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타임즈>가 임원들의 공금 횡령 의혹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임원들은 이미 차명 계좌 존재를 인정한 상황이다. 사진은 <기독교타임즈> 사무실 입구 ⓒ뉴스앤조이 성낙희
<기독교타임즈> 공금 횡령 의혹 금액이 20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 대한기독교감리회 본부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기독교타임즈> 임원진의 비자금 의혹에 대해 지난해 감사를 벌였다. 감사위원회는 김준규 편집국장 직무대행과 곽인 편집부장 등을 불러 차명 계좌가 있느냐고 추궁했다. 김 직무대행 등은 계속 부인했다. 하지만 감사위원회가 통장 사본을 내밀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기독교타임즈> 비자금이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감리회 '교리와 장정' 7장 22조을 보면, <기독교타임즈>를 비롯한 산하 기관은 (재)기독교대한감리회유지재단 명의의 통장만 사용할 수 있다. <기독교타임즈> 몫으로 네 개의 통장이 개설되어 있었다. 그러나 박 전 국장 등은 별도 계좌를 만들어 회삿돈을 챙겼다. <기독교타임즈> 노동조합은 임원들이 최소 12개의 차명 계좌에 비자금 6억 3000여만 원을 빼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자금 계좌만 10개 이상

비자금을 만드는 일에는 박영천 전 편집국장과 김준규 편집국장 직무대행, 곽인 편집부장, 최미현 총무부 회계 담당자가 가담했다고 감사위원회는 보았다. 박 전 국장이 주도했고 김 직무대행과 곽 부장은 동조, 최 씨는 박 국장의 지시를 받아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비자금 내역은 감리회 본부 감사위원회 자료에 상세히 기록돼 있다. 자료에 따르면, <기독교타임즈> 총무부 회계 담당자 최 씨는 자신의 개인 계좌 4개에 3억 원 이상의 회삿돈을 관리하고 있었다. 최 씨의 계좌에서 2004년부터 2008년 사이 회삿돈 1억 2000여만 원이 박 전 국장의 해외 계좌로 빠져나간 것이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 전 국장과 김준규 직무대행, 곽인 편집부장의 개인 계좌도 발견됐다. 이렇게 드러난 비자금만 4억 원이 넘는데다 타인 명의 계좌에서도 회사 공금 2억여 원이 발견됐다.

박 전 국장은 <뉴스앤조이>와 인터뷰에서 "직원들 밀린 임금 주려고 만든 통장"이라고 해명했다. "비자금 6억 넘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 계좌로는 감리회 감독회장 선거 당시 후보들한테 200~500만 원씩 몇 번 받은 일밖에 없다"고 했다. 노조는 회사가 운영한 여행사의 관리비 등 갖가지 수입이 비자금 통장으로 들어간 내역을 확보했다며, 박 전 국장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뉴스앤조이>가 확보한 비자금 통장의 거래 내역을 보면 여행사에서 정기적으로 일정한 금액의 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노조 측은 임원들이 비자금과 부당 임금으로 수십억 원을 빼돌렸다고 했다. 직원들은 아직도 밀린 임금 8억여 원을 받지 못한 상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기자는 월급 못 받고 회사는 적자라면서…

기독교타임즈정상화대책위원회 조사 자료에는 비자금 외에도 임원진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규정에 없는 성과급, 편집연구보조비 등으로 임금 이외에 최소 16억여 원 수령한 사실이 나타나 있다.

박 전 국장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특근수당과 성과급 등의 명목으로 1억 5000여만 원을 받았다. <기독교타임즈>는 2007년 8월 '기독교타임즈 100만부 운동'을 통해 후원금 약 2억 8000여만 원의 광고 수익을 벌었다. 노조는 이 수익 대부분을 임원들이 성과급으로 챙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국장은 "직원들에게 모두 나눠 줬다"고 했으나 노조 측은 "10여만 원씩밖에 못 받았다"고 했다.

안혜총 기획사업부장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목사 안수를 위해 휴직 중이었음에도 매월 기본급 100만원과 '특별 성과급' 등으로 1억 5000여만 원을 받았다. 김준규 직무대행도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자녀 학자금과 성과급 등으로 1억 2000여만 원을 챙겼다. 기독교타임즈대책위원회 보고 자료에는 임원진이 이런 수법으로 가져간 돈이 16억여 원에 달한다고 나와 있다.

감사위원회 서기 유재승 장로는 <뉴스앤조이>와 인터뷰에서 "16억 원 모두 규정에 없는 수당이다. 자기들(임원들)끼리 결재해서 가져갔다"고 말했다. 노조도 "기자와 직원들에게는 돈이 없어서 임금을 밥 먹듯이 밀려서 주거나 아예 안 주더니 자신들은 과외로 부당하게 돈을 가져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황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박 전 국장은 "우리가 다른 직원들보다 일을 더 잘하고 열심히 하기 때문에 받은 것이다. 모두 정당하게 받은 임금이다"고 주장했다.

2008년 감리교 사태 이후 <기독교타임즈>는 심각한 재정난을 이유로 직원들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했다. 제때 급여가 나온 적이 거의 없었고, 보름에서 한 달 가까이 지나서 나오더라도 절반 정도만 받을 수 있었다. 10개월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지금까지 밀린 임금만 8억 원이 넘는다. <기독교타임즈>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적자만 1억 7000만 원을 넘었다. 직원들도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 못 받는 줄 알고 있었다.

회사 공금으로 섹시바 출입도

감쪽같았던 임원들의 검은 행보는 우연한 계기로 드러났다. 지난해 6월 한 직원이 사무실 복사기 앞에서 차명 계좌 통장 사본과 법인카드 사용 내역서를 발견했다. 이 서류 뭉치에는 임원진이 숨겨둔 비자금 통장과 사용 내역이 상세히 나왔고, 법인카드를 사사로이 쓴 흔적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렇게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박 전 국장은 회사 법인카드로 여행비와 병원비, 또 유흥비 등으로 사용하고 회사에 영수증 청구를 했다. 심지어 섹시바 등 퇴폐 영업을 하는 곳으로 알려진 업소에서 결제한 사례도 나왔다. 그러나 박 전 국장은 "법인카드로 그렇게 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유흥비 건에 대해서는 "그런 일은 없다"고 완강히 부정했다.

노조는 또 다른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기독교타임즈>는 2010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공동으로 아이티 지진 피해 성금을 모금한 바 있다. 김준규 직무대행은 당시 자신의 계좌로도 성금을 받았다. 김 직무대행의 통장 사본을 보면, 4억 4000여만 원이 모금된 것으로 나온다. 그렇지만 김 직무대행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입금했는지 여부를 밝히거나, 입급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김 직무대행에게 여러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할 말이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감사위 "차라리 폐간하라"

감사위원회는 감사 결과 <기독교타임즈>가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하고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교단에 보고했다. 감사위원회가 말한 특단의 조치란 '폐간'하거나 '정간'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기독교타임즈정상화대책위원회는 지난 2월 20일 해결 방침을 내놓았다. △2월 말까지의 미지급 급여에 대한 정산(사태 해결 후 노조 해산) △박영천, 김준규, 곽인, 안혜총, 최미현 등은 지금까지 조사한 결과를 기초로 파면·해임·정직·감봉 등을 결정(징계 후 해결 어려울 경우 사법처리) △주필 수준의 임시관리자 2월 중으로 파송 △김광수 전 광고부장은 2011년 12월 말일자로 급여 정산 후 정년퇴직 처리한다는 내용의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결정한 사항을 백현기 직무대행에게 보고하고 처리가 미진할 경우 해결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해결을 촉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감리회 본부는 제대로 조치하지 않고 있다. 본부가 마비된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본부 관계자는 "감독회장 자리가 공석으로 있고 지금은 임시감독회장도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버젓이 비자금을 만들고 규정에 없는 수당 16억 원을 챙긴 임원들이 아직도 밀린 임금이 8억 원이나 되는 기자와 직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며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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