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노회는 작년과 올해 10월 정기노회에서 각각 11명과 6명의 목사 안수가 있었다. 우리 노회는 이번에도 예전처럼 안수에 따른 비용 일체를 안수자들에게 받지 않았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목사 안수식의 설교자와 기도자와 권면자와 안수위원들이 거마비(車馬費)를 하나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분들이 거마비를 받기 시작하면 목사 안수를 받는 이들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100만 원에서 200만 원에 이른다.

우리 노회가 이들에게 아무 비용도 받지 않는 것은, 노회의 중요 업무 중 하나가 좋은 이들을 엄선하여 목사로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목사는 노회 소속이다. 그래서 목사 안수식도 노회에서 한다. 이들을 목사 안수하는 일에 노회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 그러다 보니 안수식에서 설교하고, 기도하고, 권면하고, 안수했다고 해서 기존 목사님들이 돈을 받지 않는다. 노회의 회원을 받아들이는 일에 기존 회원이 기꺼이 감사함과 기쁨으로, 권리 의식과 책임감으로 임하는 것이다.

목사가 거마비를 좋아하면, 그리고 권사 치마 밑으로 떨어지는 봉투를 가까이하면 그만큼 말씀의 순수성은 멀어질 것이다. 나는, 어떤 단체가 예배를 드리면서 단지 축도를 하러 온 목사에게 100만 원을 주는 것을 몇 번이나 목격했다. 축도를 하고 돈을 받은 그 목사는 그 단체를 향해 어떤 올바른 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

지교회에서 이뤄지는 장로와 집사와 권사의 임직식은 어떠한가? 이들은 지교회 소속이다. 임직식은 지교회의 일꾼으로 세우는 의식이다. 지교회는 이들을 일꾼으로 세우는 일에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임해야 하고, 앞으로 교회를 잘 섬기는 일꾼이 되어 달라고 격려하고 권면하고 축하해야 한다. 우리 교회는 이런 의미에서 장로와 안수집사와 권사의 임직식에 드는 일체의 비용을 교회가 지불한다.

축하하러 온 손님들에게 대개 선물로 지불하는 수건을 준비하는 비용까지도 교회에서 담당한다. 우리 교회에서 그간 이뤄진 장로와 집사와 권사의 임직식을 볼 때에 교회에서 모든 비용을 담당하면 이분들은 사후에 교회에 감사 헌금을 자유롭게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 교회는, 장로는 얼마 집사는 얼마 권사는 얼마로 비용을 책정하여 미리 교회에 지불하게 하지 않는다. 이것은 아무래도 매관매직(賣官賣職)의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임직식이 있을 때 각 직분에 따른 헌금의 양 때문에 잡음이 이는 것을 간혹 목격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장로와 집사와 권사로 선택되고서도 교회에 지불해야 할 비용이 없어 임직을 못 받는 경우도 있고, 이것은 그분들과 그 가족에게 큰 상처로 남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일부 교회들이 교회당 건축과 같은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할 때에 장로와 집사와 권사의 임직식을 하는 것은 이와 연관되는 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 교회는 직분자들이 남발되는 경우가 때로 있다. 교회에 직분을 맡지 않은 성도가 오히려 드물기도 하다.

각 노회와 각 지교회의 전통과 사정·형편이 다르므로 임직 비용에 관하여 일률적으로 말해서는 안 될 것이다. 먼 곳에서 시간을 특별히 마련하여 안수식의 순서자로 참여한 목사님들에게 교통비(車馬費)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미덕의 측면이 있다. 임직을 받는 이들이 직분을 맡게 된 것을 순수하게 감사하여 감사 헌금을 하고 교회의 필요한 비품을 마련하는 것도 비난이 아니라 격려 받아야 할 일이다.

다만 매관매직(賣官賣職)이란 느낌이 나지 않아야 하고, 무엇이 성경이 말하는 바인지가 잘 드러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요석 / 세움교회 담임목사, 백석신대원 조직신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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