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9일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주최로 열린 '교회 세습, 신학으로 조명하다'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발제문을 정리해서 올립니다. 세 번째 발제문은 배덕만 교수의 '교회 세습에 대한 역사신학적 고찰'입니다. 필자에게 허락받아 분량을 줄여 등록합니다. -편집자 주

1. 1973~1999

한국 사회에서 교회 세습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다. 그해 충현교회가 교회개척자 김창인 목사의 아들 김성관 목사를 제4대 담임목사로 결정했다. 교회 안팎에서 극심한 갈등이 발생했고, 교회 세습이 교회적·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하지만 충현교회가 한국교회 최초의 세습 교회가 아니다. 그 이전에도 주목할 만한 세습의 경우들이 있었다.

이미 사회 선교의 개척자적 역할을 담당했던 도림교회(예장통합)가 1973년에 유병관 목사 후임으로 아들 유의웅 목사를 청빙했다. 1980년대에는 부평교회(1980, 감리회)와 길동교회(1986, 예장합동)에서 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담임목사가 되었다. 드물게 진행되던 교회 세습은 1990년대에 들어와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1995년에 대구 지역의 대표적 교회인 대구서문교회(예장합동)와 부천의 기둥교회(감리회)가 은퇴하는 목사의 아들들을 후임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때까지 교회 세습은 한국 교회에서 예외적인 현상이었고, 세습으로 인한 교회의 갈등이나 사회적 비난은 별로 없었다. 무엇보다 아들들이 대를 이어 목회하는 동안 교회들이 크게 성장함으로써, 후임자 선택과 승계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시기의 세습에 대한 교회적·사회적 반응은 아직 명확한 형태를 취하지 못했다. 은퇴 목사들이 교회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고 교단적 차원에서도 높은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교회 안팎에서 이런 결정을 문제 삼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한 후임 목회자들 대부분이 외국 유학 및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었고, 목회 승계 이후에도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둠으로써, 개교회 안에서 아들에게 목회를 승계한 것에 큰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교회 세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여론마저 형성되고 있었다.

2. 2000~2011

한국교회의 20세기는 교회 세습을 둘러싼 뜨겁고 치열한 논쟁 속에서 저물었다. 8만 명의 신도수를 자랑하는 광림교회(기감)가 2001년에 은퇴하는 김선도 목사 후임으로 아들 김정석 목사를 청빙할 계획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계 전체가 홍역을 앓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광림교회는 2001년 3월 25일, 교회, 교단, 교계의 강력한 저지선을 뚫고 세습을 확정했다.

이후 대형 교회들은 경쟁적으로 세습에 몰두했다. 강남제일교회(기침, 2003), 경향교회(예장고려, 2004), 분당만나교회(감리회, 2004), 경신교회(감리회, 2005), 대성교회(예장합동, 2006), 동현교회(예장합동, 2006), 종암중앙교회(예장개혁, 2007), 숭의교회(감리회, 2008), 금란교회(감리회, 2008), 계산중앙교회(감리회, 2008), 임마누엘교회(감리회, 2009), 경서교회(예장합동, 2010), 대한교회(예장합동, 2011)가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넘겨주었다. 심지어 대학생선교단체인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서 창립자 김준곤 목사의 사위 박성민 목사가 새 대표로 결정되었고(2002), 기독교 일간지 <국민일보>의 회장직도 조용기 목사의 아들들(조희준, 조민제)에게 세습되었다(2006, 2012). 세습의 영역이 교회 담장을 넘어 선교 단체와 기업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이 시기에 교회 세습에 대한 찬반 진영의 주된 입장은 무엇이었나? 당시의 갈등구조 속에서 우리는 최소한 세 개의 상이한 입장들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세습을 추진했던 교회들과 이들의 영향 하에 있던 한기총이 세습지지파의 중심축을 구성하고 있었다. 이 그룹은 '세습'이란 용어 자체의 사용을 반대하고,
교회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세습의 장점을 강조하며, 적절한 자격과 자질을 겸비하고 적법한 절차에 의해 결정된 청빙은 세습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둘째,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등의 시민 단체들과 이들을 지지한 학자들이 세습 반대파를 구성했다. 이들은 교회 세습을 성경적, 역사적, 윤리적, 선교적 차원에서 근거가 없는 반신학적 행위로 진단했다. 동시에 목회자의 과도한 독선과 욕심에서 비롯된 반교회적 행태요, 교회를 사유화하려는 우상숭배적 죄악이라고 교회 세습을 날카롭게 공격했다.

끝으로 온건한 입장에서 한국교회의 개혁을 요청하던 중도파가 있었다. 이 그룹은 기본적으로 교회 세습에 비판적이었지만, 교회 세습을 반대할 명백한 신학적 근거가 없고, 개교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교회 세습에 대한 교단 혹은 법적 통제를 지나친 간섭으로 비판하면서, 개교회가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절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3. 2012~현재

지난 1년 동안, 4건의 주목할 만한 교회 세습이 이루어졌다. 제일성도교회(예장합동)가 은퇴하는 황진수 목사 후임으로 사위인 진웅희 목사를 청빙했다. 제일성도교회는 진 목사의 자격시비가 불거지면서 내분과 비난에 시달리게 되었지만, 임시당회장뿐 아니라 황 목사와 교인 대부분이 진 목사 청빙을 반대하지 않고 있어서, 또다시 세습 절차를 밟아 갈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시기, 광명동산교회(예장합동)도 세습을 시도했다. 이 교회를 개척했던 최성용 목사가 은퇴하면서 자신의 아들을 새 담임목사로, 자신을 원로목사로 추대하려 했다. 하지만 취임예배에 아들 최정환 목사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교회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후임자 결정 과정의 불법성이 드러나면서 최성용 목사는 총회에서 제명되고, 아들의 청빙도 취소되었다. 이후 이수웅 목사가 신임 목사로 결정되었지만 원로목사 측과 갈등이 벌어졌고, 교인들 간의 물리적 충돌과 법정 싸움까지 벌어졌다. 갈등과 분열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낸 왕성교회(예장합동) 길자연 목사와 성남성결교회(기성) 이용규 목사가 연속적으로 부자 세습을 성사시켰다. 세습결정을 비공개로 진행했던 왕성교회와 달리, 성남성결교회는 이 과정을 세상에 공개했다. 더 이상 세습은 음지에서 결정되는 '찝찝한 비리'가 아니다.
두 교회 모두 자신들의 결정이 절차상의 문제가 없고, 후임목사의 자격과 자질이 충분하며 교회가 원하기 때문에 세습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세습을 강행한 사람들은 이전에 세습한 사람들의 논리를 반복했다. 이들은 계속 '세습'이란 용어 사용의 부적절함을 지적했다. 그런 용어는 북한의 경우처럼, 법적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경우만 해당되고, 자신들처럼 교단법을 준수하여 찬반 투표를 통해 후임자를 결정한 것은 세습이 아니라 후임목사 청빙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목회자로서 적절한 자격을 갖추었고 교인들이 말 그를 목회자로 청빙하고자 한다면, 아들 신분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세습 반대론자들은 대형 교회 세습을 '추잡한 세습'으로 규정하고, 맹렬하게 비판했다. 세습 반대론자들도 모든 세습을 악한 것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가난하고 소외된 지역에서 힘겹게 사역하는 아버지 뒤를 잇는 것은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장려할 '미담'으로 언급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부와 명예, 권세가 보장된 대형 교회 담임목사직에 검증되지 않은 아들을 아버지의 힘으로 무임승차시킨 경우였다. 이런 견해는 세습 문제가 공론화된 이후 세습 반대 진영에서 지배적 입장이었다. 하지만 조성돈 교수는 한국교회 종교 시장의 최근 상황을 고려할 때, 중소형 교회의 세습도 대형 교회 세습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현실의 대안으로, 두 가지 대안이 반복적으로 제기되었다. 첫째, 세습의 원인을 목회자들의 신학적 빈곤으로 진단하고, 교회론의 정립과 교육을 근본적 대안의 하나로 제시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전국 목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식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 목회자의 가장 부족한 점이 '신학적 깊이(38.6%)'로 드러났다. 결국, 교회 세습은 '안정적 성장'이라는 현실적 이유와 '왜곡된 교회론'이라는 신학적 빈곤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따라서 신학생, 교인,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올바른 교회론 교육이 긴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둘째, 이미 한국교회의 부자 세습은 개인의 양심이나 교회의 합리적 결정에 의지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기에, 감리회 '세습 방지법' 같은 구체적 법안을 교단적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형기 교수는 교단 헌법에 세습 금지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영한 교수도 "감리회가 제정한 세습금지법은 장로교와 더불어 한국 개신교 모든 교단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덕만 / 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 교회사 교수,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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