 11월 10일 총회에서 99회 총회 결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뜻을 모아, 19일 교단지에 성명서를 게재했다. 총신대 총동창회(오정호 회장)도 20일, 99회 총회 결의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교단지에 발표하기로 했다. 백남선 총회장도 10일, "재단이사 개인적으로는 다소 불이익을 당해도 총회의 뜻을 따라야 한다. 총회의 뜻을 저버리고 사학법에 의해 신분을 보장받아 학교를 운영한다면 총신대가 총회와 무관한 개인 사학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3주 전부터는 총신대 졸업자들과 예장합동 목회자들, 교회개혁실천연대가 김영우 이사장과 길자연 총장 사퇴를 주장하며 사당캠퍼스 정문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영우 이사장과 길자연 총장은 학교에서도 '바닥 민심'이다. 한 신학과 학생은 "이사장이 사회법에서 승소했다고 해도 많은 학생들은 여전히 이사장과 총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대원생들도 10월 말, 99회 총회 결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전체 학생의 88%에 달하는 1195명의 서명을 받아 총회에 제출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총신에서 치러진 '개혁주의' 장례식

구권효 / <마르투스>·<뉴스앤조이> 기자
본보 제휴 <마르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