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회 총회 파회 후 8개월간 격랑에 휩싸였던 예장합동 총회가 우여곡절 끝에 전국 목사 장로 기도회(목장기도회)를 열었습니다. 기도회의 주제는 '성령의 능력과 사랑으로 하나 되게 하소서'입니다. 정준모 총회장이 개회 예배 설교를 사양하고 총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활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실로 '하나'가 되는 모양새입니다.

기도회 분위기는 화기애애합니다. 목사 장로 들은 반갑게 악수를 하고 안부를 묻습니다. 비대위 임원들도 참여했습니다. 황규철 총무와 서창수 비대위원장은 살짝 포옹을 하며 화합의 정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 화기애애한 분위기입니다. 황규철 총무와 서창수 비대위원장은 살짝 포옹을 하며 화합의 정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마르투스 이명구

2주 전에 <마르투스>의 출입을 금지하기로 했던 결의도 약간 느슨해진 것 같습니다. 황규철 총무는 여느 때와 같이 "나가라"고 하면서도 완강하게 막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마르투스> 종이 신문 배포에만 신경 쓰는 눈치입니다. 회의장 안으로 들어오는 목사 장로 들에게 종이 신문을 나눠 주자, 황 총무는 건물 바깥에서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군말 없이, 햇볕 내리쬐는 가운데 땀 뻘뻘 흘리며 종이 신문을 배포했습니다.

▲ 더 많은 분들이 기사를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종이 신문을 2000여 석의 빈자리에 돌렸습니다. ⓒ마르투스 이명구

<시포커스>·<장로신문>·<기독신보>는 출입구 바로 앞쪽에 종이 신문을 비치했습니다. 들어가고 나오는 목사 장로 들에게 바로 신문을 배포할 수 있는 위치였습니다. 총회에서 <마르투스>에게 차별 대우를 한 게 하루 이틀이 아니기에 크게 마음 쓰지 않고 지나쳤습니다.

개회 예배가 끝나고 참석자들이 저녁을 먹으러 자리를 비웠습니다. 빈 의자에 <시포커스>와 <장로신문> 기자가 종이 신문을 깔아놓기 시작했습니다. 더 많은 목사 장로 들이 기사를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배포한 것이겠지요. <마르투스>도 그런 마음으로 종이 신문을 2000여 석의 빈자리에 돌렸습니다.

저녁을 먹고 예배실에 들어섰습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다른 신문들은 그대로 있고, <마르투스> 종이 신문만 사라졌습니다. 2010년 예장합동 95회 총회를 취재할 때가 떠올랐습니다. 고 옥한흠 목사의 '제자 훈련'의 '공·과'를 담은 <뉴스앤조이> 종이 신문 600부가 사라진 일이 있었습니다. 총회 스태프로 일하던 목동 제자교회 양 아무개 장로가 의도적으로 신문을 치운 것이었습니다. (관련 기사 : <뉴스앤조이> 신문을 도둑맞은 이야기)

총회 직원들에게 신문을 어디로 치웠느냐고 물었습니다. 만나는 직원마다 모른다고 발뺌했습니다. 모 부장에게 물었더니 "비발디파크 직원들하고 같이 치웠다. 비발디파크 사무실로 가서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사라진 종이 신문 2000부는 쓰레기 하치장에 있었습니다. 큰 비닐에 담긴 종이 신문 뭉치는 재활용 종이류로 분류되어서 차에 실려 가기 직전이었습니다. 한 달여 간 고민하며 정성 들여 만든 신문이 쓰레기더미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비발디파크 직원은 "총회에서 버리라고 해서 버렸다"고 말했습니다.

▲ 쓰레기로 분류되어 차에 실린 종이 신문 2000부. ⓒ마르투스 이명구

종이 신문을 회수한 뒤, 다시 그 부장에게 가서 물었습니다. 그는 "버리라고는 한 적 없다. 그냥 치우라고만 했다"고 말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던 그 순간, 이규왕 목사(수원제일교회)는 '통회와 자복'을 주제로 설교하며 교단 개혁과 자성을 부르짖고 있었습니다.

▲ 종이 신문을 회수했습니다.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마르투스 이명구

이번에 만든 <마르투스> 종이 신문의 표제는 '퇴행과 개혁의 갈림길에서'입니다. 97회 총회 파회 후 진통을 겪었던 교단 상황을 정리하고 앞날을 전망하는 기사, 총대들의 여론이 담긴 헌의안을 분석하는 기사, 선거법 개정 논란의 핵심을 짚는 기사, 예장합동 목회자의 윤리 회복을 촉구하는 기사, 교단을 혼탁하게 하는 일부 언론들의 질펀한 행태를 고발하는 기사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교단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개혁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종이 신문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진실을 기반으로 충언을 담은 신문 2000부는 쓰레기통에 처박혔습니다. 귀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휴지 조각 취급을 받았습니다. 반면, "아무 문제없다"고 입에 발린 말,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신문은 버젓이 읽혀지고 있습니다.

진실은 때론 심기를 불편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회복케 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혼과 영과 관절과 골수를 쪼개는 것과 같습니다. 진정한 개혁과 자성의 움직임은 진실을 직시하고 회개하며 딛고 일어날 때야 가능할 것입니다.

지금 예장합동은 퇴행과 개혁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길을 선택하는 데는 지도가 중요하듯이, 현재 교단은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진실을 가리고 외면하고 쓰레기 취급하는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 교단이 퇴행의 길을 걷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이명구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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