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세월호 참사, 의료 민영화만큼은 막아야 합니다." 일부 시민단체는 의료 민영화가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부를 것이라고 합니다. 의료 민영화가 이뤄질 경우, 의료비 폭등, 의료 서비스 약화 현상이 두드러질 거라고 합니다. 경제를 넘어서, 공공 서비스인 의료에서도 빈익빈 부익부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현재 국내 의료 기관은 비영리 기관입니다. <뉴스앤조이>는 의료 민영화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에 대한 영향과 교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취재했습니다. 기사는 ①의료 민영화란 무엇인가 ②의료 민영화가 사회에 주는 영향 ③기독인들은 의료 민영화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④기독인 의사 인터뷰 순으로 연재됩니다. - 편집자 주

중지는 6000만 원, 약지는 1200만 원. 미국에서 사고로 손가락을 잃었을 때 이를 봉합하는 데 드는 액수이다. 노동자 릭은 나무를 절단하다 손가락 두 개가 잘리는 사고를 당한다. 병원을 찾아간 릭에게 의사는 말한다. "중지 봉합 비용은 6000만 원이고, 약지는 1200만 원입니다. 두 손가락 모두 수술하시겠습니까?" 사람의 신체가 가격으로 측정되었다. 경제 상황이 좋지 못했던 릭은 자신의 두 손가락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결국, 1200만 원을 내고 약지만 봉합했다.

▲ 미국에서 손가락 두 개가 잘리는 사고를 당한 릭이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중지 봉합 수술 비용은 6000만 원, 약지는 1200만 원이라고 했다. 경제 상황이 좋지 못했던 릭은 두 손가락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는 1200만 원을 내고 약지만 봉합했다. (영화 '식코' 장면 갈무리)

의료보험이 민영화된 대표적인 나라, 미국에서 발생한 일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의 한 장면이다. 의료 상업화의 보편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그런데 이 상황은 바다 건너 먼 나라 일이 아니다. 한국도 의료 민영화를 향해 빠르게 질주하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들린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6차 투자 활성화 대책(6차 대책)에 포함된 보건·의료 부문 때문이다.

6차 대책 가운데 보건·의료 분야 부문에는 △메디텔(의료 관광 호텔)을 비롯한 의료 법인의 자법인 설립 지원 △투자 개방형 외국 병원 유치 및 해외 환자 유치 △보건 의료 연구 활성화 등이 포함돼 있다. 각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의료 법인의 자법인 설립 지원 : 현재 병원은 의료법상 비영리 법인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병원 경영자는 수익을 병원에 재투자해야 한다. 6차 법안은 병원이 영리 자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병원이 영리 자법인를 설립하면, 발생한 수익이 자법인 투자자의 주머니에 바로 들어간다. 병원이 영리 자회사가 되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메디텔 및 병원 부대 사업(숙박업, 의약품 개발, 화장품·건강 보조 식품 등)을 대폭 확대 허용했다.

- 투자 개방형 외국 병원 유치 : 정부는 경제 자유 구역(전국 8곳)과 제주도에 정주 외국인의 편의를 위한 외국인 전용 병원을 세우겠다고 한다. 이로 인한 해외 병원의 국내 투자와 해외 환자 유치에 이바지할 것을 기대한다. 그런데 명목상 외국 병원이다. 국내 자본도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고 국내 의료진이 국내 환자 진료를 할 수 있다. 이름만 외국 병원일 뿐 영리 병원과 다름 없는 셈이다.

또한, 정부는 '국제 의료 특별법(가칭)'을 제정했다. 현행법은 민간 기업이 환자를 특정 병원으로 유인·알선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보험회사가 특정 병원과 연계하여 서로 폭리를 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가 특정 보험회사와 연계된 병원을 갔을 경우,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치료 불평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국제 의료 특별법'은 민간 보험회사와 병원이 연계하여 해외 환자를 유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경우 다음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식코'의 한 장면이다. 한밤중 체온이 40도에 오른 18개월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엄마는 병원 응급실로 향한다. 그런데 병원에서 아이의 치료를 거부한다. 엄마가 가입한 보험사와 같은 계열의 병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엄마는 몇 시간을 허비한 채, 보험사 계열 병원으로 이동한다. 마침내 도착한 병원. 딸의 진료를 보던 의사는 곧 엄마를 찾아 "딸의 심장이 멈추었다"고 말한다. 보험사는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의학적 판단이 아니라, 이윤을 우선한다. 보험사와 연계된 병원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 정부의 보건 의료 연구 활성화 : 정부는 임상 연구 활성화와 신약·신의료 기술의 개발·실용화를 기대한다. 특히 줄기세포 치료제 부문에서 임상 1상을 면제한다. 임상 1상은 실험적인 약물 또는 치료법의 부작용을 규명하고 안전한 용량 범위를 결정하고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 과정은 건너뛰고 바로 환자에게 줄기세포 치료제 투여가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줄기세포의 안정성은 검증되지 않았고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 1상을 면제하는 나라는 아직 한 나라도 없다. 이미 한국 기업 알엔엘(RNL)이 해외 원정을 통해 줄기세포 치료를 하다 한국인 두 명이 사망한 전례가 있다. 이는 국민이 신의술 개발을 위한 실험용 대상이 될 위험이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

▲ 8월 19일 서울 종로구 주민센터 앞, 의료 민영화를 반대하는 일부 시민단체는 정부 6차 투자 활성화 정책 보건·의료 부문이 '의료 민영화의 완결판'이라며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 제공 김성주)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9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의료 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 운동본부(범국본·상임대표 박석운)'는 6차 대책을 의료 민영화의 완결판이라고 한다. 세 가지 정책을 △의료 법인의 영리 자회사 허용 △국내 영리 병원 유치 △임상 시험 규제 완화로 해석한다. 무엇보다 의료 공공성을 파괴한다며, 대책 실행을 막아야 한다고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의료영리화저지특별위원회 김용익 의원도 이 대책을 "의료 영리화의 결정판"이라고 했다.

8월 19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범국본은 기자회견을 열어 6차 대책을 비판했다. 이날 범국본은 의료 민영화를 반대하는 200만 명의 국민 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하려고 했으나, 경찰이 길을 막았다. 서명지는 청와대에 전달되지 못했다.

같은 날,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은 6차 대책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의료 민영화는 괴담이고, 정책의 방향은 의료 세계화라고 했다. 또한 "의료 공공성은 보건복지부의 최고의 가치"라고 했다.

정부는 8월 25일,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6차 대책을 그대로 법제처에 제출하면서 "입법 예고 결과 특기할 사항 없음"이라고 기재했다. 정부는 시민단체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고 정책을 강행하고 있으며, 시민단체는 당장 폐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6차 대책 보건·의료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 시민단체는 의료 민영화를 반대하는 200만 명의 국민 서명지를 청와대에 전달하려고 했으나 경찰이 길을 막아 전달할 수 없었다. (사진 제공 김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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