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스로 개혁주의의 요람이라고 말하는 총신대학교에서 '개혁주의 장례식'이 열렸다. 신학과 학생들이 총회 결의를 지키지 않는 길자연 총장과 김영우 재단이사장을 규탄하면서 장례 퍼포먼스를 벌였다. ⓒ마르투스 구권효

497번째 종교개혁 주간을 맞이했지만, 한국 개혁주의 신학의 요람이라 자부하는 총신대학교는 안녕하지 못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백남선 총회장) 99회 총회 결의를 지키지 않고 있는 김영우 재단이사장과 길자연 총장 때문이다. 교단은 총신대 재단이사회에 10월 31일까지 정관을 고치라고 지시했지만, 역시나 결의는 지켜지지 않았다. 학생들과 교수들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 온고지신 학생회가 주관한 기도회에는 80여 명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본관 앞 주차장에 서서 찬송을 부르고 기도했다. 채플이 끝나고 본관을 나오는 학생들이 속속 합류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 학생들은 기도회가 끝나고, 총신 개혁주의 영정 사진과 국화를 본관 2층 총장·이사장실 앞으로 옮기고 성명서를 문에 붙였다. 길자연 총장과 김영우 이사장은 자리에 없었다. ⓒ마르투스 구권효

10월 30일, 총신대 신학과 학생들은 본관 앞에서 총신의 개혁주의가 사망했다며, 길자연 총장과 김영우 이사장을 규탄했다. 영정 사진 액자에 '총신 개혁주의'라고 쓰고 앞에는 국화를 놓아 장례식 분위기를 연출했다. 신학과 학생 80여 명이 본관 앞 주차장에 서서 찬송을 부르고 기도했다. 채플이 끝나고 본관을 빠져나오는 학생들 중, 이들의 기도회를 보고 참석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신학과 학생회 정진혁 회장은 길자연 총장과 김영우 이사장이 총회 결의를 준수해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총신을 세월호와 비교하며, 배가 기울고 있는데도 선장은 자신만의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혁 교회는 끊임없이 개혁되어야 한다'는 개혁주의 가르침에 따라, 침몰해 가는 총신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학과 노진호 학술부장은 감신대·성공회대·장신대·한신대 신학생들이 함께 보내 온 성명서를 읽었다. 타 학교 학생들도 길 총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기도회가 끝나고 학생들은 총신 개혁주의 영정 사진과 국화를 본관 2층 총장·이사장실 앞으로 옮겼다. 성명서는 출입문에 붙였다. 두 목사는 학교에 없었다. 학교 직원들은 학생들에게 여기다 이런 걸 붙이면 곤란하다고 말하며 난처해했다.

총신대 신대원생들도 문제의 두 목사를 규탄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관련 기사 : 총신 학생들, 길자연·김영우 목사 '퇴진' 목소리 높여) 신대원 원우회는 10월 29일, 서울 대치동에 있는 예장합동 총회 회관에 직접 찾아가, 99회 총회 결의를 지지하는 신대원생들의 서명을 전달했다. 서명을 시작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재학생 1360명 중 88%에 달하는 1195명이 서명했다.

▲ 신대원 교수 14명은 10월 23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는 신대원과 학부 캠퍼스에 붙어 있다. ⓒ마르투스 구권효

신대원 교수들도 10월 23일, 김영우 이사장의 소송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10월 초 99회 총회 결의를 지지하는 성명을 낼 때는 보직 교수 8명만 이름을 올렸지만, 이번 성명에는 14명이 참여했다. 교수들은, 김 이사장이 총회를 상대로 한 소송건은 교단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라며, △김 이사장의 소송 취하와 사퇴 △총회 결의대로 정관 개정 및 8년 이상 재직한 재단이사들 사퇴 △길자연 총장 사퇴를 촉구했다. 이 성명서는 현재 총신대 양지·사당캠퍼스에 부착돼 있다.

학교 구성원들의 성토가 거세지는 가운데, 재단이사회도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단이사회는 10월 23일 회의를 열었지만 정관을 개정하지 못했다. 일부 이사들이 김영우 이사장의 독단적인 소송에 문제를 제기했고, 몇몇 이사들은 지난 10월 10일 총회에 제출했던 '법적인 판단을 받아' 정관을 개정하겠다는 동의서를 번복하고, '아무 조건 없이' 총회 결의를 지키겠다는 동의서를 다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 교단 말 안 듣는 '교단 직영' 신학교 총신대)

한 재단이사는 <마르투스>와의 통화에서 "합법적으로 해야 한다는 김영우 이사장의 말도 일리가 있다. 정관을 개정하려면 전체 이사 2/3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현재 이사가 15명 중 8명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다수의 이사들은 합법·불법을 떠나 총회의 지도를 받겠다는 태도다. 10월 중으로 사표를 제출하려고 하는 이사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미 재단이사회 서기 정준모 목사는 23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정 목사는 사직서에서 "개인적으로는 총회 결의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총신과 교단의 화합을 위해 사퇴하겠다"고 썼다.

한편, 총회 임원회는 총신대와 관련한 사안을 99회 총회 결의대로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총회 결의는, "만약 재단이사회가 10월 31일까지 정관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11월 1일 0시부로 재단이사 전원의 총회 내 모든 공직을 5년간 박탈하기로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총회 임원회는 현 재단이사들이 소속한 노회에 공직 박탈을 지시하는 공문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총신대 신학과 온고지신 학생회 성명서 전문. 

침몰인가, 개혁인가

198

오늘은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지 198일째 되는 날이다. 198일 동안 우리가 뼈저리게 느낀 것은 진실을 되찾고 정의와 평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소명을 가진 신자들의 믿음만큼, 진실을 곡해하고 은폐하며 권력과 맘몬을 숭배하고자 했던 불신자들의 믿음 또한 확고했다는 것이다.

318

오늘은 길자연 선장의 항해로 총신호가 아무도 모르는 목적지를 향해 출항한 지 318일째가 되는 날이다. '총신'호는 물이 차고 점차 선체가 기울어짐에도 불구하고, 선장은 계속해서 자신의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온고지신 신학과 학생회를 비롯한 본교의 학생 기구들은 318일 동안, 아니 총장 후보 선출 과정에서 특정 후보의 자질과 이사회의 후보 선출 방식에 대해 문제 제기한 바 있다. 길자연 총장이 선출된 이후 '학교법인 칼빈신학원 임원 취임 승인 취소'를 비롯한 소송 문제들에 휘말렸을 때도, 학우들은 이에 대해 경각심을 내비쳤다. 이후, 길자연 총장 스스로가 지난 3월 28일 교외 언론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발표했으나 이를 번복하며 오히려 자신의 거취를 확고히 했다.

온고지신 신학과 학생회는 '총장 즉각 사퇴'에 대한 목소리를 더욱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지난달 23일, 제99회 총회가 열렸던 광주겨자씨교회에서 제99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에 부친 총신대학교 신학과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준비 과정에서 학교 측은 학생회의 배후 세력을 물었고, 암암리에 협박과 외압을 보내 이를 중단시키려 했다.

99회 총회는 결의를 통해 길자연 총장과 김영우 재단이사장에게 총회법에 명시된 '70세 정년 규정'을 준수하기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러한 총회의 결의에 따라 길자연 총장과 김영우 재단이사장의 적법한 임기는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비텐베르크 교회 정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내건 10월 31일로 끝이 난다.

497

오늘은 497주년 종교개혁 주간의 날이기도 하다. "개혁된 교회는 끊임없이 개혁되어야 한다"는 개혁주의의 가르침은 개혁의 현재성과 구조성에 대해 명확히 말하고 있다. 우리는 497년 전 마르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을 보며, 단순한 향수 혹은 관람으로 우리의 신앙을 자위할 수 없다. 이는 우리가 믿는 신앙을 저버리는 일이며, 이러한 일들은 불신앙의 일이기 때문이다. 신앙의 선배들이 침몰되어 가는 교회 속에서 진리의 말씀을 구조한 종교개혁의 유산을 계승하여, 우리는 침몰되어 가는 총신을 개혁하고 앞으로 입학하게 될 15학번 후배들을 안전한 총신에서 맞이하고자 한다.

온고지신 신학과 학생회를 필두로 한 총신대학교 신학과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의 14명의 교수들이 낸 재단이사장의 총회 결의 원인 무효 및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에 대한 성명서를 지지하며, 신학대학원 원우들의 공동 성명서의 입장 또한 지지한다. 이를 통해 본 신학과 학생회는 총장과 이사장이 총회법을 준수하여 명시된 일자에 따라 자진 하야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종교개혁 497년을 앞둔 2014. 10. 29

29대 온고지신 신학과 학생회

구권효 / <마르투스>·<뉴스앤조이> 기자
본보 제휴 <마르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