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아무개 선교사가 쇼파르(양각나팔, 여리고 성벽을 무너뜨릴 때 사용)를 들고 무릎 기도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정재원
레이디 가가 공연을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이 4월 27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앞에서 기도회를 열었다. 이들은 공연 당일을 '여리고성 작전 마지막 날'이라고 부르며 땅 밟기 등 공연 반대 운동을 벌였다. 모임을 주도한 이 아무개 선교사는 "크리스천으로서 대한민국과 청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왔다"며 "공연에 참석한 영혼들이 나쁜 영향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레이디 가가의 악영향을 염려했다. 그는 레이디 가가의 자살 퍼포먼스와 지옥 퍼포먼스, 피의 제사 등을 언급하며 "레이디 가가 공연을 보고, 동물을 죽여 몸에 피를 바르거나, 자살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걱정하지 않고 편히 있는 것이 염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도회는 예상과 달리 20여 명의 적은 수가 모인 채 진행됐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20~30대 청년이었고, 교복을 입은 10대 청소년들도 눈에 띄었다. 공연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며 목소리를 높였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홍재철 대표회장) 등 보수 기독교 단체는 기도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에스더기도운동본부가 주최한 기도회가 서울 인헌동 시냇가푸른나무교회(신용백 목사)에서 따로 열렸다.

공연 반대자들은 기도회 후 땅 밟기를 진행했다. 이 선교사는 후방에서 기도로 중보하는 3~4명의 사람을 남기고 나머지 사람들과 공연장 주변을 걸었다. 경찰은 신고하지 않은 시위라며,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공연 반대자들은 피켓을 들지 않고 삼삼오오 흩어져 걷는 방식으로 땅 밟기를 강행했다.  

▲ 레이디 가가 공연을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은 잠실종합운동장 주변을 돌며 땅 밟기를 했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 공연 주최 측은 공연 참가자와 반대자들 사이의 충돌을 막기 위해 경호원을 동원했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이들은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다"고 외쳤다. 일부는 무릎을 꿇고 통성기도와 방언기도를 했다. 주최 측은 충돌을 우려해 사설 경호원을 동원하여 이들을 에워쌌다. 공연 관계자는 "이런 사태를 대비해서 공연장 주변으로 미리 행사 집회를 신고했다. 그런데 결국 이렇게 왔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 레이디 가가 공연을 보고 나온 한 외국인 관객이 기도하는 모습을 흉내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관객들은 대체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일부는 신기하다는 듯이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한 관객은 "나도 교회 다니는 사람이지만 저건 아닌 것 같다"며 "(이번 공연이) 종교적 이념을 강하게 내세운 것도 아니었다. 그냥 공연으로 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공연 참가자는 "기독교인이라면 동성애자를 사랑으로 포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부르며 기도회를 마쳤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 참가자는 "기도하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사람들이 동성애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공연에 동참했는데, 그것을 아는 사람이라서 많이 슬펐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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