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 오후 3시, 제주 강정 해군기지 사업단 앞에서 기도회를 시작했다. 우리는 사업단 정문 앞 노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후에 승용차 한 대가 사업단으로 들어가려고 진입했다. 보통 기도회가 시작했으면 차량은 공사장 정문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런데 이날 용역은 차량 통행 길을 확보하려고 예배를 보고 있는 우리를 물리력으로 밀어내려고 했다. 진입 차량이 돌아가겠다고 하는 것을 가지 말라고 소리치면서까지 길을 만들어주겠다며 오기를 부리고 기도회를 소란스럽게 했다. 정말 의도적이고 노골적인 예배 침탈행위였다.

사업단 정문에서 경비를 서는 경찰은 멀거니 구경만 하고 있었고, 멀리 떨어져서도 이곳 상황을 훤히 알고 있을 경찰 지휘관은 예배 보호를 위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기도회가 아닌 다른 상황이었다면 소리를 쳐서 꾸짖든지, 한바탕 몸싸움을 하든지, 이참에 아예 공사 차량 진입을 못하도록 더욱 투쟁 강도를 높이든지 했을 것이다. 그러나 목사들과 신도들은 기도회 중이다. 우리가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고 마음과 정성을 바치는 예배 중인 것이다.

자연히 우리 행동은 크게 제약받을 수밖에 없었고 용역은 더욱 기고만장했다. 그런 소란이 있어서 예배가 평소보다 한 10분가량 지체됐다. 그날 설교를 맡은 나는 분노로 심장이 떨렸다. 그전에 두 차례 연행됐던 전력이 있는지라 이번 강정에 갈 때는 자중하겠다고 아내에게 다짐했던 터라, 무진장 참았지만, 하나님께 드리는 거룩한 예배가 고작 승용차 한 대 통과시키려는 구실로, 용역에게 훼손된 것은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예배 후에 그 용역을 진심으로 꾸짖었다. "너 잘못한 거야, 그러면 안 돼!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네 행위를 정당화하지 마, 너보다 더 약하고 경쟁력 없는 사람도 얼마든지 잘 살아, 또 그렇게 살도록 하나님이 다 만들어 놨어." 서귀포경찰서장에게도 강력 항의했다. 아, 영혼이 없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얼마나 소모적인가.

그런데 문제는 기도회가 끝나갈 무렵에 또 발생했다. 보통 한 시간 예정이었던 기도회가 용역의 훼방으로 지체된 것도 있었고, 그 날 마침 오후 4시, 사업장 정문에서 가톨릭 미사가 진행 중이었다. 즉 양쪽 출입구가 다 막힌 상태가 됐다. 그랬더니 용역이 훼방할 때는 보이지도 않던 경찰이 기도회를 하고 있는 우리 쪽으로 새까맣게 몰려왔다. 공사장 정문이 막히자 사업단 쪽으로 몰려든 레미콘 차량을 통과시키기 위해 작전에 나선 것이다.

지휘관은 우리가 불법도로점유를 하고 있으니 해산하라고 압박했다. 또 한 번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것들이 감히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 행사를 물리력으로 강제하려 들다니! 우리는 분명히 경고했다. 뒷감당할 자신 있으면 강제해산 해보라고. 경찰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는지, 병력을 물렸다. 이것이 강정 현장의 상황이다. 예배조차도 마음 편히 볼 수 없는, 국가 공권력 집행이 도를 넘은 현실이다.

지금 제주해군기지건설반대를 위한 현장 투쟁은 종교만 남았다. 오전 11시에 공사장 정문 앞에서 하는 가톨릭 미사, 오후 3시에 사업단 정문 앞에서 하는 개신교 기도회. 각각 한 시간만이 무수히 드나드는 레미콘 차량을 막을 수 있는, 경찰과 상호 묵계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종교행사조차도 무시로 침탈을 당한다. 6월 6일에도 미사를 기다리지 못하고 레미콘을 통과시키려고 해서 활동가가 연좌하다가 연행당했는데, 그 과정에서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당했다.

이 글을 쓰는 6월 7일 늦은 저녁까지도 가톨릭 미사 때 레미콘 차량이 들어가려고 해서 신부님 한 분이 레미콘 위에 올라가서 종교 행사 중에는 공사 차량 운행을 정지하라고 요구하지만, 경찰은 약속 대신 고착‧해산‧연행을 감행했고, 하루 종일 충돌을 반복했다. 이것이 지금 강정 공사 현장 앞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는 기도회와 미사의 일상이다.

아시겠지만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 중국 포위를 포함하여 동북아시아 패권 유지를 노리는 미국에 해군기지를 제공하는 데 있다. 대한민국 자체로는 그곳에 해군기지가 전혀 필요 없다. 지금 있는 해군기지로도 충분하다. 새로운 미 해군기지는 오히려 긴장과 대결을 촉발할 뿐이다. 이런 현실은 무엇보다도 제주도민이 압도적으로 원치 않고 있다.

그리고 강정의 지리적 조건 역시 군항으로는 부적격이다. 1년에 7개월은 평균 초속 15미터 이상의 바람이 불어서 그때는 대형 선박도 부두에 접안조차 힘들다. 즉 신속 기동성을 요구하는 군함의 출입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 이 사실은 해군 자체의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도 이미 밝혀졌다. 그런데 왜 온갖 무리를 감수하면서까지 공사를 강행하는가? 무엇보다도 1조 원이라는 예산이 너무도 탐스러운 것이다. 이 탐욕 때문에 공사를 맡은 삼성물산과 대림은 구럼비가 날아가도, 기지 설계에 오류가 있어도, 강정마을 공동체가 파괴돼도 상관하지 않는 것이다. 또 이들과 더러운 먹이사슬을 맺은 정부 권력의 이해관계도 있다.

권력은 해군기지 건설을 안보라느니, 국책 사업이니, 민관복합관광미항이니 하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선전 도구를 이용해서 그 정당성을 광고해대고 있다. 그러나 정부 권력의 선전은 철저히 거짓 나팔이다. 강정마을 주민은 마을이 해군기지 사업 부지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알 정도로 이 결정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전 마을회장과 해녀들을 매수하고, 1천여 명의 실거주민 중, 87명만으로 투표한 결과다. 화들짝 놀란 주민들이 마을 규약인 향약에 따라 투표율 70%, 반대 94% 라는 압도적인 결과로 해군기지를 반대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정부 권력은 맨 처음 결정만 유효하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강정 해군기지 사업은 안보도, 국책 사업도 아닌 민주주의의 심각한 하자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절차의 민주성을 완전 도둑맞았기에 5년이 지난 지금도 강정 주민들은 굴하지 않고 반대 투쟁을 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양심‧지각‧이성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정부는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어떤 과정도 없이 사기를 친 것이다. 그리고는 현재까지 물리력과 거짓 선전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이 이쯤 되면 무엇이 어디에서 잘못됐는지 전면 재검토에 들어서야 한다. 이성과 양식 있는 정부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지금 강정 해안가에만 있던, 하늘이 내려준 자연유산 구럼비 바위는 3월 7일부터 강행한 발파로 다 파손됐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태 절대 보존지역은 미국의 패권 음모, 건설 자본의 탐욕, 정부 권력의 무도함으로 영원히 사라졌다. 동시에 강정 주민들의 마음의 안식처도 실종돼 버렸다.

해군은 그렇게 발파한 자리에다가 케이슨 제작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케이슨은 건물 6층 높이, 상자형의 거대한 시멘트 구조물이다. 이 케이슨이 강정 앞바다에 세 개가 들어서 있다. 이 구조물에서 내 품는 시멘트 독은 매일매일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고, 현대 기술로는 이 케이슨을 해체할 재간이 없다. 이런 케이슨이 강정 앞바다에 백 개가 들어설 예정이다.

구럼비 바위는 망가졌지만 그렇다고 해군기지 반대 투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현장을 가보라. 천혜의 생태환경이 얼마나 삭막해졌는지를 보면, 이 공사를 반드시 멈추게 하고 백지화해야 한다는 결의가 저절로 생긴다.

전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 호소한다. 제주 강정마을을 찾아가 주시라. 대한민국의 고통을 한몸에 짊어지고 신음하고 있다. 약자의 현장을 찾아가는 것은 기독교의 본질이다. 교회가 단체로 와도 좋고, 개인이 와도 좋다. 개신교 기도회에 함께 하자. 이 고난의 현장에 동참함으로 강정에 대한 마음의 빚을 덜자. 그리고 예수님을 따라 우리도 고난을 받자.

백창욱 / 대구새민족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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