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로목사의 불륜 의혹이 불거져 예장고려를 탈퇴한 경향교회. 이를 두고 교회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나선 교인들은 석원태·석기현 부자 목사의 고액 사례비도 함께 문제로 삼고 있다. 이들은 석 목사 부자가 기본 사례비 말고도 이해할 수 없는 갖가지 명목의 추가 사례비를 받고 있어 교인들의 헌금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경향교회 석기현 담임목사의 월 사례비는 800만 원이다. 특별 사례비, 즉 상여금은 월 평균 400만 원이다. 목회비도 월 800만 원이다. 사례비와 목회비가 한 달에 2000만 원, 1년이면 2억 4000만 원이다. 석원태 원로목사는 여기에서 상여금과 목회비만 안 받는 정도다. 이 정도면 차고 넘치는 액수다.

이 교회는 이것도 모자라 매우 희한한 항목을 만들어서 아들 석기현 담임목사와 아버지 석원태 원로목사에게 엄청난 돈을 퍼다 주고 있다. 올해 예산안을 보면 부활절·맥추감사절·추수감사절·성탄절 등 일 년에 4번 있는 절기마다 부자는 800만 원씩 총 6400만 원을 받는다. 감사와 영광은 하나님이 받고 돈은 담임목사가 받는 것이다.

담임목사는 성찬식을 집례할 때마다 50만 원씩 사례비로 받는다. 올해 성찬식이 다섯 번 있으니까 250만 원이다. 올해 여섯 번의 학습 세례 집례 사례비로도 300만 원을 받는다. 목사가 설교·성찬·세례 등 목회의 기본적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받는 것이 생활비이고 목회비이다. 그런데 석기현 목사는 이런 것을 다 추가로 받았다.

이것뿐이 아니다. 송구영신 예배를 하면 그때 나온 헌금의 10분의 1을 담임목사에게 주었다. 올해는 1100만 원이다. 경상비 결산 감사 사례비라는 항목이 있다. 800만 원이다. 무슨 내용인지 장로에게 물으니 "아마 한 해 동안 경상비를 결산해 본 결과 잘 운영해 준 것을 감사하면서 담임목사에게 사례하는 것 같다"고 했다. 장로도 담임목사 수입 항목 내용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말이다.

남의 교회도 아니고 자기 교회에서 하는 몇 번의 헌신 예배 때도 돈을 받았다. 4월에 있었던 부흥회 때는 아버지가 3000만 원을, 아들이 1000만 원을 받았다. 교회 설립 40주년을 맞아서 부자 목사가 각각 800만 원씩 받았다. 담임목사가 휴가비로 1500만 원을, 원로목사가 1000만 원을 받았다. 아들 목사가 휴가를 가서 설교를 하지 못하는 경우 아버지 목사가 대신 설교하면서 200만 원씩 2번 받았다. 아들의 휴가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아버지의 수입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아버지 목사는 선교 순방을 명목으로 3, 4, 5월에 필리핀과 중국을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500만 원씩 총 1500만 원을 받았다.

책 구입비 1200만 원은 목회비와는 별도다. 생일이 되면 축하한다고 각각 500만 원씩 받았고, 김장비 명목으로 두 부자가 320만 원을 받았다. 어버이 주일에도 각각 100만 원씩 받았다. 원로목사의 다른 아들 목사에게도 1440만 원이 책정되어 있다. 원로목사 부부가 병원에 가도 전부 교회가 돈을 낸다. 담임목사 부부와 자녀 진료비도 교회 몫이다. 이들 가족은 유난히 병약한 모양인지, 3~5월에 이들 가족에게 들어간 진료비와 약제비를 합하면 200만 원이 넘는다. 목사관 접대비도 매월 100만 원이고, 심지어 사택 침대, 정수기 필터 교체, 전화 요금, 인터넷 요금까지 전부 교회가 감당한다.

▲ 석원태·석기현 목사가 공식적으로 받는 돈은 한 해 5억이 넘는다. 아무리 경향교회가 출석 교인 1만 명이 넘는 대형 교회라지만, 일반 교인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경향교회 설교 동영상 갈무리)

2013년 경향교회 재정에서 두 목사에게 들어가는 내역을 보면, 부자 목사가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챙기는 금액만 5억 원이 훨씬 넘는다. 교회에 돈이 남아돌아서 주체할 수 없다 해도 이 정도는 흔하지 않은 경우다. 하물며 이 교회의 1년 예산은 70억 원대이고, 90억 원의 건축 빚을 지고 있다.

원로목사의 불륜 의혹을 제기하면서 교회 개혁을 요구하는 교인들은, 부자 목사가 엄청난 액수를 챙기는 것, 담임목사와 일부 장로들만 교회 재정 내역을 알 정도로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불륜 의혹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교회는 개혁을 원하는 이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개혁발전위원회(석기현 위원장)를 10월에 구성했다.

위원회는 오랜 시간 격론을 거친 끝에 외부 회계 법인에 의뢰해서 10년치 재정을 감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총회와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외부 회계 감사는 불확실한 상태다. 홍 아무개 장로는 12월 17일이 외부 회계 법인과 계약하기로 한 날이었는데, 이날 교회가 총회를 탈퇴하면서 계약이 불발됐다고 했다.

개혁을 부르짖는 장로들은, 교회 재정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외부 회계 감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기현 목사 측은 교회 재정 문제에 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12월 22일 자 주보에 교회가 재정 감사를 시작했다는 내용의 광고가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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