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다니는 사람이 줄고 있다는 얘기는 10여 년 전부터 계속됐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급속한 외적 팽창을 이룬 한국교회는 2000년대 들어와 확연하게 침체 현상을 보였다. 출산율이 떨어져 자연스럽게 교인이 줄었다는 견해보다는 개신교가 신뢰를 잃어 교인들이 이탈했다는 의견이 더 설득력 있었다. 실제로 한국교회의 신뢰도는 가면 갈수록 하락 일변도다. 개신교의 이미지도 친자본·친권력으로 굳어진 듯한 모습이다.

각 교단의 상황은 어떨까. 지난 9월 말 한국 주요 장로교단들이 총회를 했다. 회의 자료인 총회 보고서에는 교단의 교세 현황이 담겨 있다. 소속 노회가 보고한 교회 수, 목사 수, 교인 수 등을 종합해 놓은 것이다. <뉴스앤조이>는 이 보고서를 기초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통합(예장통합)·고신(예장고신)·합신(예장합신),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등 6개 교단의 지난 10년간 교세 변화를 조사했다.

꾸준히 늘던 예장합동도 지난해 교인 14만 감소

교인 수는 6개 교단 모두 줄어들고 있는 추세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교세가 큰 예장합동의 경우, 2004년 말 250만 8451명에서 2012년 말 299만 4873명으로 9년간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증가했다. 2008년에 한 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나, 전년 대비 -0.5% 수준(약 1만 5000명)으로 미미했다. 그러나 예장합동은 지난해 말 교인 285만 7065명으로 전년 대비 4.6%가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 이는 13만 7808명으로 웬만한 군소 교단 교인 수보다 많은 숫자다.

예장통합은 2010년 말 285만 2311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3년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말 예장통합의 교인은 280만 8912명으로 2010년 대비 4만 3000명이 줄어든 수치를 기록했다. 감리회도 2010년 158만 7385명을 최고점으로 교인들이 계속 줄고 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1000명씩 줄었는데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3만 명, 8만 명이 줄었다. 감소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예장고신과 기장의 경우는 감소 추세가 좀 더 일찍 찾아왔다. 예장고신은 2006년 말 50만 1036명 이후로 교인이 계속 줄어들어 2013년 말에는 47만 2717명이 됐다. 기장은 2007년 말 교인이 33만 7570명까지 됐지만 그 후 5000명~1만 명 선으로 계속 줄어 2013년 말에는 28만 9854명이 됐다. 예장합신은 2010년 15만 6508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2013년 말에는 15만 2316명을 기록했다.

교인은 줄어들고 있는데 목사와 교회는 오히려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예장합동은 2005년, 당시 예장개혁과 교단을 합치면서 목사와 교회가 크게 늘었다. 2004년 말 목사 1만 2476명, 교회 7412개였던 예장합동은 2005년 말 목사 1만 7037명, 교회 1만 717개가 됐다. 이후 교단 소속 목사와 교회는 꾸준히 증가해 2013년 말 목사 2만 2216명, 교회 1만 1593개를 기록했다. 통계상 지난 한 해 동안 교인 14만 명이 떠났는데, 목사는 448명, 교회는 55개가 늘었다.

다른 교단도 마찬가지다. 교인 수는 수년 전부터 줄고 있는데, 목사와 교회는 별 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지난 10년간 꾸준하게 늘고 있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예장통합은 목사 1만 7468명 교회 8592개, 감리회는 목사 1만 725명 교회 6518개, 예장고신은 목사 3308명 교회 1852개, 기장은 목사 2879명 교회 1656개, 예장합신은 목사 1982명 교회 896개다.

교인 줄든 말든 신학교는 '나 몰라라'

목사와 교회가 늘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신학교가 계속해서 신학생을 받고 목사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해 수천 명의 목사가 쏟아지니 개척 교회도 덩달아 는다. 10여 년 전부터 교세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고, 실제로 수년 전부터 교인은 줄고 있는데, 신학교는 이런 현상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는 "통계는 목회자 수급 문제가 얼마나 현실과 맞지 않는지를 보여 준다. 교단의 인식이 절박하지 않으니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학교는 앞으로 어쩔 수 없이 강제로라도 줄어들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추론이다. 실제로 신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도 지원자가 4년째 계속 줄고 있다. 2010년 입시 때는 4.17:1의 경쟁률이었지만 지금은 3:1도 되지 않는다. 지방 신학교는 정원도 채워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구교형 총무는 "목사·교회도 줄어드는 건 시간문제다. 교단 및 신학교 지도자들은 이런 문제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원을 감축하는 등의 조치가 없는 이유가 교수들의 '밥그릇'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교수이자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 남오성 목사는 "정원을 못 채우면 당장 신학교 교수들은 직장을 잃을 위기에 놓인다. 교인 수가 계속 줄어드는 게 분명한데도 한 유명 신학교 교수는 집회를 다니면서 여전히 '개척이 답'이라고 말하며 신학교 입학을 독려한다"고 말했다.

대책 논해야 할 한국교회, 더 이상 '헛발질' 말아야

물론 통계 자체가 신뢰할 만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미래목회포럼 오정호 이사장은 총회 보고서에 나오는 통계가 정확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교회나 노회의 통계가 의도에 따라 들쑥날쑥하다고 했다. 교세를 홍보하기 위해서는 일부러 교인 수를 조금 늘리기도 하고, 총회에 세례 교인 수대로 헌금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 교인 수를 줄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추세 자체는 현실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인은 갈수록 줄고 목회자는 계속 쏟아지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그동안 한국교회 주류로 여겨지던 교회들은 '교인이 줄어드니 더욱 열심히 전도하자'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김형원 원장은 한국교회가 무엇보다 '원인 분석'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열심'을 문제 삼으면 '못 먹어도 전도' 식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김형원 원장은 "원인을 잘 분석하지 않으면 또 헛발질하게 된다. 개신교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를 떠난 사람들에게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남오성 목사는 줄어든 교인들이 신앙을 아예 포기했을 가능성보다는, 대형 교회에 무등록자로 예배만 왔다 갔다 하거나 이른 바 '가나안 성도'(거꾸로 하면 '안 나가'. 하나님에 대한 신앙은 있지만 교회에는 나가기 꺼려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요즘 젊은 세대는 교회로 모이면서도 교단은 신경 쓰지 않는 '탈교파'적인 의식을 가진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교회를 떠났다고 해서, 신앙을 버렸거나 타 종교로 개종한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도 '신앙은 있지만 교회에 출석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 것이냐가 앞으로 한국교회에 핵심적인 어젠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들이 왜 교회를 떠났을까'라는 문제의식이 결국 '교회가 어떻게 자기 변신을 꾀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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