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이 만든 성이지만 교회에서는 더럽고 음란한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교회와 성 세미나는 건강한 인식을 가지고 성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는 취지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아내와 섹스하기 전에 감사 기도 하십니까?" 한 목사가 물었을 때 그 자리에 있던 300여 명의 목사는 침묵했다. 주스 한 잔 마실 때도 기도하는 사람들이 하나님이 창조한 성은 밖으로 밀어내고 배제하는 모순적 태도를 꼬집는 질문이었다. 성 앞에 서면 경직되는 한국교회 현실이 드러난 장면이다.

잠자리와 기도를 같이 이야기하는 '교회와 성 세미나'가 5월 4일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열렸다. 목사 300명에게 난감한 질문을 던졌던 이희범 목사(지구촌가정훈련원장)가 사회를 맡았고 김영근·송길원·박철수·정동섭 목사가 발제했다. 전혜련 회장, 오대식·변상규 목사는 축사했다. 30여 명의 참석자는 즐겁고 유쾌하게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성을 이야기했다.

▲ 박철수 목사는 목사들이 자신의 교회에서 결혼하는 부부에 대해 책임 의식을 가지고 성을 가르쳐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자신이 주례를 해 주는 부부에게 매우 구체적으로 성교육을 해 준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성은 여전히 교회에서 말하기 불편한 주제다. 세미나의 상당 시간은 하나님이 성을 창조했다는 사실과 성도 하나님의 영역임을 강조하는 데 할애됐다.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명령한 하나님이 생육과 번성의 유일한 방법으로 성행위를 만드셨다는 점, 성욕을 주신 하나님이 성행위로 성욕을 해결할 수 있게 해 주셨다는 점도 언급됐다.

성을 하나님이 주셨다는 말을 한국교회 교인 대다수는 듣지 못했다. 그사이 금욕주의가 기독교인의 침대를 잠식했다. 아내가 잠자리를 거부해 힘들다는 농어촌 목사의 하소연, 새벽 기도에 가야 한다며 침대에서 차갑게 등 돌리는 권사님 이야기. 발제자들은 성을 터부시하는 한국교회의 근엄한 무지를 유쾌하게 비틀었다. 모두가 웃었지만 농담이 아닌 현실이었다.

성을 무시하다 성에 대한 주도권을 세상의 性經에 뺏긴 한국교회가 변해야 한다는 고언도 나왔다. 이희범 목사는 6살 때부터 교회를 다닌 자신이 38세가 되어서야 성 의식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바른 성을 가르쳐 주지 않은 교회에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몰라도 너무 몰라서 첫날밤에 거사를 치르지 못한 일을 고백해 좌중을 놀라게 한 박철수 목사(분당두레교회)는 교회가 성을 가르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박 목사는 목회자들에게 △일 년에 한 번 성에 대한 설교를 하라 △주례할 때 성교육을 하라 △자신이 성교육을 할 수 없다면 전문 기관을 소개하라고 충고했다.

▲ 정동섭 목사는 <부부 연합의 축복>을 펴 냈다. 책은 부부 생활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세미나는 정동섭 목사의 <부부 연합의 축복> 출간을 기념해 열렸다. 책은 "부부 생활을 위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며 실용적인 안내서"로 소개됐다. 발제자들은 기독교인의 성생활에 대한 최초의 한국 서적이라며 출간을 반겼다. 정 목사는 "하나님은 섹스의 창조자이시며 그가 창조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그것도 좋다고 선언하셨다"고 했다. 그는 이 책이 성 의식을 건강하게 하고 나아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일에 도움이 되길 빌었다.

<부부 연합의 축복>에는 무려 32명의 추천사가 앞뒤로 실려 있다. 정 목사가 이단이라 공격받는 탓이다. 정 목사는 양승훈 교수의 <하나 되는 기쁨>에 추천사를 썼다가 이단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정 교수는 "저자가 아닌 추천사를 쓴 나를 공격한다. 이것은 분명한 의도가 있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세계한인기독교이단대책연합회 신학자문위원이며 사이비종교피해대책연맹 수석 부총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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