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총장을 찾고 있는 한동대 이사회가 학내 구성원의 참여를 배제해 반발을 사고 있다. 김범일 이사장은 규정과 절차를 내세워 총장 인선에 교수회 대표의 참관을 허용해 달라는 교수들의 요청을 거절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새 총장을 찾는 과정에서 학생과 교수들의 의견을 배제해 반발을 사고 있는 한동대 이사회가 또다시 교수들의 참여 요청을 거절했다. 조교수 이상의 전체 교수들로 구성된 교수회는 지난 10월 23일 총장 인선 과정에 교수회 대표의 참관 허용을 골자로 한 안건을 의결해 이사회에 전달했다. 김범일 이사장은 10월 30일 규정과 절차를 내세워 교수회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동대 교수회는 학사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 학내 대표 기구 중 하나다. 학칙에 따르면, 학사에 관한 중요 사항에는 대학 운영도 포함한다. 교수회는 의장인 총장이 소집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전체 교수의 삼분의 일 이상이 요청할 때도 개최할 수 있다. 10월 23일 교수회는 학교 교수 80% 이상이 가입한 단체인 교수협의회(교협·이문원 회장)의 청원으로 열렸다.

이날 교수회는 법인 이사 5인과 외부 인사 2인으로 이사회가 구성한 인선위원회(인선위·이성만 위원장)의 총장 후보 모집과 심사에 교수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뜻을 모았다. 교수회는 △인선위원장의 총장 선출 과정 설명 △후보자 공개 △후보 심사에 교수 대표 참관 등을 이사회에 요구했다.

현재의 총장 인선 방식에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교협 이문원 회장은 10월 25일 학내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올려 인선위원회 안에 학내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별도의 기구가 없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언급했다. 국내의 많은 대학이 인선위원회 안에 교수, 학생, 동문회 등으로 구성된 청빙위원회를 두어 후보 모집과 발굴을 병행하는데, 한동대는 이런 기구가 없어 학내 구성원이 배제된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학생과 교수들, 동문회가 잇따라 성명을 내며 반발한 것도 이런 이유라며, 이사회가 숙고해 주기를 요청했다.

이사회는 교수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김범일 이사장은 10월 30일 전체 교수들에게 메일을 보내 인선위원회는 법인 정관과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총장 인선을 진행하고 있다며, 교수회의 요구를 거절했다. 교수 대표의 참관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김범일 이사장은 인선위 안에 청빙위원회와 같은 기구가 없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인정하지만, 후보 모집이 끝난 시기에 무리하게 규정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이사회 반응에 실망과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문원 회장에 따르면, 교수들은 인선위가 구성된 올해 초부터 총장 선출 과정에 문제를 지적하고, 학내 구성원이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사회는 절차와 규정을 내세워 교수들의 의견을 거절했고, 최근 학내 공식 기구인 교수회의 요구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 생명과학부 송성규 교수는 소통하려 하지 않는 이사회의 태도에 많은 교수가 좌절감을 느꼈다고 했다. 글로벌리더십학부 김윤규 교수도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 이사회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정말 안타깝다"고 전했다.

학내 비판이 거세지만 총장 인선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10월 31일 후보자 모집을 마감한 인선위는 11월 5일 후보자를 면접한다. 이성만 인선위원장은 학내 교수 1명을 포함해 총 8명이 지원했다며, 이 중 2명을 이사회에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성만 위원장은 최근 문제가 불거진 총장 선출 과정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믿고 기도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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