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씨(21)는 4월 27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레이디 가가 내한 공연을 관람했다. 우연찮게 친구에게 티켓을 얻었다. 레이디 가가를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유명한 가수였기에 그의 노래를 몇 번 들은 적은 있었다. 문화콘텐츠를 전공하는 정현 씨에게 퍼포먼스 전문가인 레이디 가가의 공연은 볼 만한 무대였다.

정현 씨는 서울 합정동 100주년기념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이창호 목사의 딸이다. 레이디 가가 공연 반대 운동을 펼쳤던 일부 개신교 단체들의 주장처럼, 이창호 목사는 딸을 동성애와 자살 충동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으로 보낸 걸까? 정현 씨는 공연을 본 뒤 문득 동성이 좋아지고, 자살을 하고 싶었을까? 공연이 끝난 다음 날, 정현 씨와 이 목사를 만났다.

"동성애 조장? 자살 충동? 아무 이상 없는데"

▲ 공연 전날 잠실종합운동장에 걸린 레이디 가가 현수막이 찢어지자, 일부 개신교 사람들은 "주님이 강한 바람을 일으키셔서 찢으셨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공연은 성황리에 마쳤다. (카페 '주님을 기다리는 신부들' 갈무리)

일부 보수 개신교 단체들은 레이디 가가의 노래와 무대가 동성애를 조장하고 자살 충동을 유도하는 등 반개신교적이라며 반대 운동을 전개했다. 그들은 잠실종합운동장에 걸린 레이디 가가 현수막이 찢어진 것을 보고, "주님께서 강한 바람을 일으키셔서" 찢어진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또 그들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일인 시위를 하고, '땅 밟기' 기도도 했다.

정현 씨는 공연에 가기 전 지인으로부터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레이디 가가의 혀와 손과 발은 철저히 묶일지어다'라고 명령하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문자를 받자마자 "사실 여부를 떠나 너무 극단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해 불편했다. 오히려 동성애 지지를 담은 노래라고 알려진 'Born This Way'라는 곡의 가사를 찾아보는 열성이 생겼다. 보수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알려진 것과 달리, 그 곡은 동성애를 지지한다기보다 '차이를 인정하자'는 정도였다고 정현 씨는 평가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일부 개신교 단체가 우려하는 동성애, 자살 충동 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어떤 폭력적인 모습이나 폭력을 조장하는 퍼포먼스도 없었다고 했다. 관객들도 모두가 공연을 즐기고 질서 있게 퇴장했다. 적은 수지만 장애인들도 단체로 공연을 관람했다. 그녀는 기괴한 옷을 입은 관객들 때문에 내심 걱정하기도 했지만, "공연은 아무 사고 없이 평화롭게 끝났다"고 했다.

이 목사는 "딸이 공연에 간다고 했을 때도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며 "공연 한번 보고 온다고 사람들이 '자살할거야', '동성애가 좋아졌어'라고 하진 않는다"고 했다. 이 목사는 동성애를 신학적으로 옹호하지 않지만, 보수 단체들이 생각과 삶이 다른 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 극단적인 방법으로 그들을 죄인 취급하는 것은 아쉽다고 했다. 소통이 없는 한국교회를 개탄했다.

조롱거리가 된 반대 운동

▲ 레이디 가가 공연 반대 운동을 하던 30여 명의 사람들은, 공연장을 빠져나오는 관객들에게 "회개하십시오. 천국이 가까웠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공연이 끝나고 나가는 길, 30여 명의 반대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관객들에게 "회개하라"고 외쳤다. 경찰들이 그들을 에워쌌고, 사진 찍는 것을 제지했다. 가가의 공연을 보러 온 많은 외국인들이 신기하다는 듯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반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외침에 불쾌해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고 정현 씨는 설명했다.

정현 씨는 "실제로 공연을 보니 레이디 가가의 파격적인 의상과 선정적인 퍼포먼스에 놀라긴 했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뭘 걱정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그녀는 "하지만 무릎을 꿇고 회개하라고 외치고 특별 기도를 하면서까지 반대할 필요는 없었다"며 "그런 방식의 반대 운동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반발심만 샀다"고 했다.

이창호 목사는 "반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이해는 한다. 그러나 젊은이들에게 무조건 공연을 보지 말라고 하기 전에, 그들에게 우리가 어떤 문화를 만들어 줬는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자녀들을 위해 어떤 토양을 만들어 주었나?', '기독교 문화에 얼마나 투자하고, 그것을 배양하기 위해 애썼나'를 생각해 본다면 반성할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