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리회 교단 신문 <기독교타임즈> 임원진이 지난 2003년부터 수억 원의 비자금과 10억 넘는 부당 임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앤조이 성낙희
기독교대한감리회가 감독회장 선거 파행으로 내홍을 겪는 동안 교단 신문 <기독교타임즈>는 비리 백화점이 되고 있다. 신문사 전현직 임원들이 지난 몇 년 동안 비자금 통장을 만들어 수억 원의 돈을 챙겼다. 이 외에도 각종 명목으로 교단이 지정하지 않은 수당을 만들어 10억 원이 넘는 임금을 추가로 받았다. 반면 기자와 직원들은 4년 동안 임금을 제대로 못 받았다.

<기독교타임즈> 사태는 2008년 감리교 감독 선거 사태 이후 시작했다. 임원진은 재정난에 시달린다며 4년간 직원들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 월급을 밀려서 줬고, 그나마 절반 정도만 주는 달이 허다했다. 한 푼도 받지 못한 달도 10개월이나 됐다.

<기독교타임즈>는 언론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한 채 감리교단 일부 정치 세력의 어용 노릇까지 했다. 2009년 4월 박영천 당시 편집국장이 감리회 본부 행정기획실장을 겸직하면서 기사의 객관성을 잃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상당수 독자가 실망하며 절독했다. 기자들은 임금 체불에 기사로 해야 할 말까지 빼앗기면서 투쟁을 시작했다.

지난해 2월, 직원 10명이 전국언론노조 기독교타임즈분회에 가입했다. 신문사 내부에서도, 교단에서도 문제를 풀지 못해 선택한 행보였다. 이들은 2월 17일 '기독교타임즈 개혁 선언문'을 발표했다. 노조는 우선 "기독 언론의 공공성을 부정하며 자신들의 정치 수단으로 삼으려는 교회 권력과 정치 세력에 대항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노조는 줄기차게 싸우고 있다.

우선 직원들이 제기한 <기독교타임즈> 임원진의 비리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박영천 전 편집국장과 김준규 편집국장 직무대행, 곽인 편집부장, 최미현 총무부 회계 담당자는 차명 계좌에 비자금을 만들었다. 2003년부터 만든 차명 계좌는 확인된 것만 10개가 넘는다. 그 가운데 5개 계좌에서만 비자금 6억 3000여만 원이 입출금되었다. 밝혀지지 않은 계좌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계좌에서만 회삿돈 3억여 원이 거래됐는데, 2010년까지 계좌 이체와 현금 지급 등 최소 170여 차례 사용했다. 특히 이 계좌에서 박영천 전 국장의 해외 계좌로 여러 차례 송금한 것이 확인됐다. 이 계좌는 회계 담당자 최 씨 것으로 박 전 국장 등이 최 씨에게 비자금 관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또 2005년부터 2011년까지 규정에도 없는 성과급, 편집연구보조비 등 내규에 없는 임금을 최소 16억여 원 받았다. 특히 안혜총 기획사업부장은 그동안 1억 2000만 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았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광고를 수주한 데 대한 성과급과 원고료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안 부장은 휴직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국장이 결재해 지급한 것이다.

박 전 국장은 "일을 많이 해서 정당하게 받은 것이다"고 말했다. 안 부장도 "휴직 기간이지만 일을 잘해서 성과급을 받은 것이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노조는 이들이 챙긴 성과급은 내규에도 없는 항목들이라고 주장했다. 광고 성과급에 대해서도 성과급 산정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다른 직원과 동일한 기준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김준규 직무대행 역시 2005년부터 최근까지 회사 내규에도 없는 영업비와 성과급 등을 매월 100여만 원씩 모두 1억 2000여만 원을 받았다. 또 박 국장은 '직원 숙소 보증금' 1000만 원씩 두 차례, '주택 마련 대출금 지원' 명목으로 1300만 원을 챙겼다. 역시 규정에 없는 항목이다. 회계 장부에는 이 외에도 부당 수령 증거가 수두룩하다.

▲ <기독교타임즈> 직원들은 임금 체불과 임원진의 비리 등을 참다못해 지난해 2월 전국언론노조에 가입해 지금까지 의혹 규명 등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사진은 <기독교타임즈> 사무실 입구. ⓒ뉴스앤조이 성낙희
박 전 국장은 회사 공금을 사적인 용도에 수시로 이용했다. 회사 법인카드를 해외여행, 한약비, 안경 구입비, 호텔 숙박비 등에 사용했다. 심지어 섹시바에서 결제한 내역도 나왔다.

임원진은 이렇게 돈 잔치를 벌이면서 외부에는 회사가 재정난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독교타임즈>가 작성한 보고서는 2011년 한 해 동안만 1억 7000만 원 적자를 보았다고 했다.

자기가 돈을 쓰고서는 직원들을 위한 것처럼 꾸민 정황도 포착되었다. 박 전 국장은 2007년 자신의 마이너스 통장에서 4000만 원을 인출, 사용한 뒤 회사에 떠넘기며 2009년에 직원들에게는 밀린 임금 주려고 이렇게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노조는 당시 직원들이 월급을 아예 받지 못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임원진이 회삿돈을 마음대로 써 재끼는 사이 직원들은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직원들은 4년 넘게 임금 8억여 원을 받지 못하면서 생활고에 시달렸다. 노조는 4월 11일 "본사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반사회적이며 종합적인 범죄 행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규탄 성명을 냈다.

앞선 1월 교단 차원에서 '기독교타임즈대책위원회'가 구성돼 2월 20일 박영천, 김준규, 곽인, 안혜총, 최미현 파면·해임·정직·감봉을 결정한다는 등 해결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3달이 넘은 지금도 사태 해결은커녕 직원들이 제기한 의혹도 풀리지 않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을 사회법이 맡기에 이르렀다. 직원들은 2월 박 전 국장 등 임원진 5명을 업무상횡령,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서울종로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박 전 국장은 <뉴스앤조이>와 인터뷰에서 차명 계좌를 만든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직원들 밀린 임금 주려고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비자금이 6억 원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그는 구체적인 비자금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성과급 등 임금 부당 수령 의혹에 대해서도 "정당하게 받아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곽인 편집부장도 "차명 계좌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회사 사정으로 만들었다. 이후 나도 모르는 입·출금 기록이 많이 생겼더라. 하지만 그 내용은 모른다"고 했다. 김 편집국장 집무대행은 묵묵부답이었다. 비자금 내역에 대해 질문하자 "그만 합시다"라고만 했다. 회계 담당자 최 씨도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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