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로 들어온 이래 <뉴스앤조이> 편집국 전원이 함께 취재를 나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 11월 10일, 평양노회 2차 재판이 있던 날에는 기자 한 명이 취재를 나갔다. 취재를 다녀온 기자는 심신이 지쳐 있었다. 전병욱 목사를 호위하러 나온 사람들을 혼자서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엔 모두가 서울시 대치동 예장합동 총회 회관으로 향했다.

합동 취재라니. 집을 나설 때는 약간의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총회 회관 엘리베이터가 6층에서 멈추자 이런 기대감 따위는 산산조각이 났다. 문이 열리고 눈앞에 펼쳐진 것은 먼저 도착한 선배 기자들과 홍대새교회 사람들과의 승강이 장면이었다. 이들은 전병욱 목사가 출석하기로 한 9시보다 훨씬 전부터 재판국이 설치된 평양노회 사무실 앞 복도를 가득 채웠다. 아무도 입구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었다.

전 목사가 출석하기로 한 9시가 다가오자 더 많은 교인이 도착했다. 건장한 남성들이었다. 홍대새교회 측이 저렇게 나오는 이상 어떻게든 전병욱 목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기자들은 조를 나눴다. 전 목사가 모습을 나타낼 것이라 예상되는 지점에서 그를 기다렸다.

10분, 20분. 시간이 흐를수록 긴장감은 더 커졌다. 재판국 앞 복도에는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소리 외에는 오직 침묵만이 감돌았다. 이 기나긴 침묵 속에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순간,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 출입구가 소란스럽다. '그분'이 오셨다.

오랜 기다림 끝에 도착한 '그분'은 인간 장벽에 둘러싸여 보호받으며 미리 확보된 장소로 몸을 숨겼다.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함께 있던 남자 교인들이 맡은 임무는 명확했다. 기자들의 카메라 렌즈를 가리는 사람들. 기자들을 결박하기 위한 사람들. 인간 벽을 만들어 전 목사가 지나갈 수 있게 길을 열어 주는 사람들. 전 목사의 머리 부분을 가리는 사람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전병욱목사성범죄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 이진오 목사와 홍대새교회 교인들이 실랑이를 벌이며 나누는 대화를 듣고 더 절망감을 느꼈다. 이들은 "전병욱 목사님, 왜 교인들 뒤에 숨습니까.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세요"라고 말하는 이진오 목사에게 "하나님이 다 용서하신 일인데 당신이 뭐라고 난리야", "그러니까 지금 말하러 왔잖아, 이진오 '씨'"라고 비아냥거렸다.

이진오 목사와 함께 시위하던 권대원 집사(삼일교회)가 홍대새교회 교인들에게 외쳤다. "OO야, OO야. 피해자가 다 너희들이 아는 애들이야. 같이 교회 생활하던 애들이라고. 그런데 어떻게 거기서 그러고 있을 수가 있어." 복도를 꽉 채운 남자들은 입을 꼭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분명 그들은 한 여자의 아들, 한 여자의 남편, 한 여자의 아버지일 것이다. 이들은 과연 자신의 가족이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해도 똑같이 침묵하며 가해자를 옹호할 수 있을까.

성추행 사실은 모두 거짓이고, 피해자들이 다 꾸며낸 이야기라고 말하는 홍대새교회 일부 교인들과 그들 뒤로 숨어 버린 전병욱 목사를 직접 목격하니, 피해자와 같은 여성으로서 숨이 막혔다. 총회 회관 6층 복도를 가득 메운 사람들은 자신들을 기독교인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자의 눈에는 인간 전병욱을 추종하는 '병욱 따르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피해자는 여러 명이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이 비상식적인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그들의 주장대로 성추행이 아예 일어나지도 않았고 모든 것이 날조된 것이라면 당당하게 나와서 조사에 응하면 될 일이다. 왜 자꾸 몸을 숨기고 취재를 방해해서 많은 사람들의 에너지와 시간을 빼앗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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