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장통합·합동·고신 등 주요 교단의 가톨릭에 대한 반감은 거셌다. 예장합동은 가톨릭에서 받은 영세는 세례로 인정할 수 없다고 결의했다. 예장통합은 신앙과직제협의회에 대한 성토로 들끓었다. 예장고신은 신앙과직제협의회 반대 입장을 밝히고, 1년간 지켜보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8월 12일, 로마가톨릭&교황정체알리기운동연대가 일산 킨텍스에서 교황 방한과 가톨릭 반대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박요셉

교회 일치 운동을 위해 창립한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신앙과직제협의회)'가 주요 교단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5월 22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와 한국 가톨릭이 주도해 만든 신앙과직제협의회는, 체계적·공식적 신학 교류를 통해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 화해와 일치를 추구한다. 하지만 창립 취지와 달리 각 교단은 가톨릭과의 일치 운동은 배교 행위나 다름없다며 반대했다. 일치 운동 반대 배경에는 가톨릭은 비성경적이고, 기독교가 아닌 이단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백남선 총회장)은 99회 총회에서 신앙과직제협의회를 만든 교회협을 비난했다. 가톨릭은 이단이고, 기독교가 아니라는 의견이 쏟아졌다. 가톨릭 영세는 세례로 인정할 수 없다고 결의했다. 그동안 예장합동은 가톨릭에서 영세를 받은 사람에 대해 세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일정 교육을 거쳐 입교 문답을 해 왔다.

가톨릭 문제와 관련해 총회대의원(총대)들은 총회 임원회가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파회 전까지 '가톨릭은 이단'이라는 입장을 밝혀 달라고 했다. 그러나 총회 임원회는 이 사안과 관련해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다. 백남선 총회장은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다른 교단을 이단이라고 쉽게 공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예장합동 총회가 열린 광주 겨자씨교회에서는 가톨릭을 비방하는 소책자와 DVD를 찾아볼 수 있었다. '로마가톨릭&교황정체알리기운동연대'는 예장합동과 예장고신 총회를 찾아 '흑과 백보다 더 다른 기독교와 가톨릭' DVD와 <카톨릭에 놀아나는 한국교회!>라는 주황색 소책자를 배치해, 총대들이 가져갈 수 있게 했다.

가톨릭을 향한 반감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정영택 총회장)도 비슷했다. 신앙과직제협의회 창립총회에 참여했던 김동엽 전 총회장은 고역을 치렀다. 총대들은 "총회장이 월권을 행했다", "총회장이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참여했다"고 비난하며, 신앙과직제협의회를 탈퇴할 것을 권고했다. 소신 있는 발언도 나왔지만, 공감을 사지는 못했다. 한 총대는 "가톨릭이 이단이면 우리의 신앙 뿌리가 봉인이 되는 것 아닌가. 가톨릭을 정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맞섰다. 의견이 대립하자 정영택 총회장은 교단의 정체성과 신앙에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정체성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예장통합은 99회 총회 마지막 날인 9월 25일,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의 보고서를 채택했다. 보고서에는 로마교회(가톨릭) 내용도 들어 있었다. 가톨릭의 이단성을 연구한 이대위는 가톨릭을 이단 집단으로 볼 수 없고, 다른 전통을 지닌 교회로 봤다. "로마교회에 이단적인 요소가 있지만, 반사회적·반윤리적인 다른 이단 집단과 같다고 하기에 무리가 있다. 우리와 다른 전통을 고수하는 교회로 봐야 한다."

이대위는 보고서와 별개로 영세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청원했다. 앞서 예장통합은 지난 89회 총회에서 가톨릭에서 영세받은 사람은 세례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입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의한 바 있다. 총대들은 이대위의 청원을 받아들였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김철봉 총회장)은 기본적으로 신앙과직제협의회를 반대하면서 1년 더 지켜보기로 했다. 신앙과직제협의회가 생긴 지 얼마 안 됐고, 어떤 사업을 할지 구체적으로 밝혀진 게 없기 때문이다. 총대들은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신학교육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주요 교단이 가톨릭과 관련된 헌의안을 앞다퉈 다룬 것과 관련해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불필요한 논의였다고 평가했다. 사회적으로 개신교보다 신뢰도가 높은 가톨릭을 이단 또는 적그리스도로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조성돈 교수는 무조건적인 교회 일치 운동보다 공동선을 위해 가톨릭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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