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있는교회 이병욱 목사는 교회를 개척한 지 10년이 지났다. 남들처럼 큰 교회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후 꿈을 접었다. 마음대로 되리라 생각한 교회 '성장'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대형 교회가 하나님이 원하는 교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바림빛교회 이남정 목사. 10여 년간 대형 교회에서 일했다. 대형 교회의 명과 암을 목격한 그는 고민에 빠졌다. 5년, 10년 뒤에도 지금의 대형 교회가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미국 새들백교회에서 2년간 사역하고 변화하는 미국의 교회들을 경험하면서 한국에 가장 필요한 교회 형태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현재 그는 대학로에서 레스토랑을 빌려 예배하는 작은 교회를 시작했다.

행복한제자교회 이우열 목사는 호주의 한인 교회에서 3년 동안 부목사로 일하다가 귀국했다. 신학교 선배들이 말렸지만 교회를 개척했다. 개척 초창기는 고양시 남성합창단 연습실을 빌려서 사용했다. 월 30만 원의 사용료만 냈다. 덕분에 작은 교회였지만 선교사를 후원하는 등 이웃을 섬길 수 있었다. 지금은 상가 건물로 옮겼다. 이 목사는 "교인들이 늘면서 건물과 조직에 매이지 않는 교회를 지향하려던 계획이 틀어질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 도시공동체연구소가 4월 28일 동숭교회에서 '지역 교회 목회자 네트워크' 모임을 개최했다. ⓒ뉴스앤조이 백정훈
이처럼 어떻게 하면 작고 건강한 교회를 세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역과 함께하는 교회'를 한국교회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도시공동체연구소(도공연·소장 성석환)가 4월 29일 오후 4시 서울 동숭동 동숭교회에서 개최한 '지역 교회 목회자 네트워크' 모임이었다. 모임의 주제는 '지역과 함께하는 교회도 성장을 지향해야 하는가'였다.

최은호 목사(예장통합 문화법인 사무국장)는 "교회 개척을 준비하는 이들의 목회 계획서를 보고 놀랐다"며,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1년 뒤에는 몇 명, 2년 뒤에는 몇 명을 정하는 식으로 교인 수를 늘리는 일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서 "'지역 교회 목회자 네트워크'가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방법을 고민하는 자리였으면 한다"고 했다.

이병욱 목사는 모임 주제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성장'과 '지역과 함께하는 교회'는 양립할 수 없다. 교회 성장을 추구하는 모임이라면 오지 않았다. 한국교회가 성장만을 추구하다가 망가진 상황에서 이 모임은 성장을 목표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 목사는 '성장'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다. 최 목사는 "성장은 교인 수의 증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규모의 성장과 함께 내적·질적인 변화도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이남정 목사는 "교회가 성장할 수도 있다. 문제는 도시라는 여건에서 건강한 교회를 만들 수 있느냐다"고 했다.

▲ 도시공동체연구소 성석환 소장. ⓒ뉴스앤조이 백정훈
성석환 소장은 모임 주제에 의도적으로 '성장'을 포함시켰다고 했다. 성 소장은 "작은 교회를 지향하는 개척 교회 목사를 많이 만났는데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생존의 문제를 걱정했다"며, "지역과 함께하는 교회가 지속 가능한지를 목회자 스스로 따져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서 어떤 교회가 건강한 교회인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성 소장은 "지난 10년간은 시스템과 제도를 바꾸는 교회 개혁 운동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모적인 논쟁과 불필요한 갈등도 생겼다. 모범 정관을 도입하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만들어서 교회를 새롭게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건강한 교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운동이 등장할 시점이 됐다"며, "지역 사회의 의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교회가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논의의 주제는 그렇다면 지역과 함께하는 교회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로 이어졌다. 이남정 목사는 창조적인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미 미국에서는 새로운 방식의 목회를 실험하는 이들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효과적으로 협력한다"며, "창조적인 교회와 목회를 원하는 이들의 네트워크 모임을 만들어 자료를 공유하고 서로를 격려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남가주 파사데나장로교회에서 '다문화 목회'를 하고 있는 성현경 목사(관련 기사 : '다문화 교회' 모델 만들어 가는 파사데나장로교회)는 미국의 대형 교회들이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며, 그 이유로 다인종 사회로 변한 미국 사회의 현실에 대응하지 못한 것을 꼽았다. 그리고 "미국 대형 교회는 지역 사회와는 단절된 게토가 되었다"며, "한국교회도 미국 교회의 전철에서 배우지 못하면 똑같이 무너질 것이다"고 했다.

교회의 브랜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성은 씨(도공연 운영위원·서울시 민원실)는 "평신도 입장에서 작은 지역 교회에 선뜻 나가기가 힘들다. 교회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지역 교회마다 각자의 특색을 살려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논의를 마무리하면서 김주인 전도사(장신대)는 "목회를 준비하면서 교회 성장에 대한 말만 들었다. 오늘 모임에서 건강한 교회에 대한 화두를 발견하게 되어서 기쁘다"고 했다.

성석환 소장은 "오늘처럼 지역 교회 지도자들 스스로 고민하고 대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도공연도 구체적인 현장에서 어떻게 실천 가능한 교회의 모델을 만들 것인지 계속 고민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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