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형택 목사가 물러난 후 황 목사를 반대했던 교인들 사이에 내분이 생기면서 강북제일교회 후임 목사 청빙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강북제일교회 내분이 길어지고 있다. 2011년 말 황형택 목사가 물러난 후 임시당회장이 세 번이나 바뀌면서 후임 목사 청빙이 이루어지지 못한 가운데, 황 목사를 반대했던 교인들마저 둘로 나뉘어 갈등을 겪고 있다. 세 번째 임시당회장으로 강북제일교회에 파송된 남삼욱 목사(이천광성교회)는 지난 6월 25일, 7월 6일 두 차례 교회 진입을 시도했으나 반대 교인들에 부딪쳐 교회에 들어가지 못했다.

'강북제일교회를사랑하는모임(강사모)'에서 주요 역할을 했던 하경호 집사 등은 "교회 기득권을 차지하려는 당회에서 요청한 임시당회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남 목사를 쫓아냈다. 남 목사는 "기소위원회와 재판국을 만들어 하경호 집사와 그와 함께하는 교인들의 폭력 행사를 치리하려고 했는데 하 집사 측이 막았다. 하지만 임시당회장직을 포기하지 않고 수행하겠다"고 했다.

하 집사 측과 당회 지지 측으로 갈린 교인들의 분쟁

강북제일교회 후임 목사 청빙이 늦어지는 원인은 황 목사를 반대하며 개혁을 외치던 교인들 사이에 생긴 갈등 때문이다. 분쟁 양상은 하 집사 측 교인들과 강사모 탈퇴 교인들(당회 지지 측) 간에 드러났다. 하 집사 측은 당회 인사들을 반대하고 당회 지지 교인들은 당회 결정을 찬성하는 가운데 대립했다.

하 집사 측은 재정 비리 의혹, 불법 청빙, 목사 안수 무효 등의 문제가 있던 황 목사를 청빙한 당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 집사는 "지금 교회에 남아 있는 장로들이 황 목사 문제가 불거졌을 때 그를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견제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당회 장로 측은 "우리도 황 목사를 처음 청빙할 때 문제가 있을 줄은 몰랐지만, 문제가 불거졌을 때 같이 반대하며 교회를 정상화하려고 힘썼다"며 당회원권 행사가 정당하다고 밝혔다.

갈등으로 하 집사 측과 당회 지지 교인들 간 폭력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수십 건의 고소·고발이 이어졌고, 현재 하 집사 측은 당회 지지 교인들의 교회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교회 출입구에 "당회파 안수집사·권사·집사의 교회 출입을 금지합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한동안 걸려 있었다.

"당회가 추천한 임시당회장은 안 돼"

하 집사 측은 당회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평양노회에 요청해서 온 임시당회장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첫 번째 임시당회장은 장창만 목사(록원교회)였다. 장 목사는 강사모 교인들과 교회 분쟁 해결을 위해 청빙위원회를 꾸려서 후임 목사를 청빙하려 했다. 

청빙위원회를 꾸리는 과정에서 장 목사와 하 집사 측 사이에 마찰이 생겼다. 하 집사 측에서 "장 목사가 장기적으로 임시당회장직에 있으면서 교회 당회장까지 할 수 있다고 교인들에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강북제일교회 당회, 청빙위 구성 결의) 장 목사는 "그런 제안을 하지 않았다"며 후임 목사 청빙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해명했다. 연이어 하 집사 측은 장 목사가 활동한 모 단체에서 음주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록원교회에 가서 임시당회장직 사임을 요구했다. 결국 장 목사는 반발에 못 이겨 지난 2월 23일 임시당회장직을 사임했다.

당회는 다음 임시당회장으로 박능팔 목사(서부제일교회)를 평양노회에 요청했지만 박 목사가 거절했다. 노회는 임의로 성홍모 목사(영주교회)를 임시당회장으로 5월 16일 파송했다. 성 목사는 당회의 과반수 결의를 통해 온 것이 아니어서 임시당회장 파송 절차에 문제가 생겼다. 결국 성 목사는 며칠 지나지 않아 사임했다. 그 후 한 달이 지나 남 목사가 세 번째로 온 것이다.

남 목사는 교회에 오자마자 하 집사 측의 반대에 부딪쳤다. 당회원 과반수 결의로 오게 되었지만 하 집사 측에서 동남노회 소속인 남 목사가 노회 임원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하 집사 측 교인들의 반대 요구로 인해 결국 동남노회는 평양노회와 남 목사에게 임시당회장 파송 철회 요청문을 보냈다. 당회 지지 교인들은 동남노회의 입장에 대해 반박하며 "임시당회장 파송은 목사 청빙이 아니기 때문에 목사가 자신이 속한 노회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동남노회의 입장이 나온 후 평양노회는 남 목사의 임시당회장 파송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당회 지지 교인들은 "노회가 임시당회장 파송을 해 놓고 철회를 한다니 이해할 수 없다"며 황당해했다. 예장통합 총회 헌법에는 임시당회장 파송에 대한 조항은 있는데, 철회에 대한 내용이 없다. 당회 지지 교인들은 노회가 임의로 임시당회장 파송 결정을 번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하 집사 측 교인들은 지난 7월 초 평양노회 사무실에 찾아가 남 목사를 임시당회장으로 파송한 결정에 대해 항의하고,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에 평양노회장을 고소했다. 고소장에는 평양노회장이 동남노회의 승인 없이 남 목사를 임시당회장으로 파송한 것이 직권남용이라는 내용이 있다.

▲ 강북제일교회 출입문이 일부만 개방되어 있다. 교인들 간 내분이 일어난 후 당회 반대 교인들은 당회 지지 교인들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교회 안정화, 미궁 속에 빠지다

하 집사는 "교인들에게 신임을 받지 못하는 당회와 임시당회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당회에 대한 불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강북제일교회수습전권위원회를 통해) 당회원권을 정지시키고 청빙위원회를 다시 가동해 (후임 목사를) 선발하려고 한다"며 이후 계획을 말했다. 수습전권위원회는 당회원권을 지난 8월 1일 정지시켰다.

당회 지지 교인들의 교회 출입도 하 집사 측이 제한하고 있다. 당회 관계자는 "당회는 하루빨리 담임목사 청빙을 해서 교회를 안정화하려고 하는데 하 집사 측이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당회 지지 교인 중 안수집사는 "폭력 사태가 더는 일어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교회 안정화를 빨리 되찾아야 하는데 임시당회장 파송 철회뿐만 아니라 당회원권 정지까지 되어 유감이다"고 말했다. 강북제일교회는 교인들이 갈라지면서 후임 목사 청빙 과정도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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