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목회자들이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의 막말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6월 19일, 문대골·이기석·김성윤·백광모·윤영호 등 5명의 목회자는, 역사를 왜곡하고 국민과 서울시민을 모독한 전 목사의 처벌을 촉구하며 고소했다. 앞서 전 목사는 6월 15일 주일예배 설교 시간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발언에 적극 동조하면서, "교회에서 그분만 그렇게 설교하는 게 아니라 목사 99%가 다 그렇게 설교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3년 전 온누리교회에서 한 강연의 후폭풍이 거세다. (관련 기사 : 문창극 총리 후보, "일본 식민 지배 하나님의 뜻") 교계 안에서도 문 후보자의 역사관과 신앙관을 놓고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6월 14일 자 <조선일보>에는 문창극 후보자를 두둔하는 기독교인들의 광고가 실렸다.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대표로 있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를 비롯해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에 속한 이들이 이름을 냈다.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의 강연 내용에 대한 '한국 기독교 지도자'의 입장"이라며, 문 후보자는 왜곡된 역사의식을 갖고 있지 않고 성경적으로나 신학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발언을 했다고 썼다.

다음 날인 6월 15일 전광훈 목사는 주일 설교에서, 문 후보자의 발언이 좌파 언론과 종북주의자들에 의해 왜곡된 것이라며 옹호했다. 그는 "교회에서 그분만 그렇게 설교하는 게 아니라 목사 99%가 다 그렇게 설교한다"고 했다. 제주 4·3항쟁을 공산주의자들의 반란이라고 표현한 문 후보자의 말에 동조하면서, 제주도민은 대한민국 앞에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뿐 아니라, 박원순 시장을 뽑은 서울시민의 정신이 다 돌았다면서 김일성과 박헌영이 선거에 나와도 당선될 분위기가 됐다고 했다.

그러자 일부 목회자들은 전 목사의 막말을 더는 참을 수 없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6월 19일, 문대골·이기석·김성윤·백광모·윤영호 등 5명의 목회자로 이뤄진 전광훈목사고소단(고소단)은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허위 사실 유포와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예장합동·복음, 기장 소속 목회자들로 구성된 고소단은 전 목사가 국민과 서울시민을 모독하고, 역사를 왜곡했다면서 처벌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문대골 목사는 기독교 안에서 반사회적, 반민주적 발언이 쏟아져 처참한 심정이라면서, 반드시 전광훈 목사를 법정에 세워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했다. 고소인 대표 이기석 목사는 "전광훈 목사의 발언은 개인적인 입장이지 기독교 전체의 입장은 아니다"면서 서울시민과 제주4·3 항쟁 희생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대신 전했다. 고소단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전 11시 40분경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냈다.

문창극 후보자의 역사관과 신앙관에 반대하며 양심선언문을 발표한 이들도 있다. '역사와 교회를 사랑하는 평범한 기독교 105인'은 문 후보자가 기독교 신앙을 왜곡하고 잘못된 역사관과 기독교 세계관으로 교회와 민족을 모독했다고 했다. 문 후보자를 향해 진심으로 참회하고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문 후보자의 일제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에 대한 주장은 기독교 신앙이 아니라 '뉴라이트'의 세계관을 따른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기독교는 윤치호 같은 친일파가 아니라 안창호·김구·김규식·조만식·이승훈 등 민족의 독립과 문화적 번영을 위해 헌신한 기독교인들에 의해 발전해 왔다고 선언문은 밝혔다. 역사와 민족 앞에 잘못된 태도를 보인 기독교인들을 대신해 참회의 말도 전했다.

선언문을 작성한 심용환 씨는 문 후보자의 발언이 정치적으로 적합하냐 부적합하냐를 떠나서, 기독교 세계관을 특정 정파의 이해를 위해 이용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수가 많든 적든 양심선언에 참여하는 기독교인들을 통해 문 후보자에 의해 왜곡된 기독교 신앙을 소명하고 반성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양심선언 105인 명단에는 일부 기독교계 인사들의 이름도 눈에 띄지만, 대개 나이와 직업 등 구별 없이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이름을 올렸다. 양심선언문은 6월 17일 심용환 씨가 개인 블로그를 통해 발표했고, 2차 105인 선언자 명단도 준비 중에 있다. 6월 넷째 주 청원과 소명이 가능한 전용 홈페이지가 열린다. 

▲ 예장합동, 기장, 예장복음 소속 목회자들로 구성된 고소단은 전광훈 목사를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이들은 "기독교 목사가 기독교를 목사를 고소하는 게 아니라 기독교 목사가 '개독교 목사'를 고소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다음은 양심선언 전문. 

역사와 교회를 사랑하는 평범한 기독교 105인의 양심선언

 

우리는 문창극 후보자의 총리 지명에 '결단코' 반대합니다!

우리는 잘못된 역사관과 기독교 세계관을 가진 문창극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합니다. 우리는 문창극 후보자의 사과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문창극 후보는 기독교 신앙의 이름으로 자신의 활동을 합리화하였고, 미화하였고, 최종적으로도 거짓말하였습니다.

맞습니다. 기독교인은 모든 삶에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믿으며, 그 의미를 추구하며 살고자 노력합니다. 또한 인생과 역사에 닥친 고난의 의미를 깊이 묵상하며, 그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식민 사관을 합리화하지 않으며, 친일파, 전쟁, 남북 분단과 같은 역사의 아픔들을 정당화하지 않습니다.

구약의 하나님은 히브리라는 작고 약한 민족을 위해 이집트의 파라오와 싸우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미천하고 가난한 자의 친구로 오셨습니다. 어떤 폭력도 합리화하지 않으셨고, 고통받는 자들을 위해 십자가에 매달리고 부활하신 분입니다. 누가 봐도 명쾌히 알 수 있는 기독교 정신이 어떻게 문창극 후보자의 평소 주장과 맞닿을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은 미국을 동맹자로 만들기 위해 6·25 전쟁을 일으키신 분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한민족을 공산주의에나 어울리는 초라한 민족이라 규정하신 분도 아닙니다. 하나님은 일본 제국주의 지배와 침략을 통해 한민족을 고난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으신 분도 아닙니다.

이런 주장은 기독교 신앙이 아니라 '뉴라이트'의 세계관입니다. 뉴라이트는 독립운동의 정통성을 부정하며 근대화의 기초를 일제 식민지로 봅니다. 뉴라이트는 반공주의와 경제주의 외에 한민족의 역사가 지닌 무궁한 가치를 부정합니다. 이런 편협하기 짝이 없는 역사관을 순수한 하나님 신앙에 접목해서 기독교인들을 현혹하며, 그것이야말로 참 신앙인 척하는 태도는 교회에 대한 모욕이며 동시에 한민족에 대한 모독입니다.

한국의 기독교는 선교사들의 헌신으로 세워진 교회입니다. 헐버트 선교사는 고종 황제를 도와 평생을 조선의 독립을 위해 매진하였으며, 스코필드 선교사는 제암리 사건을 폭로하는 등 일제의 억압에 정면으로 저항하였습니다. 아펜젤러와 언더우드는 각종 학교와 병원을 세우며 한민족 역사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웠습니다.

한국의 기독교는 윤치호 같은 친일파를 계보로 발전하지 않았습니다. 안창호 선생, 김구 선생, 김규식 선생, 조만식 선생, 이상재 선생, 이승훈 선생… 수많은 기독교인이 민족의 독립과 문화적 번영을 위해 헌신하였습니다.

문창극 후보자의 평소 주장은 이러한 한국 기독교의 역사적·정통성을 부정하는 발언입니다. 공개된 1시간 이상의 동영상을 보면, 오히려 한민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반복적으로 드러납니다. 어떻게 이것이 기독교인의 정상적인 신앙이라 하겠습니까. 또한 이것이 어떻게 정상적인 대한민국 국민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기독교도의 이름으로 소명합니다. 기독교 신앙을 왜곡하지 마십시오. 하나님나라의 신앙을 특정 정파적 이익에 종속시키지 마십시오. 문창극 후보자가 참 신앙인이며 한국교회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진심으로 참회하고 총리 후보직을 사퇴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런 인사 참극이 반복되는 정치 현실이 개선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더불어 사정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 앞에서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역사와 민족 앞에 바르고 양심적이지는 못할망정 퇴행적이며, 이기적이며 잘못된 태도를 보인 기독교인들의 옳지 못한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이는 우리의 부족함이며, 한국교회의 나약함입니다. 변화하겠습니다. 반드시 더 나아가겠습니다. 하늘의 하나님, 저희를 도우소서.

2014년 6월 17일

- 1차 105인 명단 -

강도현, 강민창, 강희진, 고윤일, 고상환, 경동현, 곽일랑, 곽상배, 구교형, 구명기, 구은주, 권동명, 권영민, 김건호, 김경락, 김단영, 김태환, 김명주, 김병학, 김소나, 김수연, 김수빈, 김수진, 김양희, 김애희, 김영임, 김윤옥, 김은선, 김상열, 김재욱, 김재수, 김종미, 김종필, 김주원, 김정식, 김진경, 김지윤, 김호열, 김희석, 김회권, 남윤국, 노은솔, 노근래, 문모은, 박근호, 박경현, 박득훈, 박이삭, 박서정, 박수진, 박재우, 박지민, 박총, 박유미, 박우희, 박혜지, 박은애, 박의경, 박종운, 박현선, 방정훈, 방창훈, 방혜령, 백승현, 송안국, 송영림, 송지훈, 서지숙, 서선희, 선현승, 신보람, 신경희, 신강협, 신에스더, 심용환, 안정임, 안병욱, 양건모, 엄고은, 오수진, 오세열, 유승지, 유승진, 유한진, 윤재현, 이국운, 이광식, 이광하, 이경림, 이기정, 이길승, 이동우, 이방욱, 이임정, 이선태, 이자영, 이정혜, 이진오, 이강일, 이명구, 이대연, 이동주, 이동희, 이영임, 이솔 ​

- 2차 105인 명단(진행 중) -

이승철, 이영철, 이종대, 이한, 이희빈, 엄현, 임대훈, 임영신, 임옥택, 임현식, 장건세, 장민수, 장세화, 장수지, 전병섭, 전지혜, 전구현, 전수빈, 장가영, 정보람, 정인곤, 정옥실, 정인애, 정효주, 전우덕, 정영환, 정선경, 조광희, 조도연, 주다진, 주소영, 주혜정, 조영광, 조은정, 조해성, 조현성, 천진욱, 최용석, 최은설, 최상훈, 최승원, 최정남, 최현복, 최현옥, 허경, 허인영, 허인애, 허인선, 허정규, 허지영, 하성애, 하성현, 한다영, 황보영조, 황용연, 황진욱, 황요한, 김진호, 김영연, 윤소영, 이경림, 임정미, 이병진, 정광서, 장상돈, 장상훈, 김경태, 신현기, 임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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