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단들은 올해도 한기총과 거리를 두었다. 지난해 행정 보류를 결정한 장로교 교단들은 결의를 유지했다. 사진은 홍재철 한기총 대표회장. ⓒ마르투스 이명구

지난 총회에서는 여러 교단이 함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 탈퇴의 파도를 만들어 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백석‧합신이 한기총을 탈퇴했고 예장고신‧대신‧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가 행정 보류를 확정했다. 올해는 국내 최대 교단 중 하나이자 주요 교단 중 유일하게 한기총에 남아 있는 예장합동이 한기총을 떠날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총회가 열리기 전 예장합동이 한기총을 탈퇴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왔다. 한기총이 세계교회연합(WCC) 총회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다락방(구 대한예수교장로회 전도총회)을 이단에서 해제하는 등 예장합동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동을 한 탓이다.

9개 노회가 한기총을 탈퇴하자는 헌의안을 올렸고 2개 노회는 아예 한기총을 해체하자고 제안했다. 홍재철 한기총 대표회장을 면직하고 출교하자는 헌의도 올라왔다. 여기에 한기총이 예장합동 소속 목사와 교수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한기총과 예장합동 사이의 갈등이 깊어졌다. 총신대 신대원생 1070명은 한기총과의 관계를 재고해 달라는 성명을 냈다.

총회 현장에서는 한기총을 향한 총대들의 반감이 많이 표출됐다. 일부 총대가 조금 더 지켜보자고 발언했지만 헌의안대로 한기총을 탈퇴하자는 의견에 총대들은 박수를 보내고 환호했다. 총대들은 한기총을 행정 보류하고 후속 조처는 임원회에 맡겨 처리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불과 7일 뒤 안명환 총회장은 행정 보류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한기총이 교단 목사를 상대로 한 고소를 취하했다는 게 이유였다. 교단 소속 교수들을 상대로 한 고소가 취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 예장합동은 한기총과 행정 보류를 결정했다가 7일 만에 번복했다. 안명환 총회장은 한기총이 교단 목사들이 상대로 한 고소를 취하했다며 행정 보류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마르투스 이명구

예장합동에서는 한기총이 여전히 뜨거운 이슈였으나 다른 교단에서는 관심 밖이거나 거리두기가 계속됐다. 일 년 뒤에 한기총을 탈퇴할지 다시 논의하기로 했던 예장고신에는 한기총 관련 헌의안이 올라오지 않았다. 대신 행정 보류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예장대신과 기침도 계속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반면 한기총에서 일부 교단이 나와 차린 한국교회연합(한교연‧박위근 대표회장)에는 가입자가 늘었다. 예장합신이 들어갔고, 기독교대한성결교회와 예수교대한성결교회도 이번 해에 한교연 회원 교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기총 앞에서 미적대는 예장합동 내부 분위기도 예전 같지는 않다. 지난해 총회에서는 한기총 관련 헌의안을 모두 기각해 논의 자체를 하지 않았다. 이번 총회에서는 한기총의 WCC 공동선언문과 다락방 이단 해제 관련자를 조사해 처리하자는 결의가 나왔다. 한기총이 제안한 다락방 공동 조사 요청은 기각됐다. 대신 다락방이 여전히 이단임을 확인하는 조사처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