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세월호 참사, 의료 민영화만큼은 막아야 합니다." 일부 시민 단체는 의료 민영화가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부를 것이라고 합니다. 의료 민영화가 이뤄질 경우, 의료비 폭등, 의료 서비스 약화 현상이 두드러질 거라고 합니다. 경제를 넘어서, 공공 서비스인 의료에서도 빈익빈 부익부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현재 국내 의료 기관은 비영리 기관입니다. <뉴스앤조이>는 의료 민영화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에 대한 영향과 교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취재했습니다. 기사는 ①의료 민영화란 무엇인가 ②의료 민영화가 사회에 주는 영향 ③기독인들은 의료 민영화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④기독인 의사 인터뷰 순으로 연재됩니다. - 편집자 주

8월 13일 9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의료민영화영리화저지와의료공공성강화를위한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정부의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날 정부가 발표한 '유망 서비스 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 활성화 대책(6차 대책)' 때문이었다. 이들은 6차 대책이 병원의 영리 추구를 허용해, 환자들의 부담을 이중 삼중으로 늘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석운 상임대표는 "의료 민영화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제물로 바쳐 병원과 보험회사 등 관련 기업의 배를 불리는 정책"이라고 했다.

종교 단체들도 의료 민영화 반대에 나섰다. 기독청년의료인회, 예수살기, 서울YMCA시민중계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등은 범국본과 연대했다. 이들은 의료 민영화가 하나님의 뜻에 어긋난다고 했다. 기독청년의료인회 민앵 사무국장은 "하나님께서는 모든 인간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란다. 그런데 의료 민영화가 이뤄지면 고가의 진료비와 약값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이 보장받지 못한다"고 했다. 예수살기 대외협렵위원장 최헌국 목사도 "기독교 관점에서 생명은 중요한 가치다. 의료는 의술로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인데, 여기에 자본의 논리를 적용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 '의료민영화영리화저지와의료공공성강화를위한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은 정부가 의료 영리화를 추진한다며 8월 13일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앞으로 반대 여론을 모으기 위한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뉴스앤조이>는 6차 대책이 실제로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는 제도인지 의료계 인사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기독교인으로서 의료 영리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견해를 물었다. 대부분 정부의 정책과 의료 민영화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의료 공공성 파괴, 치료비로 자본가 배불려

정부의 6차 대책과 의료 민영화를 비판하는 이들은 의료 공공성이 파괴된다고 주장했다. 강원돈 교수(한신대·기독교윤리)는 "의료법조차 병원의 영리 행위를 막고 있다. 의료 공공성이 저해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정부는 (6차 대책을 통해) 병원이 이윤을 추구하도록 종용한다"고 말했다.

▲ 예닮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이춘호 집사는 의료 영리화로 인해 의료인의 사명이 변질될 것을 우려했다. 의사들이 자본에 종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의료법 시행령 20조에 따르면, 의료 법인은 영리 활동을 할 수 없다. 예닮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이춘호 집사도 의료인의 사명이 변질될 것을 우려했다. 그는 "의료인에게는 하나님께 받은 사명이 있다. 그것은 공생애 기간 동안 앉은뱅이와 문둥병자 등 아픈 이들을 돌본 예수가 지닌, 병자를 향한 사랑과 긍휼"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기업이 의료 기관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의사들은 자본에 종속되어 이러한 의식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전국목회자정의와평화위원회 총무인 원용철 목사(대전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 본부장)는 병원의 자회사 설립 허용을 비판했다. 자회사는 영리 기관이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를 받고 이윤을 내야 한다. 따라서 자회사를 운영하는 병원은 자연히 영리를 추구하게 된다. 원 목사는 "이는 환자의 부담을 늘어나게 하는 결과를 낳아, 결국 가난한 사람들이 진료를 받는 데 큰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원용철 목사는 희망건강센터라는 무료 진료소를 16년째 운영하고 있다. 센터에는 전문 의료인들이 자원봉사를 한다. 센터는 노숙인을 위해 운영하지만 일반 시민들도 자주 찾는다. 병원에 갈 형편이 안 돼서다. 이들 중에는 의료보호 1종 수급권자도 있다. 하지만 수술비를 낼 수 없어 병원 치료를 미루고 이곳을 찾는다. 원 목사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다. 이 문제가 심각한 건 환자에게 치료는 필수불가결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의료 영리화가 이뤄지면 진료비 상승은 불 보듯 뻔하다. 돈이 없으면 건강과 생명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정책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박 아무개 씨(29)도 6차 대책이 기업에게는 이익을, 서민에게는 손해를 줄 거라고 보았다. 6차 대책으로 사업자는 의료 사업에 진출할 수 있고(병원 자회사에 투자), 병원은 자회사가 거둬들인 수익으로 적자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그 비용은 모두 환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박 씨는 "일반인의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결국 취약 계층의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씨는 대학생 때부터 의료인 선교 단체에서 활동해 왔다. 그는 "기독교인이 하나님을 세상과 모든 생명의 창조주로 인정하는 사람들이라면, 하나님이 창조한 모든 생명을 존엄하고 가치 있게 여겨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잘못된 제도로 인해 약하고 가난한 이들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는다면, 과연 그리스도인으로서 이것을 찬성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의료 민영화, 병원 경영난 해소에 필요 

일부는 의료 영리화가 지닌 순기능을 말했다. 예장통합총회원목협의회장과 한국원목협의회장을 역임한 광주기독병원 김창모 원목은 "의료 민영화는 양날의 검"이라고 했다. 그는 "의료 민영화의 긍정적인 기능을 잘 살리면 해마다 수십 개의 병원이 문을 닫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병원 경영 실적은 악화되고 있고, 폐업 병원도 증가하는 추세다. 2012년 상급 종합 병원 A·B·C 경영 실적은 전년도에 비해 각각 487억·127억·6000만 원으로 줄었다. 폐업 병원의 수도 2008년 151개, 2010년 191개, 2012년 239개로 매년 증가했다.

대한기독병원협회장과 연세의료원장을 역임한 이철 박사는 이러한 상황에 정부 정책은 민간 병원의 활로를 트는 정책이라고 했다. 진료비 상승도 없을 거라고 했다. 이 박사는 "병원이 자회사를 두는 이유는 민간 병원의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자회사가 이익을 내면 오히려 진료비 상승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 대한기독병원협회장과 연세의료원장을 역임한 이철 박사는 중소 병원이 매년 문을 닫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은 민간 병원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단체들이 비판하는 의료 영리화 추진이나 진료비 상승은 모두 일축했다. (대한기독병원협회 사이트 갈무리)

병원 경영난은 잘못된 제도가 문제… 교회가 관심 갖고 알아야

지금까지 나온 얘기들을 정리하면, 6차 대책과 의료 영리화가 필요한 이유는 병원의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과잉 진료와 같은 부작용을 낳고 취약 계층의 환자들이 치료를 못 받는 상황을 증가시킨다는 비판이 따른다.

노영상 총장(호남신학대학교·기독교윤리)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로 국공립 병원과 호스피스 등 공공 의료 기관을 더 지어야 한다고 했다. 원용철 목사도 국내 공공 의료 기관의 수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정부가 보건 의료 예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 국내 공공 의료 기관의 병상 수는 6만 408개로, 국내 총 병상 수(60만 1509개)의 약 10%에 불과하다.

의료 민영화를 반대하는 이들은 제도를 개선하면 병원의 경영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기독의사회 김민철 회장은 병원의 경영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의료계가 수년 동안 제기한 의료 수가(환자가 내는 진료비와 국민건강보험이 지급하는 돈)가 적기 때문이다. 지방 병원의 외과·흉부외과·산부인과 등이 제일 먼저 문을 닫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의료 수가를 인상하면 진료비와 국민건강보험료도 덩달아 올라, 국민들의 부담이 늘어난다.

또 다른 대안으로 진료 전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병원이 문을 닫는 이유는 대형 병원이나 동네 병원이 같은 환자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데 있다. 폐업하는 병원은 대부분 작은 병원이다. 정부가 질환의 중증도와 진료의 난이도에 따라 1차 진료는 의원급 의료 기관이, 2·3차는 각각 중견 병원과 대학 병원이 맡도록 구분을 두면, 경영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6차 대책으로 불거진 의료 민영화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정부의 6차 대책 발표와 함께 올해 9월부터 관련 사업을 시행한다. 범국본은 의료 민영화 반대 여론을 모으는 대규모 집회를 올해 계획하고 있다. 의료계 인사들은 기독교인들도 의료 민영화 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을 요구한다.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광주기독병원 김창모 원목은 "기독교인들이 이러한 문제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독의사회 김민철 회장도 "사람들은 의료 민영화 문제를 병원과 의사들만의 문제로 여기는 것 같다"며, "이 문제는 부메랑처럼 일반인들에게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인들이 의료 민영화 문제를 자세히 알아보고 의견을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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