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2일 한국교회 일부 단체와 인사들을 중심으로 '세월호참사회복을위한한국교회위원회'(한국교회위원회·김삼환 위원장)가 출범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을 돌보기 위한 공교회적인 연합체 구성이라는 취지를 담았다. 이들은 오는 6월 1일 명성교회에서 대규모 기도회를 열고, 향후 2년 동안 유가족의 심리 치유를 위한 돌봄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억 모금도 작정했다.

▲ 지난 5월 22일 한국교회 일부 단체와 인사들을 중심으로 '세월호참사회복을위한한국교회위원회'(한국교회위원회·김삼환 위원장)가 출범했다. 이들은 오는 6월 1일 명성교회에서 대규모 기도회를 열고, 향후 2년 동안 유가족의 심리 치유를 위한 돌봄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모임의 취지부터 활동까지, 한국교회위원회를 향한 비판 여론이 제기됐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습니다.) (사진 제공 마르투스)

출범식에는 김삼환 목사를 주축으로 림인식·신경하·서기행·김정서·최성규 목사 등 주요 교단의 전 총회장이 참석했고, 단체로는 한국교회희망봉사단,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미래목회포럼, 국가조찬기도회, 안산시기독교연합회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일각에서 모임의 취지부터 활동까지, 한국교회위원회를 향한 비판 여론이 제기됐다. 한국교회위원회는 일부 인사들이 주도해 급조된 모임으로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없고, 대규모 연합 기도회가 세월호 참사 애도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하자는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특정 정치색을 띤 보여 주기식 행사로 꾸려졌다는 지적이 일었다.

애초 한국교회위원회 관계자들은 주요 교단 총회장들과 세월호 참사 대책 마련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지난 5월 7일 한국교회위원회 인사들과 예장통합·합동, 기감·기성·기침 등 주요 교단 총회장들은 감리회 본부에서 모여 △연합 기도회 △공동 성명 채택 △세월호 참사 모금 운동 및 지원 활동을 벌이기로 뜻을 모았다.

교회 연합을 내걸고 5월 9일 안산제일교회에서 기도회를 열었지만, 이내 주요 교단이 구성한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교단장협의회)와 한국교회위원회로 갈라섰다. 기감 송윤면 행정기획실장은 김삼환 목사를 포함한 일부 인사들이 대형 집회를 열자고 했지만, 현직 총회장들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기도회를 하길 원해 함께할 수 없었다고 했다. 교단장협의회는 5월 21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세월호 유족 위로 기도회를 열고 공동 결의문을 발표했다.

<뉴스앤조이> 취재 결과 22일 출범식에 참석한 일부 인사들은 모임의 성격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 감리회 전 감독회장 신경하 목사는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모임이라며 기도를 부탁받아 갔는데, 순수한 기도회가 아니어서 난처했다며, 6월 1일 대규모 집회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했다. WCC 공동의장 장상 목사도 한국교회위원회라는 모임이 출범한다는 사실은 모른 채, 기도회만 하는 줄 알고 참석했다고 했다. 안산시기독교연합회의 유재명 회장은 모임 전날 안산의 상황을 보고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참석했는데, 예상했던 것과 달리 대규모 집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하자는 이야기가 나와 당황했다고 했다. 그는 6월 1일 기도회가 자칫 전시성 행사로 비칠 수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유 회장은 대규모 집회를 여는 건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을 돕기보다 반감을 살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여러 논란에도 한국교회위원회는 예정된 기도회를 개최한다. 한국교회위원회는 5월 30일 자 <국민일보>에 전면 광고를 내고 '세월호 참사 위로와 회복을 위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기도회에는 공동 설교자인 장차남 목사(예장합동 전 총회장)와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 등 전현직 교단·기관장 16명이 주요 순서를 맡는다.

목회자 1000인, 정부에 진상 규명·'막말' 한국교회엔 자성 촉구

▲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목정평) 등 기독 단체들은 5월 29일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한국교회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회자 1000인 선언'을 했다. 선언식에는 박형규 목사·조화순 목사·이해동 목사·유경재 목사 등 기독교계 원로들이 참석했고, 선언문에 목회자 1000여 명이 서명으로 동참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한규철 목사, 이만열 교수, 서광선 교수, 조화순 목사, 박덕신 목사, 금영균 목사, 김재열 신부, 서일우 목사. ⓒ뉴스앤조이 박요셉

한편에서 대규모 기도회를 기획하는 것과 달리, 다른 한편에서는 박근혜 정부에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끼친 대형 교회 목사들에게 자성을 요구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목정평) 등 기독 단체들은 5월 29일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한국교회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회자 1000인 선언'을 했다. 선언식에는 박형규 목사·조화순 목사·이해동 목사·유경재 목사 등 기독교계 원로들이 참석했고, 선언문에 목회자 1000여 명이 서명으로 동참했다.

목회자 1000인은 선언문에서 일부 박근혜 정부에 섣부른 대책으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명명백백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세월호 참사 관련 책임자를 철저히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국가 개조라는 논리로 이를 회피하고 국면 전환을 시도할 경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정부에 동조하며 권력에 굴종하고자 하는 일부 대형 교회와 교계 지도자들에게는 사회 정의를 실천해야 할 교회의 사명을 저버리지 말라고 했다. 일부 대형 교회 목회자들의 '막말'로 상처를 입은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날 선언식에 참석한 목회자들은 정부의 무책임함과 한국교회의 부적절한 대응을 꾸짖었다. 박덕신 목사(인권목회자동지회)는 정부의 거짓과 비도덕한 기업인들, 권력에 눈치 보는 언론을 향해 "영혼과 지성이 결여된 권력은 독재이고, 지식은 궤변이며, 명예는 위선이며, 성공은 허상"이라고 했다.

박승렬 목사(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상임의장)는 "최근 나는 목레기가 됐다"며 목사들이 시대가 요구하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세월호 사고에 입을 잘못 놀려 또다시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고 질타했다. 조정현 목사(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상임대표)는 교회 지도자들이 대규모 집회를 통해 회복과 화해라는 이름으로 사고를 덮고 유병언과 이단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 한국교회위원회는 5월 30일 자 <국민일보>에 전면 광고를 내고 '세월호 참사 위로와 회복을 위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기도회에는 공동 설교자인 장차남 목사(예장합동 전 총회장)와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 등 전현직 교단·기관장 16명이 주요 순서를 맡는다. (<국민일보> 전자 신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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